(4) 강화도 길위에 고양이( BGM - 〈시인과 촌장〉의 ‘고양이’)
이번 글에서는 강화도 길고양이를 소개하고 <시인과 촌장>의 ‘고양이’ 음악을 추천한다. 강화도에는 길고양이가 많다. 섬에는 대체로 고양이가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한적한 길을 산책하다 보면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면 마니산 같은 뾰족한 귀, 구슬 같은 눈과 마주친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필자는 멀리서 텔레파시를 보낸다. 그렇게 한참을 눈으로 쓰다듬는다. 필자의 집 마당에도 드나드는 고양이들이 있다. 얼마 전 눈보라가 치는 영하의 날씨였다. 작은 점박이 새끼 고양이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먹을 걸 들고 뛰쳐나갔지만, 겁을 잔뜩 먹고 계속 도망쳤다. 안타까운 마음에 종이상자에 담요를 깔고 먹이를 두고 자리를 비워뒀다. 몇 시간 뒤에 확인해 보니 접시는 비어 있고 담요에는 흙이 묻어있었다. 잠시라도 몸을 녹이고 간 듯하다.
3년전 강화도로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달간 마당에서 새끼 고양이를 임시 보호했다. 강화도 사는 친구가 아파 보이는 여린 고양이가 계속 쫓아오자, 마음이 약해져 무작정 주워 온 것이다. 마당에서 잠깐만 데리고 있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한 달간 임시 집사가 되어버렸다. 과거에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 가슴 아픈 일을 겪은 후로는 동물들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 한 달간 임시 보호하면서면서 이 새끼 고양이에도 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정이란게 내 뜻대로 주거나 거두는 게 아닌듯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아기고양이가 보고 싶다.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나 용맹하고 씩씩하게 잘살고 있다. 보고 싶을 때마다 옛 사진을 들여다보거나 현재 집사가 SNS에 올려주는 사진을 보며 추억한다. 이때부터 고양이 알레르기도 이전보다는 호전된 거 같다. 마음속에 들어온 첫 고양이. 강화에서의 생활에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간 고양이었다.
다른 집을 둘러보면 마당 안에 길고양이들을 위한 밥그릇이 곳곳에 놓여있다. 다들 아는 것일까. 길고양이도 이 섬에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걸. 작은 관심과 도움만으로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존재라는걸.
강화도 마니산을 올라서 보면 알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고양이들이 많다.
472m 높이에 모여 살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등반객들이 고양이 먹이를 가져와 나눠주곤 하는데, 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은 몰래 준다.
이번 칼럼에서 추천하는 음악은 <시인과 촌장>의 ‘고양이’ 이다.
https://youtu.be/tBj_kC-VtLU?si=GWCustoUaiu488Nd
1985년 하덕규와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만나 <시인과 촌장> 2기를 결성했다. 1986년에 2집 ‘푸른돛’이 세상에 나왔다. ‘고양이’는 이 앨범 3번째 트랙에 수록되어 있다. 전곡 작사 작곡은 하덕규가 하고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4위에 오른 명반이다. 동화적이면서 때론 프로그레시브 한 음악으로 우리나라 포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은 앨범이다.
‘고양이’ 노래의 초반은 심오하고 스릴 넘치는 분위기로 시작된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경계하는 고양이 특유의 본성이 잘 표현된 것 같다. 늦은 밤, 길 위에서 검은 고양이와 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듯한 장면이 상상된다. 곡 후반부에는 조금더 경쾌하고 신나는 리듬이 나온다. 두 사이의 경계심이 풀리고 서로 교감하며 장난치는 듯한 느낌이다.
아슬아슬하게 담장 위를 걷는 고양이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고양이를 보면 위태롭지만, 그 모습이 단련된 무용수의 춤사위 같아 보이기도 한다. 사뿐사뿐. 가볍게. 고양이의 특징을 잘 표현한 음악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에 틈 없이 달려들거나 거칠게 쓰다듬으면 응징할 수 있으니, 그들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다가가길 추천한다. 먼저 손을 내밀고 나의 냄새를 맡게 하고 경계심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다. ‘고양이’ 음악을 들으며 강화도의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질 것이다. 우리도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그 눈을 마주쳐 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