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의 시 한 편이 마음을 울립니다. 사랑이 왜 아픔을 동반하는지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있는 시이어서 그런지 시를 읽는 내내 제가 선생님에게서 꾸지람을 듣는 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무 한 그루의 가려진 부피와 드러난 부분이
서로 다르듯 맞먹을 적에
내가 네게로 갔다 오는 거리와 네가 내게로 왔다 가는 거리는
같은 듯 같지 않다.
하늘만한 바다 넓이와 바다만큼 깊은 하늘빛이
나란히 문 안에 들어서면
서로의 바람은 곧잘 눈이 맞는다.
그러나 흔히는 내가 너를 향했다가 돌아오는 시간과
네가 내게 머물렀다 떠나가는 시간이
조금씩 비껴가는 탓으로
우리는 때 없이 송두리째 흔들리곤 한다.
꽃을 짓이기며 얻은 진한 진액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지 못하듯
좋아하는 사람 곁에 혹처럼 들러붙어 있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눈앞에 있을 때 굳이 멀리 두고 보듯 보아야 하고
멀리 있을 때 애써 눈앞에 두고 보듯 보아야 한다.
누구나 날 때와 죽을 때를 달리하는 까닭에
꽃과 꽃처럼 아름다운 이에게 가는 길은
참으로 이 길밖에 딴 길이 없다 한다.
사랑의 올바른 방법이 이 시에 온통 다 들어있는 듯이 느껴집니다.
‘좋아하는 사람 곁에 혹처럼 들러붙어 있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눈앞에 있을 때 굳이 멀리 두고 보듯 보아야 하고, 멀리 있을 때 애써 눈앞에 두고 보듯 보아야 한다.’
우리가 이별의 아픔으로 피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고와야 할 사랑의 감정에 ‘혹처럼 들러붙어’있는 집착 때문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의심을 했고, 눈에 보이면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해서 그랬던 겁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지혜를 그때는 몰랐던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떠났던 것이지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조금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조금이라도 더 그 사람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허락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이 숨을 쉴 수가 있겠지요.
가지려 하면 할수록 정작 그 사람은 떠나버리게 하는 ‘집착’이야말로 사랑을 파괴하는 진범이라는 깨달음이 사랑을 온전히 지키는 비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