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북산의 벚꽃나무가 말하는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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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북산의 벚꽃나무가 말하는 가시나무
  • 고진현
  • 승인 2024.04.1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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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따라 음악따라]
(7) 강화 북산에서(BGM -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이번 글에서는 강화도 벚꽃 명소 북산 산책길을 소개하고 시안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추천한다.

1월의 추운 겨울날, 눈 쌓인 북산 산책로를 이전 글에서 소개했다. 계절이 바뀌고 꽁꽁 언 땅이 깨어나는 봄이 되었다. 강화에서 3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올해는 강화군 내에서 주최하는 북산 벚꽃길 행사가 있었다. 낮에는 북문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버스킹공연이 열리고 밤에는 북문 앞에서 야간 공연이 열렸다. 필자도 강화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으로 초대 받아 공연을 펼쳤다.

일 년에 딱 한 번 볼 수 있는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북산을 찾았다. 평소에는 고요한 마을이 꽃과 함께 활짝 피어났다. 괜시리 들뜬 마음으로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갔다. 유난히 크고 울창한 북산 벚꽃 나무를 보며 감탄을 자아내는 사람,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걷는 아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음 짓는 연인, 왁자지껄 분홍 솜사탕을 나눠 먹는 학생들,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였다.

 

 

북산 벚꽃길은 밤이 더 찬란하다. 까만 밤하늘 아래 은하수처럼 산이 펼쳐진다. 조명을 받고 빛나는 벚꽃나무는 한편의 예술 작품 같다. 일 년 동안 피어나고, 지고, 움트고, 다시 피어나며 그 아름다움이 더 짙어진 것일까.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벚꽃은 이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약 35년 전 벚꽃나무가 북산에 심어질 때 오늘날의 풍경을 예상했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해 줄 거라는 걸 말이다.

필자는 북산 벚꽃길을 걸으며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들었다. 왠지 내 속에 있는 가시나무 한 그루가 벚꽃나무에 둘러싸여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꽃이 피지 않지만, 꽃이 피는 나무를 친구 삼아 쉬어갈 수는 있으니까. 그러나 딱 일주일뿐이었다. 꽃은 하루아침 바람에 져버렸다. 꽃이 떨어지고 금새 사람들의 발길도 줄었다. 찰나였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다. 꽃이 지는 순간 나무가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너의 마음속에 자라는 무성한 가시나무 또한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 함께 공존해 살아가야 해. 너의 가시나무 또한 아름다운 존재야” 라고 벚꽃나무가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봄은 또다시 올 것이다. 언제든 외로운 밤이 끝나지 않는 날에는 벚꽃 나무의 위로를 떠올리며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화창한 봄날을 함께 맞이하는 순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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