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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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1)
  • 김진숙(인천교육연구소 연구원, 인천남동고)
  • 승인 2014.05.13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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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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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EBS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자본과 비리의 폭력으로 생을 마감한 세월호의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온갖 형태의 폭력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이 사회에서 모든 폭력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3월 12일자 칼럼에서 필자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학생부 기재는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의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고민에서 이글은 출발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2회에 걸쳐 학교폭력의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병을 제대로 고치려면 그 원인부터 살펴서 치료해야 한다. 단순히 나타난 증상만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요법은 일시적일 뿐, 오히려 병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우선 학교폭력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진단해 본다.
 
학교폭력의 원인 진단
 
학교폭력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폭력적인 학생 개인의 문제인 것인가?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학교폭력은 다양하고 심층적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인 것이다. 우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회적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물질이 우선시되는 풍토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나 목숨까지도 경시되는 풍조, 의도와 과정의 중요성은 무시당한 채 결과만이 중요시되는 사회의 분위기 등 부정적인 사회의 모습은 성장기 학생들의 가치관에 내면화되어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정의 해체와 빈곤 문제, 그에 따른 부모 역할의 부재 등도 사랑과 관심, 돌봄의 결핍으로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원인은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적만을 중요시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은 대학입시 외에 학생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공부를 못하면’이라는 갖은 협박으로 아이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교육이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은 사라지고, 공부는 오직 사회에서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다리로서의 역할로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학교는 성적이 좋아서 성공을 보장받는 아이들과 성적이 나빠서 사회에서도 실패하는 낙오자로 아이들을 나누고 있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소외감만을 줄 뿐이다. 오로지 대학입시의 관문으로 자리 잡고 앉아 틀린 걸 체크하는 시험과 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제재하는 온갖 통제로 아이들을 옭죄는 곳이 학교이다. 아이들은 재미없는 공부에 흥미를 잃고, 틀릴까봐 두려워하며, 배움에 주눅 들어 있다. 그리고 성적으로 인한 온갖 스트레스에 찌들어있다. 학교가 배움의 장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서, 학교폭력은 어쩌면 아이들의 영혼에 폭력을 가하고 있는 학교교육이 만들어낸 학교의 자화상일는지도 모른다. 결국 교육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과 교육 시스템, 진정한 배움에서의 소외 현상이 학교 폭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소외되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와 분노를 폭력의 형태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사회와 학교가 만들어낸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의 악순환
 
학교폭력이 단순히 폭력성이 강한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학교폭력의 가해자를 단죄하는 것만으로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폭력의 정점이 사라지면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학교폭력은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드러내고 있다. 그 예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 대해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하는 상황을 학교현장에서는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괴롭힘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어기제가 때로 또 다른 괴롭힘의 대상을 찾아 헤매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가해 학생을 처벌하고 나면 학교폭력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심각한 착각이다.
 
학교폭력은 때로 우울과 절망, 무력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더욱 큰 폭력으로 자라나기도 한다. 그에 대한 단적인 예로 미국의 ‘콜럼바인 고교의 총기난사사건’을 들 수 있다. 왕따를 당하던 두 학생이 학교에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교사 등 13명을 죽인 사건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두 학생의 분노와 무력감이 정신적 파괴로 이어져 결국 끔찍한 폭력으로 표출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던 ‘볼링 포 콜럼바인’의 감독 마이클 무어는 사건이 일어난 리틀턴 마을의 청소년들을 인터뷰하며 특히 저소득층 주민들이 많이 사는 이 동네에서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일자리 부족, 학교폭력, 왕따와 같은 어두운 현실이 존재하는 한 비슷한 총기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말대로 이후 이와 비슷한 총기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난다. 미국의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사회적 폭동이나 반항 사건의 주모자들 중 71% 정도가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환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자라나서 다양한 형태로 변태를 거듭한다. 학교폭력이 중?고등학교에서 끝나지 않고 대학, 직장, 노년층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학에서는 속칭 ‘아싸(아웃사이더)’라는 형태의 왕따 문화가 번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13년 1월에 발표한 ‘직장 내 따돌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가운데 86.6%가 한번 이상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직장 내 따돌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직장인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학교 따돌림과 직장 따돌림의 연관성’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57.9%가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고령화 사회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왕따 현상이 노인 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사회에서의 왕따 현상 역시 학교의 왕따 현상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사회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단순히 학교 안의 문제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될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은 많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으며, 사회가 병들어가고 아프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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