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안된 상태에서 주민협의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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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단 안된 상태에서 주민협의체 반대”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4.01.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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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간 불신 반목만 키운 '검증단' 전철 밟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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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청 총무국 경제지원과장과 면담 중인 석남동 연합주민대책위 주민들

사랑방주민대책위, 신광아파트 비상대책위, 신석초등학교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석남동 연합주민대책위’가 1월 10일(금) 주민협의체 구성을 반대한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중단도 안 된 상태에서 주민협의체 설립은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구청은 지난 1월 6일 발표한 ‘SK인천석유화학(주) 공장증설 관련 시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 계획’으로 SK인천석유화학(주)으로 하여금 지역주민과 함께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신뢰회복과 협력방안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SK인천석유화학(주)은 서구청의 조치계획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인천시가 권고한 주민협의체를 성실하게 준비해 왔으며, 조만간 서구청과 협의체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민협의체 구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남동 연합주민대책위는 서구청과 SK인천석유화학이 “입맛에 맞는 몇몇 사람을 선정해 꾸리는 협의체는 주민들의 의사와 반대될 뿐 아니라, 불투명하게 진행된 검증단 구성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며 “주민협의체가 필요하다면 먼저, 공사 중단 후 주민협의체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리고, SK화학공장 증설을 반대하는 관내 모든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주장했다.

석남동 연합주민대책위는 서구청 별관 3층에 위치한 경제지원과를 방문, 경제지원과장과 면담한 후 주민협의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민원서류를 민원실에 제출했다. 그리고 본관 구청장실로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으나 서구청장의 부재로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민 대책위는 대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이정배 총무국장과의 면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주민협의체의 구성안과 운영방안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이 국장은 주민협의체 구성안이 SK인천석유화학 측에서 마련돼 1월 13일(월) 서구청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대략적인 윤곽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 이 국장이 설명한 주민협의체 구성안의 윤곽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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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동 연합주민대책위 주민들은 서구청 대상황실에서 이정배 총무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1월 13일 주민협의체 구성안 나온다

주민협의체는 15명 미만으로 꾸려지며 SK화학공장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참가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우선, 석남1동과 2동, 가정동, 신현원창동 등, 화학공장 인근에 위치한 각 동의 대표가 1명씩 참가한다. 그리고 공장증설 반대활동을 펼쳤던 11개 아파트를 대표해 2명이 주민협의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장 인근에 위치한 8개 학교의 대표로 2~3명 정도, 그리고 공장증설 찬·반 활동을 벌였던 단체 가운데서도 1명씩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시의 감사를 끌어내고 가장 크게 화학공장 증설 반대운동을 펼쳤던 ‘인천 SK석유화학을 반대하는 인천엄마들의 모임’(인천엄마들 모임)은 주민협의체 구성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국장은 “청라엄마들이 제외된 것은 공식적으로 해산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흘렸다. 인천엄마들 모임 또는, 청라지역이 협의체 구성에서 제외된다는 풍문이 있던 터라 이 국장의 발언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었다.

이에 본지는 인천엄마들 모임과 주민협의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인천엄마들 모임 측은 공식적으로 해산을 선언한 것은 ‘인천엄마들 모임’이 아니라 ‘인천엄마들 모임의 집행부’라고 지적하고, 인천엄마들의 공장증설 반대활동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천엄마들 모임을 ‘청라엄마들 모임’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인천엄마들 모임’에 청라 지역주민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SK화학공장 인근에 위치한 학교의 학부형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또, 인천엄마들 모임 역시 “주민협의체 구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의 이유는 석남동 연합주민대책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현재 공사 중지나 위법사항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갈등을 하루 빨리 봉합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인천엄마들 모임은 주민협의체 구성에 대해 ‘SK 환경 위해성 검증단’의 전례를 따르는 행정 과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작년 11월 27일에 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던 ‘SK 환경 위해성 검증단’의 주민설명회에 대해 인천엄마들은 “검증단의 구성과 운영 과정도 불투명하게 진행됨으로써 주민 간의 불신과 반목만 키웠다”며 “행정과오”라고 성토한 바 있다. 

인천엄마들 모임도 주민협의체엔 반대

10일 대상황실에서 가진 이정배 총무국장과 석남동 주민들과의 면담은 약 1시간가량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주민협의체가 ‘어용단체’로 변질될 우려 때문이다. 당장 이 국장이 설명한 협의체 구성안도 문제가 됐다.  

석남동 사랑방주민대책위의 김윤희 씨는 석남1동 동장과 통장이 ‘SK울산공장 견학단’을 모집했던 정황을 들어 이들에 의해 주민협의체에 참여하는 대표가 선발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동 단위로 ‘SK울산공장 견학단’ 모집이 이루어진 것에 윗선의 개입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있어 서구청 또한 신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따라서 SK화학공장 반대활동을 해온 단체를 모두 한 테이블에 모으고, 그 자리에서 주민협의체 구성안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석남동 주민들의 입장이다. 서구청이나 SK인천석유화학이 나서서 주민협의체 구성안을 마련하는 것은 불신만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정배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주민협의체 구성은 1월 13일께 SK인천석유화학이 구성안을 서구청에 제출하면 검토와 협의 등을 거치고, 협의체 활동사항을 정한 규정을 만들어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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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1동에서 바라본 SK인천석유화학의 파라자일렌 공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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