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시월에 들면 내 마음은 늘 대부도 쪽을 기웃거린다. 집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없는 꽃들이 거기에 무리지어 피기 때문이다. 대부도에 가면 산비탈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감국, 산국을 비롯하여 마타리, 용담, 잔대, 산부추, 자주쓴풀, 해국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용담과 자주쓴풀은 대부도에서도 몇몇 장소에서만 볼 수 있어 숨겨둔 애인 보듯 하고 있다.
십수 년 전 어느 가을 유람차 대부도에 갔다가 용담과 처음 대면한 날의 감격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풀숲에 숨어 부끄러운 듯 살며시 고개를 내민 보라색 꽃을 만나던 순간의 희열과 감동은 지금도 기억 속에 선연히 각인되어 있다.
용담은 주로 야산에서 자라는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대략 30~60cm까지 자라며 가느다란 줄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며 폭이 좁은 데다 길쭉하며 끝은 뾰족하다.
꽃은 8월부터 간간이 피기 시작하여 10월에 절정에 이르며 꽃 빛은 보라색이다. 나팔 모양의 통꽃 형태로 끝이 다섯 갈래로 뾰족하게 갈라지며 대부분 하늘을 향해 꽃잎을 연다. 정오 무렵 활짝 피었다가 저녁나절 꽃잎을 닫는 용담꽃 안쪽에는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달려 있다.
열매는 화관 속에서 11월경에 익는다. 용담의 어린싹과 잎은 식용할 수 있으며 한방에서는 뿌리를 위장병, 간질, 회충, 심장병, 습진 등을 다스리는 약재로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용의 쓸개처럼 쓰다고 하여 용담(龍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출장길에 부상을 당해 두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나를 위로한답시고 지난 주말 가까운 지인들이 대부도로 나들이를 가자기에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따라나섰다.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의 흐름에 섞여 두 해 만에 다시 찾아간 대부도는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보행이 불편해 산자락에 오를 수 없어 이번 대부도 나들잇길에는 내가 좋아하는 용담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잔대, 마타리, 산부추, 감국, 산국, 갯쑥부쟁이, 해국 등을 보았으니 오랜만에 눈에 기름칠은 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곳 용담이 자생하고 있는 산자락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어 내년에 다시 만나게 될지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글/사진 : 정충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