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지산 김상철 작가 추모 전시회 '사랑'이 4일부터 9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은에서 열리고 있다.
김상철 작가는 한국민화진흥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다 작년 12월 10일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사단법인 한국민화진흥협회를 함께 이끌었던 홍대희 이사장에게 故지산 김상철 선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김상철 작가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2005년 늦은 가을, 담장 너머 대봉감이 익어가는 시점에 주안역 앞 골목길 안쪽의 지산 화실 2층에서 처음 지산을 만난 기억이 떠오릅니다. 화실 한쪽에서는 연탄난로 위에 은박지에 싼 고구마가 익어가고 있었고, 한국화가 운파 선생과 담소를 나누다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던 순간이 새롭습니다.
Q: 두 분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졌나요?
저는 한국화와 서예를 배우던 중 민화를 접하게 되었고, 지산을 찾아갔습니다. 그가 충북 보은군 지산리 출신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죠. 오랜 시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매주 수요일 배움을 결정하게 되었고, 스승이자 민화진흥협회를 함께 만든 동지로 그렇게 18년이 흘렀습니다.
Q: 지산 작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 세월을 돌아보면, 지산은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오직 민화를 사랑하며 떠난 분이라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곁에서 본 그는 진정한 천재적 작가였습니다. 제자들은 그를 '피카소'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과감한 발상과 세련된 색채를 구사하는 독특한 화풍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전통 민화부터 창작 민화, 불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을 한 화가입니다.
Q: 지산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는 어땠나요?
그는 훤칠하고 도회적인 외모에 마음은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로서 많은 생각을 했고, 부끄러움도 많았지만, 특히 산과 바다를 좋아하며 호젓한 바닷가에서 소주를 즐기는 낭만적인 예술가였습니다. 지방 답사길에 함께 간 명옥헌, 사성암,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 소쇄원 등에서 아름다운 풍경에 심취한 모습도 자주 보았습니다. 그의 섬세한 감성은 타고난 것이었습니다.
Q: 지산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갈망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의 작품 속에는 항상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어 늘 사랑을 갈망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그렇게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의 개인전 제목이 '사랑'이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한국민화진흥협회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산과 더욱 각별하게 된 이유는, 민화인 들이 전국적으로 한데 모여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민화진흥협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2014년 3월 18일 법인 등기를 완료했을 때, 함께 가슴벅차 했습니다.
Q: 추모전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여든, 아흔이 되어도 민화 발전을 위해 함께 하기로 굳게 약속했건만, 67세의 나이에 영면에 들다니 애석하기만 합니다. 그런 애통한 마음을 어떻게 한탄으로만 흘려보낼 수 있을까요?
지산을 피카소처럼 알고 따르던 제자들이 그가 남긴 유작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다시 세상에 선보이는 추모전을 마련했습니다. 민화를 민화답게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창작 민화의 길을 몸소 보여주신 스승의 깊은 뜻을 기리는 자리입니다.
지산이 남긴 작품들과 선생님이 남긴 민화에 대한 열정과 현신을 기리고 그분의 예술세계를 제자들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제자 40명이 오마주한 작품들로 마련했습니다.
Q: 전시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보이나요?
안타깝게도 과거 인천 화실 화재로 많은 지산 작품이 소실되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유작들은 그래서 더욱 귀한 것들입니다.
그는 특히 민화의 뜨거운 사랑으로 파고들었는데, 그가 말하는 사랑 역시 우리 조상들이 보여 준 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현대 민화가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이라고 정의할 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어떤 주제를 그리든 김상철의 작품 바탕에는 십장생도나 일월오봉도가 깔려있습니다.
그가 표현한 장수의 파라다이스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며, 사랑스러운데 그의 장생도가 특별한 이유는 판타지에 깃든 그만의 서정성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장수의 판타지를 담은 지산 김상철과 그 정신을 이어받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