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뿌린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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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뿌린 씨앗
  • 최병국
  • 승인 2012.03.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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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최병국 / 인천미술협회장


1960년  꽃다운 나이에 마산에서 인천으로 이주하여 인천동산중학교에 교편을 잡아 후학들을 가르치시던 김옥순 선생님. 미술 창작활동을 하며 인천미술 발전에 밑거름이 되신  선생님이 향년 83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인천미술협회에서는 그동안 공적과 사랑으로 후배들을 지도해 주신 업적을 기려 장례식을 인천미술협회장으로 모시기로 결정하여 21일 영결식을 가졌다. 60년 인천미술협회 사상 초유의 일이다.

1931년 출생으로 수도여자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세종대 미술대학원(현)을  나오신 김옥순 선생님은 일생 결혼도 안하시고 오직 후학들에게 미술 지도와 미술 창작으로 한 길을 걸으신 올곧은 분이다.

1960년만 해도 인천에 미술작가는 손꼽을 만큼 적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작가가 서울에서 와 교편을 잡고, 그림도 그리니 주위 분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이는 돌아가실 때까지 독신으로 생활하시며 깔끔한 자기관리와 높은 식견으로 주변 작가들 작품을 많이 구입하는 등 창작뿐만 아니라 애호가로서도 명성이 높았다.

척박한 인천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신선한 작품을 발표하고 주위 분들과 인천미술협회를 잘 이끌어 나가며,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하여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상을 심어 주었다. 지금 그분이 배출한 작가들이 인천미술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평생 업적을 따지자면 여러 면에서 바라볼 수가 있겠으나 불모지에 씨앗을 뿌려 땅을 개간하듯, 문화 불모지에 인재 양성의 씨앗을 뿌려 성공적으로 수확한 사례도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요즘 대세는 아이돌이다.

젊은 나이에 한 분야를 몇 년 동안 익혀 매스컴에 한 번 뜨면 그만한 보상을 받는, 빠른 회전의 '문화 싸이클'에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정신이 없다.

대중들도 그런 멋진 아이돌 경연에 빠지게 되고 한 번 정신이 팔리면  한 동안 경연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조리며 결과를 주시한다. 하나만 잘 하면 뭐든 된다는 식이다.

그리고 매스컴에서는 한류다 뭐다 하며 상장된 코스닥 주식 평가액으로 인물 순위를 논하고, 연애인의 주식 평가액을 대단한 인물로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다.

얼마 전에는 미술계에서 젊어서 프랑스에 유학하고 평생예술원 회원이기도 하던,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작가라고 평가 받던 권옥연 서양화가가 돌아가신 지 며칠 지나서야 신문 하단에 조그만 기사 한 줄이 나왔던 적이 있었다.

미술계에서는 이 일을 갖고 평생 한 분야에 최고가 되도록 노력해도 아이돌보다 못한 대우를 매스컴에서 받는 우리나라 현실을 보고 무슨 문화선진국을 꿈꾸느냐며, 미술문화 후진국인 우리 처지를 한탄한 적이 있다.

모든 가치를 돈에 두고 수출만이 살길이다고 외치는 기업 정치인들을 우대하는 현실. 문화수출만을 꿈꾸는 우리 풍토는 한 사람이 평생을 들여 가꾸어온 예술적 가치를 휴지로 만들어 다양한 가치가 공존할 수 없는 문화 후진국으로 느끼게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만을 외치며 살아야 하고,  FTA다 뭐다 하며 한 분야 희생을 강요하는 불균형한 효율성을 언제까지 신봉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평생을 인천미술에 인재의 씨앗을 뿌린 김옥순 선생님의 일생 업적은 평가 받아 마땅하다. 고(故) 김옥순 고문 영전에 인천미술계를 대표하여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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