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결혼, 신혼인데 마음대로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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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결혼, 신혼인데 마음대로 안 돼요”
  • 황원준
  • 승인 2012.1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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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의 마음성형] 성과 정신건강


30대 후반의 한 직장 남성이 머뭇거리며 진료실을 들어왔다. 결혼을 늦게 했다는 그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올 줄을 몰랐다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발기는 되는데 조기 사정(조루, premature ejaculation)이 문제였다. 비록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그래도 신혼인데 삽입하고 1분 이내에 사정을 해버리니, 남자 구실도 못하는 남편이란 생각에 부인에게 미안해 얼굴 보기조차 민망하다고 한다. 비뇨기과 진료를 받아 약물치료를 했고, 신경차단술까지 받아 성적 감각을 무디게 해서 조기사정을 막아보는 시도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조루란 정신장애의 진단·통계편람(DSM-IV)의 기준에 의하면 약간의 성적 자극으로도 질 내 삽입 전, 삽입 당시, 삽입 진후 또는 개인이 원하기 전에 극치감(organism)과 사정(ejaculation)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질 내 삽입에서 사정까지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을 의지대로 조절하기 힘든 상태로, 배우자와의 성행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극치감에 도달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병도 아니고 발기부전이나 조기 사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신체질병에 의한 발기부전이나 조기사정은 비뇨기과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다. 하지만 성이란 게 워낙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영향을 받으니 심인성 발기부전이나 조기사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으로 진료하기도 한다.
발기부전(erectile dysfunction)이나 조기사정의 3대 정신적 원인은 35세 이상, 음주·흡연, 스트레스이다. 개인적인 차이가 큰 것이 성적기능이니 만큼 심리, 정신적인 영향도 크기 마련이다. 대개의 경우 35세가 넘으면 성적 신체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진시황제가 조금 더 오래 살아보겠다고 갖은 방법을 다 해봐도 나이가 듦에 따른 신체적 현상을 이기지 못했다. 현대문명이 아무리 발달한 지금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나이에 따른 성적 기능 저하는 자연현상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두 번째로 음주와 흡연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준하며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동료를 제치고 이겨서 승진하려면 잦은 술자리와 함께하는 흡연을 어찌하랴. 술로 인한 성욕과 성충동은 증가한 반면 땅바닥에 떨어진 성기능을 어찌하겠는가. 더 기분만 속상해서 한잔 더 마시고, 한 모금 더 피우게 된다. 음주와 흡연은 성인병이라 칭하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의 생활습관병(lifestyle related disease)의 최대 주범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가 문제이다. 시간과 국가를 넘나드는 지구촌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21세기 화두로 모든 질병의 첫 번째 원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 발기부전과 조기사정뿐이겠는가? 특히 현대인들이 고개 숙인 남자를 일으켜 세우려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이 세울 수 있을까 하는 화두를 해결해야 한다.
앞에 말한 환자는 어릴 때 조실부모하고 장남으로 동생들을 가르치고 결혼시키느라 자신은 늦게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받은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인해 성생활이 억제되고, 비정상적인 성적 욕망을 풀다 보니 빨리 빨리, 짧은 시간 안에 사정해야 하는 생활에 학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성기와 그에 관련된 성적 신체기관은 문제가 없었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가 큰 경우였다.

이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하여 스트레스 완화와 기분 안정을 위한 정신약물요법과 동시에 정신치료(흔히 말하는 상담요법, 면담치료의 공식적인 치료적 명칭)를 하고 완전히 회복됐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 약물요법으로 정서적으로 빠른 안정을 찾았고 정신치료는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고 부인에 대한 지나친 죄책감과 미안함, 부담감을 덜어주어 부부의 행복을 되찾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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