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형사 ‘마석도’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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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형사 ‘마석도’가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 윤세민
  • 승인 2024.04.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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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20) ‘범죄도시4’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범죄도시’ 시리즈는 B급 코미디 범죄액션물로 그 캐릭터와 서사구조가 뻔함을 알면서도, 믿고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B급 코미디 범죄액션물로 그 캐릭터와 서사구조가 뻔함을 알면서도, 믿고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괴물형사 ‘마석도’가 또다시 ‘괴물’로 돌아왔다. ‘3천만 관객 동원’이란 한국 범죄액션 영화의 신기원을 이뤄낸 ‘범죄도시’ 시리즈. 2017년 10월 <범죄도시1>을 시작으로 2022년 5월 <범죄도시2>, 2023년 6월 <범죄도시3>에 이이서, <범죄도시4> 가 금년 6월 24일 개봉하면서, 또 어떤 신기원을 이루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범죄액션 장르 영화는 주로 범죄와 폭력을 다루면서 등장인물의 육체적 움직임을 이용한 활약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 장르의 대부분 영화는 정의가 악을 무찔러 사건을 해결하는 ‘권선징악 문법’을 갖는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역시 이 범죄액션 영화 장르의 정체성과 문법에 충실하다.

 

범죄도시4 포스터

 

<범죄도시4>의 서사구조와 특이점

<범죄도시4> 역시 예의 정체성과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네 번째 범죄도시로 들어가 보자.

신종 마약 사건 3년 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서울 광수대는 배달앱을 이용한 마약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수배 중인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터진다. 이 사건이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납치, 감금, 폭행, 살인 등으로 대한민국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을 장악한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한국에서 더 큰 판을 짜고 있는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를 중심으로 한 조직이 그들이다.

‘마석도’는 더 커진 판을 잡기 위해 ‘장이수’(박지환)에게 뜻밖의 협력을 제안하고 광역수사대는 물론, 사이버수사대(이주빈)까지 합류시켜 이들을 소탕하기 시작한다. 장동철과 백창기의 분열로 인해 결국 마석도에게 꼬리가 잡히고, 그 이후는 ‘마동석표’ 시원한 주먹액션이 펼쳐지며 소탕 작전을 완료한다.

<범죄도시4>는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위해, 캐릭터가 아예 다른 두 명의 빌런으로 장동철(김무열) X 백창기(이동휘) 조합을 선보였다. 또 사이버수사대와의 공조로 신선함을 주입했다. 아울러 기존 장이수 캐릭터의 재활용으로 웃음코드를 확실하게 가져가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도시4> 역시 예의 진부한 서사에 머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편, 2편, 3편을 거쳐 4편에서까지 스토리텔링 방식은 거의 그대로이다. 악역(빌런)의 등장과 범죄, 막무가내인 마석도의 끈질긴 추적, 그리고 마침내 주먹으로 제압. 정형적인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의 고질적인 문제가 틀에 갇힌 서사 방식인데, 그 결과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앞으로의 이야기가 예상이 되기 때문에 기대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범죄도시4> 역시 그랬다. 그 이유는 범죄도시 시리즈 서사가 마동석을 너무나 강하게 그려내고 그로 인해 빌런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빌런은 결국 마석도에게 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빌런으로 인한 의외성 있는 결과가 기대되지 않는 것이다.

1편의 장첸, 2편의 강해상은 그래도 캐릭터의 잔혹함을 잘 살려서 마석도와의 대결이 기대가 갔지만, 직전 3편의 리키와 주성철은 그러지 못 했다. 특히 주성철이 경찰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빌런과 스토리의 의외성을 잘 나타낼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 했다. 예시로 경찰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이용해 마석도를 정치적으로 몰리게 하거나 누명을 씌우는 방향으로 갔다면, 이전 빌런과의 차별점도 주면서 의외성도 챙겼을 텐데 그저 주먹으로 마석도를 상대했다. 그건 무지막지한 마석도에겐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그만큼 빌런으로서의 특별함이 약했고, 당연한 귀결로 재미를 반감시켰다.

그래도 4편의 새로운 빌런인 장동철(김무열) X 백창기(이동휘) 조합은 신선함을 주었다. 특히 특수부대 용병 출신으로 등장하는 김무열 배우의 간결하면서 가벼운 몸놀림의 액션 및 냉철하면서도 잔인무도한 빌런 연기는 돋보인 편이다. 그리고 3편에선 조폭 출신 중고차 딜러로 나온 신 스틸러 초롱이(고규필)의 감초 역할이 돋보였는데, 이번 4편에서의 ‘장이수’(박지환)의 상황에 따른 적절한 코믹 연기는 그 초롱이를 잊게 할 만큼 관객의 웃음을 사로잡았다.

 

‘‘마석도’가 선사하는 주먹액션 카타르시스

<범죄도시4> 역시 특별한 스토리텔링이나 서사구조를 갖는 건 아니다. 역시 범죄액션 영화 장르의 정체성과 문법에 충실할 뿐이다. 다만, 소재와 인물의 특별함이 평범한 스토리텔링에 비범을 더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의 조직 폭력배가 등장한다. 그에 걸맞는 새로운 캐릭터의 빌런이 등장한다. 위에서 설명했듯, 1편의 장첸, 2편의 강해상은 예상치 못한 특별한 캐릭터를 창출했고 또 소화해냈다. 그만큼 악당 빌런으로서의 연기가 특별하기까지 했다. 그에 비해 3편의 주성철은 ‘내부의 적’으로 특이하긴 했지만, 1편과 2편만큼의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뭐니 뭐니 해도 ‘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은 ‘마석도’다.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는 그 무지막지한 피지컬과 괴력으로 잔인무도한 나쁜 놈들을 그야말로 통쾌하게 때려잡는다. 아무리 큰 위기와 반전에 처해도 걱정이 안 된다. 믿고 본다. 결말을 익히 예상하면서도 우리의 주인공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에 빠지게 된다.

물론, ‘범죄도시’ 시리즈에도 범죄액션 장르답게 폭력성과 공포성, 잔혹성 등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어느 정도 불식하고 맘 편히 보게 하는 것이, 이 시리즈만의 특별한 유머 장면과 대사들이다. <범죄도시4>에서는 마석도와 장이수 두 캐릭터의 캐미가 빚어내는 대사와 장면들이 톡톡히 그 역할을 해낸다. 이러한 ‘범죄도시표 웃음코드’는 이 시리즈의 특별한 매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범죄자만 바뀌는 스토리라인이지만, 마석도와 빌런 캐릭터가 건재하는 이상 범죄도시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범죄액션 영화의 새로운 진화이자 ‘현실 히어로’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다. 전 국민의 애정을 불러일으킨 캐릭터의 탄생은 물론 캐릭터 자체가 장르가 된 마석도식 액션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아우르는 중심 키워드다.

그러기에 시리즈물 속편이어도 늘 기다려지고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가 바로 범죄도시다. 비록 B급 코미디 범죄액션물로 그 캐릭터와 서사구조가 뻔함을 알면서도, 믿고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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