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들의 발랄한 세상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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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들의 발랄한 세상나들이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4.01.20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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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함께한 미술체험 프로그램 ‘그들만의 신의사표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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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트리’, 이곳에 설치된 초상화는 서로 마주보며 그려진 작품이다. 아니들은 타인을 관찰하고 그리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했다.

작년 12월 23일(월)부터 오는 1월 24(금)일까지 한 달간 부평아트하우스에서 청소년들이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과 새롭게 소통을 시도한 결과를 담아낸 ‘그들만의 신의사표현기’라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김윤식)이 문화이용권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이번 미술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기능적인 경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작품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고, 함께 참여하는 동료들과 미술작가들, 그리고 이웃과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예술가 13인이 작품으로 참여했고 전시를 개장한 후에도 SNS에서 또, 오프라인에서 청소년들과의 관계 맺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는 누구다’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이라는 자기에 대한 인식을 갖고 살아간다. 이러한 자아개념은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타인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자아개념의 형성은 주로 가정과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며, 양육자나 선생님처럼 아이에게 권위를 갖는 사람들의 영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번 형성된 자아개념은 그 사람의 일생에 걸쳐 삶에 영향을 끼친다. 또,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해온 아이들이라면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자신을 ‘미운 오리새끼’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마냥 두려운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이들은 바깥세상을 피해 자기들만의 세계로 파고들려고만 할 것이다. 

‘그들만의 신의사표현기’는 바로 ‘미운 오리새끼’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기 위한 사회의 관심이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아이들은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과 서로의 모습을 관찰하는 계기를 가졌다. 그리고 그 시선을 자신이 사는 공간과 사회로 돌리며 세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이번 프로그램은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타인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이를 위해 자신이 손을 내밀었을 때 따뜻하게 반응해주는 이웃을 만나면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과정 속에서 ‘미운 오리새끼’들은 새롭게 탈바꿈하는 자신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 류성환 문화기획자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문화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문화이용권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큼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소외된 청소년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해 고민했다”라며 “청소년 개개인 그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그들만의 신의사표현기’에는 동산고등학교와 중학교, 숙골로 공부방, 인천광역시 청소년중장기쉼터 ‘별마루’ 등의 기관에서 약 3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다. 이들은 1주일에 3시간씩 참여 작가들과 교류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가와 청소년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카톡’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통을 확장함으로써 더욱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시는 1월 24일(금)까지 부평아트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부평아트하우스에서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관련 문의는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참조하거나 문화교육팀(032-521-4912)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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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길에서 만난 이웃들이다. 작품을 위해 타인의 협조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세상의 또 다른 시선을 발견하고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작품은 사진을 찍어 프린트한 후, 가위로 오리고 뒷면에 흰색을 덧칠해 쇼윈도에 붙여 완성했다. 시간과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게 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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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길 생각, 그 무엇!’ 아이들이 직면한 상황을 사물과 공간 등의 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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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주세요!’ 반갑게 인사하는 형상을 응용해 마치 하늘을 날거나 축구를 하는 모습을 표현해 아이들이 가진 이상을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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