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47)
2014학년도에 수능 자연계 만점 받은 학생이 서울대 의대에 면접점수가 좋지 않아 떨어졌다. 그 학생은 떨어지고 나서도 자기보다 인품이 좋은 학생이 의료계에 많이 왔으니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다고 페이스 북에 올렸다고 한다. 자기가 불합격하고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을 축복할 정도의 인성을 지닌 학생이라면 면접에서 충분히 가려낼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영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10여 년 전에 A레벨(고교졸업자격 및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은 영국학생이 옥스퍼드 내지 케임브리지 의대에 불합격하여 미국으로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간 일이 있었다. 많은 교육학자들이 옥스브리지가 소외계층의 학생들을 차별한다고 비판했다. 즉 면접에서 그 학생들이 보여 주는 문화적 자질이 중산층 면접관들에게는 낯설기 때문에 그 학생이 탈락되었다는 요지였다. 반면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 학생이 면접에서 자신감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에 탈락했다는 면접관의 말을 믿는다. 그만큼 영국인들은 고등학교교사의 평가와 대학의 입학사정을 믿는다는 의미이다. 사실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교에서 유사한 결정을 내렸다면 과연 우리나라 학부모가 그 대학을 신뢰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전 세계 대학순위로 10위권 안에 드는 런던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가 있다. 그 학교에 석사과정에 입학한 한국학생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지방대학교 출신이었다. 전라남도 시골의 신설대학교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했는데 대학교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안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취업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학생은 택시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모았다. 하지만 특수한 전공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운전 중에 손님이 없으면 언제나 영어회화카세트를 틀어 놓고 다녔다고 한다. 기사생활 2년을 하고 런던대학교에 지원을 했는데 입학허가서가 도착했다고 한다. 다만 영어실력이 모자라므로 입학 전 3개월간 논문작성법을 포함한 어학연수를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어학연수에서 대학원이 요구하는 점수를 취득하고 나서 석사과정에 입학한 후 영국지도교수가 본인을 왜 합격시켰는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 사람은 대학교 때 학점도 좋지 않고 영어도 썩 잘 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대학교 교수의 추천서가 좋아서 합격된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영국지도교수는 한국교수의 추천서에 “나는 이 학생이 물리학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고, 앞으로 이 학생이 무엇을 공부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쓰여 있다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과거에도 공부를 안했고 앞으로도 전혀 공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악의 추천서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 학생을 합격시켰는지 물어보자 그 영국교수는 “나는 네가 2년 동안 택시운전을 하면서도 물리학공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합격하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리라 믿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똑같은 임페리얼 칼리지가 한국의 최고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학생을 박사과정에 합격시켰다. 그런데 출국하기 얼마 전에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석사를 한 번 더 하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는 너무도 자존심이 상해서 런던대학교 다른 칼리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위의 두 사람을 보았을 때 한 명은 한국에서조차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대학을 나왔고 또 다른 한 명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학과 대학원을 나왔는데 두 학생을 똑같이 석사과정으로 입학시키려고 한 것은 한국의 교육에 익숙한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영국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보면 영국대학의 입학결정이 참 유연하고 그 결정에 국민의 불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한 일본학생은 은행에서 2년을 근무하다가 공부에 뜻을 두고 무작정 런던대학교 교수의 사무실에 찾아가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후 긍정적인 답을 듣고 입학지원을 하여 합격한 경우도 보았다. 또한 한 대만출신의 학생은 3년제 대학을 졸업했는데 바로 대학원에 입학했고 똑같은 조건의 일본학생은 영국에서 1년 더 학사과정을 하고 학사학위를 받은 후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영국대학은 그 학생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도전정신과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국대학 교수의 입학허가에 대해서 영국인은 거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국은 고등학교든지 대학교든지 교사나 교수를 믿는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의 자연계 만점학생이 면접에서 불합격되었다는 뉴스는 우리나라도 대학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서울대와 유사한 결정을 내릴 때 불만이 없을지는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영국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개인이 노력만 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입시제도의 변화는 모든 학부모들의 최대관심사이다. 공교롭게도 학부모들의 불만을 예상했는지 서울대의 결정과 함께 올해 입시부터는 대학입학전형을 단순화시킨다고 대학교육협의회는 발표하였다.
만약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고 나중에 대학을 가고 싶으면 A 레벨을 보지 않고도 대학입학 기초과정 등을 통해서 언제든지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마치 패자부활전처럼 나중에 공부하고 싶으면 다양한 경로를 거쳐 공부할 수 있고 그 결과 받은 자격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지금과 같은 입시지옥은 조금이나마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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