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김상목/부평자원봉사센터 소장
좀 지난 얘기긴 하지만 미국 언어연구단체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GLM)’에서 2006년도 그 해를 대표하는 영어단어가 무엇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Sustainable’(지속가능)이라는 단어가 선정되었다. 미국에서는 ‘지속가능’이란 이 용어를 일반 대중들이 이미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한편 프랑스에서 2003년부터 ‘지속가능발전’ 주간행사를 실시한 결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의 인지도가 23%(2002년도)에서 64%(2006년도)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성인 1천명을 개별 면접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25.3%이고, 이들이 알고 있는 개념이 실제 개념과 일치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5%에 불과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늦게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이 수립되고(2006년 10월),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제정(2007년 8월)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아직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게 나타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부쩍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 말이 이처럼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에 비해 그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은 얼른 감을 잡지 못하고 생소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를 마치 지식인이나 환경운동가 혹은 일부 정치인들이 정책적으로 만들어낸 신조어(新造語)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용어는 정치적인 용어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低下)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하며,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및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말한다.”라고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서 정의하고 있다. 이 말은 유엔에서 거의 반세기에 걸쳐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낸 미래지향적인 생존전략이다. ‘지속가능발전’이란, 정치적 이념을 넘어 함께 협력하고 함께 공유해 가야할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인천 송도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안에 유엔의 교육연구기관인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ited Nations Offi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UNOSD) 개소식을 가진 지 1년이 되었다. 지난 해 11월에는 센터 개소 후 처음으로 환경부와 인천시가 함께 ‘Rio+20 이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계획 및 이행 역량강화’라는 주제로 ‘지속가능발전 역량강화 국제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인천시는 바야흐로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와 함께 명실상부한 지속가능발전 도시로써의 국제적 위상을 확보한 셈이다.
인천시가 국제적 기구를 유치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건설을 위한 정책을 세워가고 있긴 하지만 역시 일반 시민들은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직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나,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노력이 별로 눈에 띠지 않고 있다. 아무리 봐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계획들이 아직 뜬구름 잡는 얘기로 밖에 안 들린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의제21’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는 있겠지만 논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밑바닥 일반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하여 밑바닥 民을 주체로 세워가는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 시민이 이해하지도 못하고 참여하지도 않는다면 무슨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6월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民과 官이 협력해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참여 과정을 통한 수평적 소통을 강화해 가고 있는 부평구의 모습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라건데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 동네 아주머니, 시장 상인, 일반 노동자 및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이 무엇인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먼저 용어를 쉽게 풀어내고 이들로 하여금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에 참여해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리를 깔아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비전일지라도 참여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으며, 실천하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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