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인천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된다는 걸 알았다. 인천시티투어버스는 말 그대로 인천의 다양한 볼거리와 관광지 주변을 둘러보고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버스라 할 수 있다. 인천을 잘 안다고 해도 실상 자신이 속한 집단, 관계 등에 의해 한정지어질 수밖에 없는데, 나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가본 곳이라고는 내가 살던 주안과 제물포 근방, 동인천 지하상가, 송도유원지 정도가 전부였다. 인천에 살고 있었지만 인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전무했다. 인천은 그저 내 삶의 공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천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평소에는 가보기 어려운 몇 곳을 둘러보는 일이 내게는 꽤 흥미롭게 여겨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인천시티투어는 안내와는 달리 동절기에는 거의 운행하지 않았고, 하루 네 번만 운행한다고 했다. 인천이 관광도시가 아닌 탓인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굳이 외국인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단체 등에서 인천을 알고 둘러보기에 좋은 체험활동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인천시티투어버스 노선은 인천역→ 월미도→ 인천항 갑문→ 월미전통공원→ 인천항 내항→ 인천대교→ 을왕리해수욕장→ 경인아라뱃길을 둘러 인천역으로 오는 시내순환코스가 있고, 인천역→ 한국이민사박물관→ 인천항 갑문, 내항→ 송도국제도시→ 인천대교→ 인천국제공항 전망대→ 을왕리해수욕장→ 경인아라뱃길→계양역을 둘러 인천역으로 오는 시내테마코스가 있었다.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강화코스도 있는데 인천역→ 고려궁지→ 용흥궁→ 강화평화전망대→ 고인돌→ 강화인삼센터→ 인천역으로 오는 A코스, 인천역→ 초지진→ 광성보→ 전등사→ 농경문화관→ 강화인삼센터→ 인천역으로 오는 B코스가 있었다. 각자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 인천역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그러나 며칠 전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갔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노선이 대폭 줄어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의아했다. 작년에 시티투어버스를 탔을 때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1회차 운행 버스에 오른 사람은 나를 포함해 10여명도 채 안되었다. 적자운영을 우려했는데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았다.
나는 시내테마코스를 도는 11시 출발 버스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인천항 내항과 갑문을 관광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첫 목적지는 얼마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월미도에 자리한 한국이민사박물관. 하와이를 시작으로 멕시코, 쿠바, 브라질 등으로 이어진 가슴 아픈 이민의 역사와 삶을 조명한 곳이다.
버스는 이민사박물관에서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인천항 내항으로 향했다. 알다시피 인천항 내항은 조수 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대형 선박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갑문식도크를 설치한 곳이다. 내항과 갑문은 밀수, 밀항 등의 위험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평소에는 들어가 볼 수 없는 내항과 부두를 직접 보고 돌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리지는 못하고 천천히 갑문과 내항을 돌아봐야 했다. 갑문에 도착했을 때는 목재를 가득 실은 대형 선박이 갑문에서 물 높이를 맞추기 위해 들어와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내항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록 버스 안이었지만 8부두를 시작으로 부두에 산적해 있는 곡물, 컨테이너,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 H빔 등의 철강제품, 포클레인 등의 위용은 인천이라는 도시가 항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곳임을 알게 했다. 어느 도시를 관광하더라도 구경하기 쉽지 않은 곳 중의 한 곳일 터였다.
