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도지성 / 서양화가
요즈음 TV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대부분 오락프로그램이다. 그중에서도 대중음악프로그램이 최근 유독 많아졌는데, ‘나가수’, ‘수퍼스타K', 'K팝스타’ ‘불후의 명곡’ 등이 인기가 많다. 이유는 신인 발굴 오디션이나 기성가수의 대결 구도를 통해서 극적인 흥미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화려한 그래픽 배경과 무희들의 율동, 때론 극적인 퍼포먼스를 도입하여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대중음악이나 예능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다보니 황금시간대에 더 많이 편성되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다보니 문화 교양프로그램들이 설자리를 잃고 심야시간대로 밀리고 있다. 더구나 요즘 방송가에서는 그나마 있던 ‘클래식오딧세이’, ‘TV미술관’, ‘즐거운 책읽기’ 같은 지상파의 대표 교양프로그램이 통폐합될 것이라는 기사(중앙일보 3월12일)도 있었다.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TV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이나, 클래식 같은 고급 문화를 접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대다수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방송 매체의 공익성을 따진다면, 또 동시대 문화의 질적 수준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도 문화 교양프로그램의 존속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대중오락프로그램의 범람은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얼마 전 동료 담임교사가 한 말이다. “학기 초에 학생(고등학교2학년)들에게 진로 희망을 조사했더니 한 반에 십여 명이 실용음악을 신청했습니다. 모두 저녁에 음악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너무 많은 관계로 실기 심사를 해서 일부만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문화의 편식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식을 하면 건강에 해롭듯이 일부 대중문화의 치우침은 문화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고급 문화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방송 제작자들은 문화교양프로의 폐지를 논의하기 전에 낮은 시청률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이나 미술작품 감상이 사색적이며 심심한 것은 사실이고,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내가 아는 일본의 한 TV프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넘어섰다.
일반인들이 만들고 그린 예술작품으로 음악 오디션처럼 대결을 하는 것인데, 무라카미 다카시같은 세계적인 일본 팝아트 작가, 유명 개그맨 등이 심사를 하면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대중문화를 누구나 유쾌하게 즐길 수 있듯이 교양 문화프로그램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준 높은 문화프로그램이 있어야,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로서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자들의 번득이는 상상력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인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