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리는 가냘픈 하모니카 소리를 따라, 기자는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숭의평화예술시장> 으로 들어갔다. 삼각형의 독특한 건물구조와 라이브 하모니카 연주소리가 마치 1990년대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의 아파트 안쪽 광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쓸쓸한 시장 건물 너머로 보이는 초고층 현대식 아파트와 대조를 이루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기자는 <숭의평화예술시장>의 창작공간 설립 9주년을 맞아 지난 8월 23일, 이를 운영하는 미추홀구청 관계자, 입주작가와 함께 1층 커뮤니티센터에서 <숭의평화창작공간>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Q. 팀장님, 주무관님,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입주작가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기 1층 커뮤니티센터에서 회의도 하시고 식사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먼저, 작가님이 이곳 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바랍니다.
A. 김준성 작가 : 저는 이곳 커뮤니티 공간보다는 거의 제 작업실에 있습니다. 1층 센터로 내려오는 경우는 정수기 사용하러 오거나, 뒤에다 주차하고 들어올 때 말고는 딱히 이용을 잘 안 합니다. 여기는 주차 공간 찾기가 무척 힘듭니다. 지금도 한 바퀴 크게 돌았어요.
Q. 여기 창작공간에서 사진 작업을 하실 때 영감을 얻는다든가 도움 되는 점들이 있나요?
A. 여기 창작공간에 사진 작가분들이 저 말고도 두 분이 더 계십니다. 제가 평화창작공간에 들어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제가 사진 작업을 할 때에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무래도 저보다 훨씬 더 오래 하신 작가 선생님들이시다 보니,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수정을 좀 해야 할 부분들이 있으면 의견을 나누어 주십니다. 조금 더 나은 방향성에 대해서 제시를 해 주셔서 도움이 됩니다.
Q. 여기 입주작가들의 공실이 하나만 남고 거의 다 찼다고 들었습니다. 공모시 애로사항이 있었나요?
A. 나하림 주무관 : 우리 입주작가 선생님들은 공모해서 들어오시는데 여기 환경이 협소하다 보니, 분명히 좋은 제도임에도 막상 공모를 하면 들어오시는 분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창작공간 담당 공무원으로서 다른 지역 창작공간도 가봤습니다. 저희가 입주작가님 모집을 하고는 있지만 좀 다른 공간에 비해 부족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 같아서 그게 늘 아쉬운 부분입니다.
Q. 안쪽 광장을 보니 조금 아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숭의평화시장건물은 역사적인 전통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니 요즘 MZ세대의 작가들과 뭔가 교차되는 지점이 있으리라고 봅니다. 시설 활용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김준성 작가: 초창기 이곳 안쪽 광장을 일정 부분 활용했습니다. 주민들과 같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보니 소음들로 민원이 제기됐던 부분들도 있었어요. 광장에서 분기별로 여러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그때마다 주민분들과의 마찰이 있었어요. 항상 그랬어요. 그래서 어디다 홍보를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 또 분명히 얘기가 나올 것이란 말이죠... 10개월전 그때 제가 왔을 때도 뭔가 항상 마찰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시끄러워지는 것들을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나하림 주무관 ; 여기는 창작공간이면서 상업지역이고 주거 지역인 거예요. 좀 특별나죠. 주거하시는 분들과 같이 공존해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이분들 보고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분들 생각에는 아무래도 쉽게 공존하기가 힘든 면이 있어요. 예전에 행사할 때 오후 7시면 끝내는 것으로 이분들과 합의를 하기도 했었어요.
저희가 지금까지 이렇게 한 10년 가량 진행해오면서 어느 정도 이분들과 협의점을 찾아온 결과 오늘 이 상황이 된 거죠.
김준성 작가 : 어디를 가나 마찰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저희는 늘 상주해 있잖아요. 그래서 그분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 줄 누군가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이 공간은 입주작가분들의 작업 공간 또는 본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그 결과물들은 밖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알려나가는 것이 맞는 것 같네요.
나하림 주무관 : 여기서 원데이클래스 수업을 하시는 분도 있고 그냥 개인적으로 창작활동만 전념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다 다르세요. 이 공간 자체에서 주민들이 전시를 보거나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그리고 2동은 최근 안전진단 결과 D판정을 받았는데, 2동을 제외한 1동,3동,4동에만 작가님들이 일하고 계시고요.
현재는 회화, 도예, 사진작가 5팀이 입주해 있는데, 개인 작품 활동은 물론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1동 |
3동 |
4동 |
4층 |
고정남(사진작가) |
루프탑 |
루프탑 |
3층 |
김준성(사진작가) |
이호진(사진작가) |
|
2층 |
|
김지영(회화) |
|
1층 |
커뮤니티센터 |
한정은(도예) |
|
Q.그러면 이 건물들도 지금 낙후한 상태인데 손을 전혀 못 대는 건가요?
