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신임 관장이 풀어야 할 과제
상태바
인천시립박물관 신임 관장이 풀어야 할 과제
  • 여승철
  • 승인 2025.01.31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승철의 하로동선(夏爐冬扇)]
인천뮤지엄파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경관의 기억’. /사진=인천시

 

“최근 시립박물관 신임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적법성이라기보다 적절성의 문제일거야.”

이번 설 명절연휴 초에 지역 선후배의 모임이 있었다. 20년 넘게 이어오는 이분들과의 인연은 한 때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 만나는 사이였지만 서로 정년을 넘기면서 이제는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나 자식들의 혼사에 참가하거나 설과 추석 즈음에 만나 안부를 확인하는 정도의 만남을 갖고있다.

이날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 닿거나 일정 맞는 분들끼리 만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언론 출신의 A선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익 편향적인 칼럼을 쓴 후보를 임명한 유정복 시장의 행위는 절차나 과정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겠지만 정작 궁금한 건 유 시장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거지. 한 언론의 지적대로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 결집을 위한 인사인지 또는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득표에 도움을 받기위한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인거지.”

 

“신임 관장 임명...적법성보다 적절성에 대한 우려”

평생을 공직에 있으면서 인천시 고위직 공무원으로 퇴직한 B선배는 “모든 개방직 공무원을 공개모집할 때 응모자격 기준은 무척 까다로워요. 관련 업무 전문성을 강조하기 때문인데 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자격요건에 맞춰 원서를 냈고 시에서는 관련 검증을 했겠지만 유 시장과 김태익 신임관장이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게 오해의 소지는 있을 거예요”라고 밝혔다.

대기업에서 주로 홍보담당을 했던 C선배는 “다른 자리도 아니고 박물관장과 관련된 ‘이념논란’이 생기면 시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김 관장이 난처하겠죠. 취임 초기라 박물관 업무보고 받고 현안 파악에 몰두해야하는데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자니 그렇고, 그냥 넘어가자니 뭔가 찜찜할건데 우회적으로라도 뭔가 입장을 밝혀야하겠죠”라고 거들었다.

청년시절부터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지역은 물론 중앙 화단(畫壇)에서 원로 반열에 오른 D작가는 “신임 김 관장이 조선일보에서 문화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분이라면서요. 그 분이 오매불망(寤寐不忘), 수구초심(首丘初心) 고향 인천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립박물관장도 아니고 고교 졸업 후에 인천을 떠난 분을 시립박물관장에 앉힌 게 시민들의 정서에는 거리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직전 손장원 관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게 더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언론 출신의 E후배는 “제가 보기에는 김 관장의 ‘우익인사’ 논란도 중요하지만 김 관장이 어떻게 오게 됐을까요. 왜냐하면 손 전 관장이 고인이 되면서 공석이 됐으니 당연히 후임 관장을 뽑아야 하는 건 맞는데 저도 박물관장 공모 사실을 몰랐거든요. 김 관장이 공모를 보고 지원하게 됐는지 아니면 유 시장 쪽에서 ‘박물관장 공모가 날테니 준비하라’고 귀띔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밝혀지지도 않을 것이고 알 수야 없겠지만 궁금해요”라고 지적했다.

 

개관 80주년・뮤지엄파크 등 현안보다 시급한 과제

이날 모임에서 김 관장의 ‘우익 칼럼’ 관련 격한 감정을 드러낸 분도 있었고, 조심스런 말로 지켜보자는 분도 있었고, ‘우리가 지금 여기서 갑론을박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분도 있었지만 우려하는 심정은 한마음으로 같았다.

내년이면 시립박물관 개관 80주년이다. 김 관장은 흔히 말해 ‘꺾어지는 해’를 앞두고 올해부터 기념행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인천뮤지엄파크 건립과 관련, 현 옥련동 시립박물관 부지 매각을 둘러싼 찬반논란 등 민감한 현안도 해결해야 한다.

신임 김 관장에게 모두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히 정리해야할 건 그와 관련된 ‘우익인사’ 논란이 기우(杞憂)였음을 밝히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