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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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아
  • 정충화
  • 승인 2012.04.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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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노루귀

 

내 임시 일터 뒷산에는 약 6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수많은 동물도 어울려 살고 있다. 식물을 조사하러 그곳을 오르내리면서 야생동물들과 마주치는 때가 잦다. 그중 자주 마주치는 동물이 멧돼지와 고라니다. 작년 봄에는 여덟 마리의 새끼와 어미 멧돼지가 내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몇 차례 보기도 했다. 어린 새끼와 있을 때는 어미 멧돼지가 공격적이라 해서 산을 오르내리면서도 늘 걱정스러웠다.

임도에서 고라니도 몇 차례 만났는데 날씬한 체구로 껑충껑충 뛰어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 그 탄력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이 녀석들이 봄철 짝짓기 때 밤마다 내지르는 괴성은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괴기스럽다.

노루도 먼발치에서 두어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순식간에 도망가는 바람에 사진으로 남기지를 못했다. 노루는 꼬리가 거의 없고 엉덩이에 흰털이 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모습과 흡사하다 해서 노루궁뎅이라는 이름을 얻은 식용 버섯도 있다. 식물 이름자에 노루가 명기된 것도 몇 가지가 있다. 노루발, 노루삼, 노루오줌, 노루참나물 등이 있으며 오늘 소개하려는 노루귀를 빼놓을 수 없다.

노루귀는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식물로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으며 높이는 대략 10cm 정도까지 자란다. 3~4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줄기 끝에서 한 개의 꽃이 달리는데 대부분 하늘로 향해 핀다. 꽃 지름은 1.5cm 정도이며 꽃 빛은 흰색이나 연한 분홍색 또는 보라색을 띤다. 겨울의 기세가 살아 있는 초봄 풀들이 돋기 전 삭막한 빛깔 일색의 산비탈에서 피는 노루귀의 꽃 빛은 사뭇 환상적이다.

꽃줄기에는 흰털이 빽빽하며 6~8개의 긴 타원형 꽃받침조각이 꽃잎 형태를 이루고 있다. 꽃이 질 무렵 돋는 잎은 5cm 내외로 끝이 뾰족한 세모꼴 형태가 세 갈래로 나뉜다. 뒷면을 중심으로 흰 털이 촘촘히 돋은 데다 처음에 말려진 상태의 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서 노루귀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알려졌다. 민간에서는 8~9월경 식물 전체를 채취하여 말렸다가 종기를 치료하는 데 쓰며,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불법 수렵을 엄히 단속한 결과인지 노루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제주도에서는 2만 마리로 추산되는 야생 노루가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바람에 농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힘 있는 자들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자연계가 파괴되면서 빚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먹이사슬이 깨진 결과이자,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몬 데 따른 결과인데 죄 없는 농민들이 그 피해를 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의 강과 산, 바다를 깨부수는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자연과 생태계의 파괴행위는 미구에 우리에게 갖가지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그로 말미암은 피해는 부순 자들이 아닌 애꿎은 우리 아들딸과 손자들이 고스란히 겪게 될 것이어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면목이 없고 미안할 따름이다. 이제부터라도 무분별한 자연 파괴행위를 중단하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 방안을 모색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사진 : 정충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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