그 다음에 도착한 곳이 송도신도시, 그 중에서도 인천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는 컴팩스마트시티였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곳이기도 하고 낯부끄러워진 곳이기도 했다. ‘컴팩ㆍ스마트시티는 국내 및 해외 도시의 홍보관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도시 마케팅 개념을 적용하여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입니다. 이는 지리적으로나 기반시설 그리고 첨단기술의 중심인 인천에서 도시 홍보와 투자유치를 활성화 하는데 크게 기여하며, 구(舊)도시와 신(新)도시를 연결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거점기지역할뿐만 아니라 인천을 대표하는 도시아이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라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설명은, 원형공간에 물과 바람의 특수연출을 활용한 5D입체영상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구름과 물, 나무의 특수연출로 인천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준다는 기획이었지만 정작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눈 깜짝할 사이 휘둘리는 입체영상과 특수연출의 산만함으로 그 빛을 잃었다. 영상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물을 입체영상화한 물방울의 웃음뿐이었다. ‘스마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체가 전도된 조악한 수준이었다. 이 영상을 인천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어떤 눈으로 볼까 부끄러워졌다. 게다가 2층에 있다는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인천 모형관은 구경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67층 높이의 동북아무역센터와 해수를 끌어들인 센트럴파크, 수상택시 등 독특한 볼거리는 구경조차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이민사박물관이나 인천항이 인천의 과거와 일정부분 맥을 같이 한다면 송도신도시나 인천공항, 아라뱃길 등은 인천의 현재,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인데 송도 신도시를 그렇게 잠깐 훑듯이 지나가며, 조악한 5D 영상이나 보여주는 것은 필히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인천대교를 건너 을왕리해수욕장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를 포함해서 주어진 한 시간은 서둘러 밥을 먹고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기에도 벅찬 시간이었다. 그 다음부터 코스가 대폭 줄어 있었다. 작년에는 코스에 포함되었던 공항 전체를 구경할 수 있는 인천공항 전망대가 코스에서 빠져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항과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 서서히 이륙하는 비행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몇 분 간격으로 활주로를 타고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내는 굉음을 들으며, 저렇게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게 새삼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 코스가 빠져 있었다. 속사정이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경인아라뱃길이었다. 경인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이어주는 총 18km 물길이다. 23층 전망대에 오르니 푸른 바다와 자잘한 섬들이 보였다.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는 4대강 국토 종주 자전거 길의 시발점이기도 한 곳이다. 1층에는 사이버로 배를 타고 갑문식도크 체험을 해본다거나, 핸들을 직접 조정하면서 사이버 유람선을 운전해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자료들도 볼만했다. 계양역으로 향하는 동안, 아라뱃길 옆으로 난 자전거 길은 꼭 한 번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일게 했다. 자전거 길이 지루하지 않게 중간 중간 만들어놓은 정자, 바람개비, 전통 옹기, 폭포 등도 산책하기 좋은 곳임을 말하고 있었다. 물론 경인아라뱃길이 처한 여러 가지 환경문제나 예산문제, 활용 등은 뒤로 미루어놓고 관광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랬다. 계양역에 다가갈 때쯤 유람선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유람선을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몇 없었다. 화물선도 유람선도 아라뱃길을 따라 운행하기에는 역부족인 문제점들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구경하는 게 뭐 문제가 될까마는 마음이 그저 풀꽃과 물로만 향하지는 못했다.
어느 여행가는 각 도시를 여행할 때, 그 도시의 시티투어버스를 먼저 타 보면서 그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다음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을 세세하게 둘러보는 식의 여행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인천의 시티투어버스는 어떤가. 다른 지역과는 다른, 인천만의 특색을 보여주고, 관광객을 유치할 그 무엇이 없을까. 적자운행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시티투어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이 없을까. 1만원이 아니라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학년 전체의 수학여행이 아니라 한 반 정도의 체험학습으로 시티버스를 활용한다거나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등의 수강생들의 체험코스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행정을 모르고 떠드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투어버스 배차 시간이 줄고, 코스가 줄고 인천의 진면목보다는 껍질만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기에 시티투어버스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도시를 구경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게다가 평소에는 잘 가볼 수 없는 곳까지 가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점들이 많았다. 인천시티투어버스의 적극적 활용방안을 모색해보는 일은, 인천의 원도심 살리기와도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다. 인천시나 구에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는 줄 안다. 인천시티투어버스가 원도심과 신도시를 잇는 교량역할을 할 수 있지도 않을까. 몇 가지 사항이 개선되고 의욕적으로 시티투어버스 운행 방안이 마련된다면 타 지역에서 온 지인들에게 꼭 한 번 투어버스를 이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인천을 알리는 교육적 나들이로 좋을 것 같았다. 바다와 하늘을 다 가진 도시. 인천에 대한 자긍심이 한 단계 높아질 날을 기약해본다. (연재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