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조화현/i-신포니에타단장
20세기 찻집은 대부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어떠한가? 어린 학생들부터 아줌마들에 이르기 까지 커피숍과 찻집은 쉬는 공간이고 때로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하며, 수다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남, 녀, 노, 소에 이르기 까지 이제는 명실공이 모임의 장소가 된 것이다.
특히 오전 시간대에 찻집의 문화는 거의 여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녀들은 그곳에 모여 커피와 차를 마시거나 팥빙수를 먹으며 수다는 물론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며 문화를 접하고 있다. 어떤 찻집은 갤러리로 변신하기도 한다. 결국 찻집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매김 해 가며 주부들의 휴식처이자 문화를 공유하고 향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주부들이 문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 주부층을 겨냥하여 생겨나기 시작한 ‘브런치콘서트’나 ‘커피콘서트’도 그런 맥락에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문화이고 좋은 현상이라고 여겨진다.
그 훨씬 전부터 그녀들은 문화를 갈망했고 그런 장소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인천 중구에는 자그마한 찻집들이 문화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버블티를 주로 파는 ‘위린’은 웬만한 문화예술인들은 다들 한번 씩 들렀다 가는 참새방앗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작가, 화가, 플로리스트, 기자, 음악가들이 그곳에 모여 문화 소통의 장으로 이용한다. 그런가 하면 중구청 옆의 ‘팟알’의 존재역시 무시할 수 없으며 개항장 박물관 옆 안단테커피숍도 갤러리가 있는 문화공간이다.
4월 어느 봄날 오전, 주부들 대상으로 인천의 아름다운 도시 중구를 하루 동안 여행하며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는 ‘힐링 여행학교’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시작과 끝도 두 찻집이 거점역할을 했다. 그곳에서 주부들은 차를 마시며 강의를 듣고, 체험을 하고 때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제 찻집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을 탈피해서 문화를 일구는 텃밭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제는 주부들을 겨냥한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만들어 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지만 인천에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서구문화회관, 부평아트센터 등 여러 공연장에서 오전 콘서트가 한창이다.
내가 몸을 담고 있는 i-신포니에타 역시 중구문화회관에서 브런치콘서트 “11시에 만나요”를 매월 둘째와 넷째 수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부지런한 주부들은 오전에 바삐 움직인다. 차와, 음악과 수다가 만나는 공연장은 그녀들을 웃게도 만들고 때론 감동의 눈물도 흘리고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등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최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동네친구끼리, 동창모임이나, 학부모 모임까지 찾아오는 이들이 다양하다.
친구들의 모임이나 동창회 장소가 문화모임이라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이것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아 감은 물론 21세기의 화두가 바로 ‘문화’임을 입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주부가 행복하면 당연히 가정이 행복하다.
그녀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녀들이 찾아나 설 문화의 장을 만들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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