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의 마음성형]
20대의 여자가 보호자들의 부축을 받고 들어온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고 있다. 이틀 전 퇴근 길에 엘리베이터에 감금되어 협박을 당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차에 태워져 성폭행을 당하고, 늦은 밤 인적이 끊긴 공단지역에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도무지 나질 않는다. 가끔은 엉뚱한 애기도 하고 가족을 몰라보거나 무서워하고 심한 공포반응(phobic reaction)을 보인다.
우리 주위에서도 가끔은 접할 수 있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disorder)라고 말할 수 있다. 원인은 외상적 사건이다. 외상적 사건은 직접적으로 경험한 폭행(추행, 신체 접촉, 강도), 유괴, 인질, 교통 사고, 산업 재해나 자연적 재해 등도 포함이 된다. 간접적으로 사건을 목격한 경우나 타인에 의해 경험한 사건으로 가족이나 친구가 당한 폭행, 사고, 상해, 예상하지 못한 죽음, 생명을 위협하는 중한 질병 등을 앓게 됨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소아의 경우는 위협적이거나 실제적인 폭력이나 상해가 없는 상태에서 발달적으로 부적절한 성적 경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재정적 보상, 보험금 지급, 법적인 판결 등의 2차적인 이득(secondary gain)을 위하여 나타날 수 있는 꾀병은 반드시 감별이 되어야 한다.
증상은 고통스런 사건을 경험하는 도중이나 그 이후에 해리성 증상들 중에 3가지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
해리성 증상으로는
1)정서 반응의 마비, 소외, 결핍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
2)’멍한 상태’와 같은 주변에 대한 자각의 감소
3)현실감 소실
4)내가 나인 것 같지 않은 느낌의 이인증
5)외상의 중요한 부분을 회상하지 못하는 해리성 기억상실 등이다.
외상적 사건이 반복되는 영상, 사고, 악몽, 착각 등으로 재현되어 고통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외상을 회상하게 하는 장소, 인물, 대화 등의 자극을 회피하게 된다. 현저한 불안이나 증가된 각성상태의 증상을 보인다. 수면의 어려움, 자극에 대한 예민함, 집중력의 저하, 지나친 긴장 상태,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반응, 불안해서 서성대는 행동을 보인다. 대인 관계나 일상 생활의 어려움도 겪는다.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에 증상은 적어도 2일 이상 지속되고 4주 이내에 호전이 된다. 일반적 의학적 상태(general medical condotion)나 물질에 의한 경우가 아니어야 하고, 외상적 사건이 있기 전에 다른 정신장애가 있었거나, 4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다른 진단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은 치료하면 완치되지만, 3분의 1정도는 우울증 등을 동반하면 4주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완치 후에도 유사한 외상적 사건에 재노출이 되면 처음보다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될 여지가 많다.
먼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자극으로부터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심할 때는 자극을 회피하기 위하여 분리하기 위하여 입원이 필요할 수 있고, 가능한 한 가족 외에 친구, 동료, 특히 가해자와 관련된 사람은 당분간은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심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하게 하면서 자극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이 경우에 경찰서나 법정에서 대질 신문을 하거나 사건을 진술 받는 것이 질병을 악화 또는 지속시킬 수 있다. 경찰이나 검찰은 법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의하고, 그 내용을 의사로 하여금 진료 및 면담하여 작성하고, 의사의 진료기록만으로 대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의 정신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인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