A. 전기 안전 점검은 매년 상·하반기로 1회씩 받고 있습니다. 개인 사유지, 구청, 입주작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보니 가장 시급한 것부터 우선합니다. 최근에 물이 새어 옥상에 방수 공사를 했습니다. 중간중간에 예산 안에서 보수공사를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이 다 이어져 있다 보니 저희 공간만 보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보수를 같이 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전체 다 같이 손대려면 같이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콘크리트 기둥이 없이 벽과 벽에 철심이 없는 구조로 다 연결돼 있어요. 그냥 붙어 있는 거죠. 그래서 큰 공사를 할 수가 없어요. 저희가 보수를 하면 옆에 또 사유지이고 사유지에 또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조심스럽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긴급한 것은 그래도 최대한 보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여름의 습한 곰팡내를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Q. 저는 여기 일대가 런던의 웨스트 엔드나 소호처럼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서, 플리마켓도 열고, 관람객도 어느 정도 다니는 곳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전혀 다른 상황이군요.
A. 그래도 우리 예술가분들한테는 어떻게 보면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기 창작공간은 그냥 순수하게 작가님들이 활동하실 수 있는 레지던스 공간으로 존중하는 의미로 생각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은 여기서 주민분들이 참여하기 어려우니까 작가님들 협조를 얻어서 찾아가는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뭔가 아슬아슬한 동거이고 공존입니다. 청년예술가들을 더 배려를 해주고는 싶지만, 한쪽에만 더 큰 파이를 두면 또 다른 한쪽이 서운해할 것 같습니다. 참 어려운 행정에 서계시는 것 같습니다.
A. 입주작가분들이 미추홀구청 일에도 많은 도움과 협조를 해주세요. 구청 행사중에 체험 프로그램과 문학 향교 프로그램이 있어요. 오셔서 사진도 찍어주시고 저희랑 회의를 해서 프로그램 같은 것도 직접 짭니다. 저희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세요. 또 시민들의 호응도 좋아요.
Q. 주민 참여는 어느 정도 되는 건가요?
A. 기자님 말씀하신 대로 진짜 여기가 너무 유동 인구가 없고 조용해서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올해부터는 찾아오는 것 말고 입주작가님들이 관내 시설을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하반기로 저희가 관내 시설에 수요 조사서를 먼저 보냅니다.
그 후 신청 들어온 기간을 작가님들의 스케줄에 맞춰 선정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6회 진행했었고, 하반기에는 5회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것 외에도 미추홀구가 주관하는 축제 행사가 있어요. 수봉산 페스티벌이라든가 미추 문화축제가 있습니다. 거기에도 작가님들께서 시간 내셔서 체험 부스 운영을 하십니다. 올해 연말에는 전시회를 주안시민지하상가 아트애비뉴에서 열려고 합니다. 작가님들과 회의를 통해서 작품 전시를 어떻게 할까, 생각 중입니다. 사진, 도자기, 그리고 회화작가분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A. 저는 그냥 이대로 유지되었으면 합니다. 처음엔 싼 임대로 레지던스 공간으로 사용했어요. 그러다가 월세 개념으로 바뀌긴 했지만, 전국적으로 드뭅니다. 물론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스도 있지만, 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비록 주차 공간은 협소해서 불편하지만, 주변 버스노선이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처 배다리 공간도 15분이면 갈 수 있고, 미추홀구청도 5분 거리에 있어 좋습니다.
기자는 이번 취재로 청년예술가들의 보금자리 쉼터를 제공 해주는 미추홀구의 문화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 미추홀구가 장기간에 걸쳐 청년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역문화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해 숭의평화창작공간을 운영해온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시설 개선이 지연, 정체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날이 9년전 개소식을 한 바로 그날이었다. 내년 10주년을 맞아 또 어떤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숭의평화창작공간>은 특별히 창작, 거주, 상업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서 실험적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의 문화예술이 점차 거주, 상업지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고, 공존해야 하는데, 그런 추세(혹은 과제)에 비춰본다면 <숭의평화예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희망'도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국내최초주상복합건물시장 숭의평화예술시장 이력]
• 1971년 숭의평화시장 개장
• 1980년 인천대표종합시장 번영
• 1990년대 재래시장의 쇠퇴
• 2013년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인천광역시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으로 선정
• 2014년 3월18일 공간 확보
• 2014년 11월~ 2015년 6월 조성공사
• 2015년 8월 23일 <숭의평화창작공간> 4개동 개소식
• 2022년 전체동 중 2동 D등급 위험시설물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