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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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명소!
  • 김도연 기자
  • 승인 2010.03.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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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곡물시장

취재 : 김도연 기자
 
중구 신흥동에 가면 인천에서는 유일하며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명물을 만날 수 있다. 온갖 곡물을 사고파는 '수인곡물시장'이 그곳이다.

신흥동은 물론 인천을 대표하는 수인곡물시장 거리
 
신흥동3가 7번지와 28번지 일원에 형성된 수인곡물시장에는 쌀은 물론, 보리에서부터 오곡밥을 만들 때 필요한 수수, 조, 팥 등 '곡물'이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40~50여 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도 고소한 향내를 풍기는 참기름과 매콤한 맛의 고춧가루도 구입할 수 있다.

곡물과 기름류, 고춧가루를 제외한 품목들은 구경할 수조차 없다. 시장이지만 곡물류만으로 특화한 곳이어서 여느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과일이나 야채, 생선, 잡화 등은 처음부터 없었다.
 
정확한 형성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수인곡물시장이 이곳에 자리잡은 때는 1960년대 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시장 주변에는 지금은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수인선 협괘열차 종착역인 수인역이 위치했다. 그리고 농협 공판장이 있어서 수원, 안산, 시흥 일대에서 이곳을 오가던 사람들이 현지에서 생산된 곡물을 팔기 위해 모여들면서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초창기에는 간판도 없이 노점형태로 운영됐지만, 점점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점포가 80여 곳에 이를 만큼 번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포가 3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많이 줄었다.
 
대로변에 접해 있는 점포들은 대부분 방앗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긋한 참기름 냄새로 사로잡는다. 입구의 몇몇 점포에서는 햇볕에 잘 말린 태양초를 손질한다.

그 뒤로 곡물을 판매하는 점포가 즐비하다. 왼편에는 파란색 함석지붕에 검정색 페인트로 이름을 적어 놓은 점포들이 150여 m 구간에 걸쳐 이어져 있다.
 
수인상가번영회 유연길(66) 회장은 "예전에는 시장도 크고 번창했는데, 수인역이 사라지고 농협 공판장도 없어지면서부터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며 "무엇보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에는 시장이 거의 죽어가고 있는 형편이다"라고 향수에 젖은 한숨을 토해낸다.
 
유 회장 기억에는 한 때나마 사람들로 북적였던 수인곡물시장의 모습이 생생하다.

과거에는 하루에 최소 40만~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며느리나 딸과 함께 찾는 손님 서넛이 전부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 때는 많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였으나 지금은 한산한 모습이다.
 
몇몇 점포는 창고로 사용될 정도로 침체해 있지만, 철도청 소유 부지와 도로 부지에 무허가로 지어진 상태여서 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을 펼치기 어려운 처지다. 또 재래시장과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의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으로 인정받지 못해 재래시장으로서의 지원도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곡물시장' 하면 누구나 아는 이곳에는 아직도 향수를 느끼게 하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kg단위로 판매를 해도 가끔씩 예전 곡물시장을 기억하는 나이든 어른들은 없어진 계량단위인 되나 말을 사용해 거래를 한다. 그러면서 콩이나 팥 등의 양을 갖고 가게 주인이랑 실랑이를 벌인다. 우리네 인심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딸과 함께 시장을 찾은 정전순(58·여) 씨는 "오곡밥 재료를 사러 왔는데 전만큼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며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국산품을 살 수 있어 가끔 온다"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어디에다 내놔도 보기 드문 시장이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라며 "역사성을 갖고 있는 곡물시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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