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제조업의 공간분포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조업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도 공장일 것이다. 공장의 종류는 사실 무척이나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법적으로 분류된 사업체총조사에서 제조업을 소분류로 나누면 업종수의 수가  1000개가 넘는다. 통상 100만 이상의 대도시는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의 비중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천은 그와 달리 200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광역시에 비해서 제조업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였다.

현재는 다소 낮아진 상태지만 인천은 여전히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도시이다.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부평을 통과할 때, 인천역에서 월미도로 지나갈 때 인하대학교 정문에서 동양화학을 부근을 지날 때, 아직까지 인천은 무슨 공업도시를 보는 듯하다. 만석동 일대의 (구)인천제철, 부평의 GM대우 주변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매우 많은 수의 제조업제들이 포진해 있다.

 

그림1  동별 제조업체수

인천에서 제조업체수가 많은 지역들을 살펴보면 논현고잔동, 가좌1동이 눈에 띈다. 논현고잔동에는 4,000개 정도의 업체가 가좌1동에는 1,300개정도의 공장이 있다. 그야말로 공업지대다. 검단1동에도 1000개정도의 제조업체가 있다. 석남2동, 청천2동 간석3동, 청천1동, 남촌도림동, 도화2·3동 등은 모두 500개 이상의 제조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림2  동별 제조업 종사자수

제조업 종사자수의 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업체수가 많은 지역에 종사자수의 분포도 거의 일치한다. 제조업과 관련해서 몇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하나는 첨단 IT의 시대에 제조업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성장하고 있는 기반은 여전히 제조업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제조업이 줄어드는 지역이 IT산업으로 대체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구로공단이었다가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뀐 사례를 제시할 수 있겠다. 그건 정책적으로 구로공단에 제조업을 빼고 굴뚝이 업는 업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적어도 인천에서는 아직 그런 시도는 없다. IT와 첨단을 표방하는 클러스터와 단지들은 새로 개발되는 지역에 더 많아 보인다.
용현동에 있던 대우전자 같이 대규모 공장이 사라지면 대부분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올 확률이 높다. 실제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장과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주거단지는 답은 아닌 것 같다.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부평을 지나가면 아파트 옆에 공장이 있는 건지, 공장 옆에 아파트가 있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순서대로 이야기하자면 공장 옆에 아파트가 있는 것이 맞다. 공장이 먼저 들어오고, 공장이 나가면서 아파트가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토지이용상 준공업지역에 주택이 들어오는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사실 난개발은 난개발이다. 인천 논현역 일대도 역에서 보면 분당에 버금가는 번듯한 시설을 자랑한다. 그러나 두 블럭만 가면 남동공단이다. 지금 청라만 문제가 되는건 아닐게다.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제조업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마치 혐오시설처럼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제조업체를 유지하고 유치하는 것은 지역경제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주거지역이랑 혼재시킬 필요는 없다. 아니 그래선 안된다. 그런데 누가 살아 하는 지역에 기꺼이 살 사람들이 있을 만큼 인구가 증가하니 벌어진 현상인데, 추후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두 기능을 분리시키는 물리적 제도적인 장치를 해 놓아야 한다.

적어도 둘 사이에 숲이나 공원 등으로 일정부분 분리해놓아야 기본적은 주거의 쾌적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집주변에 화력발전소, 주물단지, 쓰레기매립지가 있으면 살고 싶겠는가? 정도만 다를뿐이지 과거 공단이었거나 대규모 제조시설이 있었던 동네에는 모두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