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노동존중경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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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가 '노동존중경영상'을?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1.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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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6단계 노조파괴프로그램’ 협력업체 통해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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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는 지난 12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 시상식에서 ‘노동존중경영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UNGC)의 ‘가치경영대상’에서 선정된다.

공항공사의 설명에 따르면, 노동존중경영 부문은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고용 및 업무에서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우수기업”이 선정대상이 된다. 이번 시상에서 공항공사는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노조)는 UNGC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횡포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UNGC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을 유엔의 산하 기구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하며 “인권, 노동, 환경과 반부패 분야에서의 기업전략을 글로벌 콤팩트의 10대원칙과 결합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틀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UNGC의 10대원칙은 인권과 노동규칙, 환경, 반부패, 이렇게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돼 있다. 노동규칙 항목에 기업은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인정을 지지할 것과 ▲고용 및 업무에서 차별을 철폐할 것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공항공사는 수상의 배경에 대해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철폐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서 상생화합의 노사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작년 4월에 있었던 ‘상생화합 선포식’을 들어 “국내 노사관계의 틀을 탈피한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공항공사는 협력사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상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생프로그램을 통해 공항공사는 협력사 직원의 자녀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항 꿈나무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또, 협력사 직원에게 단합 및 체육행사 지원, 해외 공항 견학, 콘도 및 리조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공사는 수상 소식을 전하며 정창수 공항공사 사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 정 사장은 “기업시민으로서 노동존중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지적하고 “앞으로도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실상은 공항공사가 내세우는 ‘노동존중’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6일(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공항공사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대한 ‘노조파괴프로그램’을 수립하고, 협력업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를 실행하고 있다는 폭로가 있었다. 노조가 제시한 공항공사의 노조파괴프로그램은 6단계 전략으로 구성돼 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단계)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 이전에 적극적인 홍보활동 등을 통해 노동조합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제2단계) 용역계약서에 규정된 ‘갑’(인천공항)의 ‘을’(협력회사)에 대한 직원 교체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쟁의행위 참가자들에 대한 교체요구를 한 뒤, (제3단계) 업체로 하여금 해당 조합원을 해고하도록 하고, (제4단계)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는 등의 경우에는 사건처리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통해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면서 (제5단계) 동시에 조합원들의 탈퇴를 유도해 (제6단계) 노동조합을 사실상 해산시킨다.

이와 같은 노조파괴프로그램은 법률로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를 방해하는 가장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다. 노조법 제81조는 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확인될 경우, 행위자는 최대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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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의원(을지로위원회)이 입수한 인천공항 일부 협력업체가 작성한 공문

공항공사는 최근 각 협력업체들에게 ‘계약위반행위 조치 및 재발방지대책 제출요구’라는 제하의 공문을 내려보내 대응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도급계약위반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계획을 내 놓으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다. 

공항공사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계획을 요구하자 협력사들은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A협력사는 ‘쟁의행위 관련 조치계획(안)’이라는 문서를 통해 △쟁의행위 참가자에 대한 급여를 공제하고, △ 파업참가자에 대해 쟁의행위가 불법이라는 내용과 그에 따른 임금제공을 중단하고, 향후 민형사상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집으로 발송하며, △ 파업행위가 불법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도문을 다시 재공지한다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또, B협력사가 공항공사에 제출한 ‘계약위반행위 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안)’이라는 문서에는 △쟁의행위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주동자와 단순가담자를 구분하여 인사위원회를 통한 징계를 추진하고, △지부장, 사무처장, 지회장 등에 대한 1차 형사고발을 실행하며, △고발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위 문서에는 재발방지대책으로 △각종 공지문과 공문발송 등을 계획하고, △관리자 개별면담을 통해 회유 및 면담을 실시하며, △담당자를 지정해 채증을 강화함과 동시에 압박분위기를 조성하고, △불법행위에 따른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며, △공공운수노조에 대한 전체협력업체 차원에서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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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A가 제시한 쟁의행위 관련 조치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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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협력사 공항공사에 제출한 ‘계약위반행위 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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