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작 과정의 이해 – 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내 책을 닮은 책
잘 만들어진 원고가 한 권의 ‘책’에 꽉 들어차고, 그것이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평면적인 디자인 요소와 함께 기능적이고 정서적인 만족감까지 두루 고려되어야 하겠다. 책의 크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두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책의 무게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 표지는 하드커버로 할 것인지, 소프트커버로 할 것인지? 표지에 날개를 달 것인지? 색상을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용지를 선택할지? 표지 용지와 본문 용지의 질감은 어떤 것이 좋을지?… 열거하자면 훨씬 많은 선택 포인트가 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는 출간을 준비하기에 앞서 ‘제작사양서’라는 것을 만들어 미리 정리해 두고, 출간 시기가 되면 ‘제작사양’에 따라 ‘제작발주서’라는 것을 작성한다. 작성된 ‘제작발주서’는 메일이나 팩스를 통해 용지업체, 인쇄업체, 용지 가공업체, 제본업체, 물류업체 등의 거래처와 공유한다.
제작 사양을 확정하는 것도 제작 발주서를 작성하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일 뿐 아니라, 여러 거래처를 만들고 그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준비하는 것이 독립출판이고 이 글의 독자가 직업적인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출판 제작 전체를 하나의 업체에 맡겨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인터넷에서 ‘독립출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여러 업체가 적정 비용으로 책을 제작해 주고 있다. 어떤 업체는 기본적인 표지 디자인 템플릿을 사용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어떤 업체는 비교적 까다로운 제작 조건을 제시해도 유연하게 맞춰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업체마다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있으니 어떤 업체든 이 글의 독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정하면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제작 사항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사양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한 번에 제작 발주까지 진행되는 시스템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시스템에서 제작사양을 확정하고 제작발주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직업적인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아니니 제작에 관련된 복잡한 지식과 폭넓은 정보,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을 모두 알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원하는 내 책의 모습은 분명하게 상상하고 결정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외양, 책의 모습에 대한 상의 구체적으로 만들어 두어야 책이 나오고 나서도 후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쉽고 정확하게 내 책을 상상하는 방법은 책방에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서가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책 중에 내 눈에 좋아 보이는 책, 내 책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골라보는 것이다. 물론, 책의 외형이 멋지다고 무조건 따라 할 일은 아니다. 내 책에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이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지 판단하는 것이 첫 번째다. 한두 권의 책을 골랐다면 그 책을 꼼꼼히 뜯어보자, 글머리에서 늘어놓았던 여러 가지 궁금증들에 하나씩 답을 내려 보자, 책의 크기는 얼마? 책의 제본 방식은? 책의 용지는?…
이렇게 질문들에 맞추어 가져온 책의 제작 사양을 살펴보자. 그 책에서 아쉬운 점들까지 메모하면 내가 만들 책의 제작사양이 그려질 수 있다. 그 메모를 들고 방금 말한 업체의 ‘책만들기’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내가 선택해야 할 여러 물음 앞에 확실히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몇 부를 찍는 것이 좋을까?
책을 제작하면서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발행 부수다. 단지 개인적인 추억과 기념을 위한 책이라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손익을 따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판매하고 싶다면 경제적인 이익과 손해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한 한 적게 비용을 들이고 많은 이익을 얻자면 초판 발행 부수의 결정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물건이 그렇듯 한 번에 제작하는 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한 권을 만드는 단가는 싸진다. 반면 제작한 부수만큼 책이 판매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비용만 더 지불한 셈이 된다. 그러니, 내 책을 어떻게 얼마만큼 팔 수 있을지 예측하여 적정 부수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1) 투자가 수익에 앞서기 마련이다: ‘책을 많이 찍어두고 조금씩이라도 계속 팔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중에라도 그 책이 다 팔릴지는 알 수 없다. 다 팔린다 해도 투자한 만큼의 비용을 언제 다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팔리지 않는 책을 방 한구석에 쌓아놓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 아니며,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통 크게 제작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 재고는 어쩌다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일반적인 판매를 예상하는 경우, 정확하게 딱 필요한 부수만큼만 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한 권씩 책을 제작하는 시스템이든지, 미리 수량을 정해놓고 판매하는 한정 판매가 아니라면, 재고가 있어야 판매도 할 수 있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한 번에 제작하는 부수가 적다는 것은 권당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재고를 너무 두려워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사실 사이에서 정확한 판매 예측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