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휴일 아침, 집 가까운 곳으로 산책하러 나갔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빠가 주고받는 말이 들려왔다. “아빠 저 꽃은 뭐야?” “응. 저건 코스모스야. 예쁘지?” “응” 아이의 재잘거림이 멎기를 기다렸다가 꽃 앞에 서 있던 젊은 아빠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뜨악한 표정으로 다가온 그에게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낮은 소리로 꽃 이름을 잘못 알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아이가 평생 잘못된 정보를 지니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가 아비의 체면이 깎일 걸 생각하고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면 서로 난처했을 테지만 다행히 젊은 아빠는 고마워하며 즉시 고쳐 이야기하겠노라고 했다.
나야 그러든지 말든지 모른 체하고 내 갈 길을 가면 그만이었겠으나 명색이 ‘식물과 친구하기’라는 타이틀로 수 년간 주절거려온 사람인지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젊은 아빠가 코스모스로 잘못 알고 있던 꽃은 요즘 전국 곳곳의 도로변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금계국이다.
금계국은 북아메리카 남부지방이 원산지인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이다. 높이 30~60cm까지 자라며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잔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며 1회 깃모양겹잎 형태로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있으나 윗부분 잎에는 없다.
꽃은 6~8월에 피며 원줄기와 가지 끝에서 1개씩 달린다. 8장의 황금색 혀꽃이 둥글게 배열되고 바깥쪽 끝 부분이 갈라졌다. 꽃 모양이 금계(金鷄)의 볏과 닮은꼴의 국화라 해서 이름을 그리 얻었다고 전해진다. 꽃이 아름답고 생육이 좋아 전국의 도로변이나 공원, 산자락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른 이름으로 공작이국화, 각시꽃 등으로도 불린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수많은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웹 서핑을 하다 보면 의외로 잘못된 정보가 많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것이야 착각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진과 식물 이름이 완전히 다른 엉터리 자료를 볼 때마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니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자꾸만 살피게 된다. 혼자 보고 즐기면 그만일 것을 공연히 구업을 짓는 것은 아닌가 매번 되뇌면서.
글/사진 : 정충화(시인)
야생화가 요즘 관심이 있는데도 이름이 알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