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스테이크&파스타의 명가 이당비스트로
2023년 12월 30일! 아침부터 펑펑내리는 눈 때문인지 센치한 감정이 들어 어디 분위기 좋은 곳에 가고 싶었다. 눈이 많이 와서 먼 곳은 가기가 부담스러워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던 중 인천 남동구 수산동(인천 남동구 배려터로 9-1)에 있는 식당 중에서 집사람과 선택이 일치한 곳이 있었다.
이당비스트로! 이곳은 필자가 많이 애용하는 식당이다. 이름에서 나오는 느낌은 서양식 레스토랑 같은데 식당에 도착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한옥이다. 그런데 외형은 한옥인데 그 내부로 들어가면 서양식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기와 대문을 거쳐 마당을 지나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이 집에 오면 어느 것을 시켜도 다 맛있기 때문에 집사람과 나는 주문으로 특별히 고민하지를 않는다. 특히 파스타는 필자가 다녀본 파스타 집 중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스테이크도 매우 훌륭하나 둘이 오면 항상 파스타를 시켜먹는다.
스테이크로는 약 2년 전 아들이 어버이날에 토마호크를 사준 적이 있었는데 맛도 훌륭할 뿐 아니라 양도 상당해서 셋이서 배불리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 후에 아들이 티본 스테이크도 사줬다. 그러면서 토마호크와 티본 스테이크를 먹어봤으니까 어디가서도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말씀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고기에 진심인 아들이 그래도 된다고하니 스테이크를 제대로 먹어봤다는 생각에 가끔은 흐믓해지곤 한다.
집사람은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 나는 빠네 파스타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식전 빵과 피클, 발사믹 소스가 나와 빵을 소스에 찍어 먹고 있는데 곧이어 리코타 치즈 샐러드가 나왔다. 리코타 치즈의 고소함과 땅콩과 발사믹 소스 등으로 만든 드레싱 소스로 버무려진 야채의 상큼함이 나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것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눈덮힌 뒷마당에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설날에는 할머니가 계신 수원에 두칸 달린 수인선 기차(일명 동차 또는 협궤열차)를 타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었다.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는 달리는 기차에서 창문 너머 보이는 염전에 비춰진 저녁 노을의 아름다운 모습이 너무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친척들이 다들모여 맘껏 웃으며 떠들고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새로운 추억인 것마냥 새삼스럽게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어린 시절 같이 뛰놀던 사촌누이, 동생들이 지금은 곧 며느리를 본다든지 애들이 취직을 한다든지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 소리가 낯설지가 않게 들리는 나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어색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세월의 지남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메인디쉬가 나왔다. 나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해산물 로제 파스타를 즐겨 먹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크림의 고소함이 너무 좋아졌다. 크림 파스타를 시키기엔 그 양이 부담되었기에 빠네를 즐겨 먹게 되었다. 그리고 빵안에 들어있는 파스타를 보고 있노라면 포근한 어미 캥거루 주머니에 들어있는 아기 캥거루가 생각난다.
포크에 적당히 잘익은 파스타 면을 돌돌말아 입에 넣으면 크림과 베이컨의 고소함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따로 나온 크림소스에 빵에서 파낸 빵조각을 찍어 먹으면 그 맛 또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집사람이 즐겨 먹는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도 먹어봤는데 해산물 로제와 색은 비슷했으나 그 맛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해산물 로제는 새콤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꼈다면 해산물 토마토는 선명한 새콤함을 느끼는 맛이었다. 물론 해산물의 쫄깃함과 특유의 맛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파스타의 생명인 면은 그 익힘 정도가 너무 쫄깃하지도 않고 또 너무 푹 익힌 맛도 아닌 딱 중간이었다. 보통 면 삶는 시간이 8~10분이라고 하니 아마도 9분이 아닐까 하는 재밋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거의 식사를 마쳐갈 때 쯤 애들이 좋아해서 포장 주문한 고르곤졸라 피자가 나왔다. 이 피자는 한 조각을 집어 같이 준 꿀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마치 부드러운 과자에 진한 치즈 맛과 달콤한 꿀이 어우러져 머릿속에서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다.
이 집은 한옥에서 양식을 먹는 특이한 곳이다.
더구나 사장님의 고향이 남원이라 음식 맛이 매우 훌륭했나? 라고 생각이 드니 전라도 손맛이 양식에도 통하는건가 하는 생각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용인에도 분점이 있다 하니 인천인지 용인인지 정확히 구별해서 예약해야 한다. 자칫하면 용인 이당에 예약하고 인천으로 가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젊은이들이 바삐 움직이며 친절한 서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음식 하나하나를 먹고 있노라면 약간의 시골스런 풍경과 어우러져서 식사하는 동안 과거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 살이를 하다가 가끔은 휴식이 필요할 때, 즉 마음의 위로와 안정이 필요할 때 고즈넉한 이곳 이당에서 좋은 사람과 식사하기를 권해본다.
주말마다 가족들이랑 자주가요~~
음식도 진짜 맛있고 직원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자주 찾게 됩니다!!
이런 착한식당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