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가고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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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가고 오는 것
  • 이수석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 인천석남중학교)
  • 승인 2014.06.04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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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54)
학생들의 문자.jpg
세월호 탑승했던 학생들의 문자들
 
 
세월은 가고 또 오는 것.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오는 세월 막지 못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내 제자들이 내 자식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도 스승과 부모의 마음이다. 내 제자와 내 아들 딸이 부디 나보다 낫기를 바라고 더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의 소망을 다시 적어본다.
 
“안전한 나라, 위험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국가의 보호 안에서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의 수입도 늘어나고 저도 용돈을 올려 받았으면 좋겠어요.”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이 정착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무슨 보호대상자, 한 부모 자녀 등등의 주홍글씨가 없는 평등한 학교생활이 되었으면 더욱 좋겠어요.”
 
“부정과 비리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돼지만도 개만도 못한 어른(?)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런 어른들이 살 수 없는 깨끗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빠와 엄마가 저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원비와 방과 후 학교 활동비, 기타 등등의 교육비가 너무 많아요.”
 
“저희들이 가고 싶은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꽉 짜인 시간표대로 살기에는 재미가 없어요. 1등부터 꼴등까지, 사실 모든 게 서열화 되어 있잖아요. 이런 거 어떻게 바꿀 수 없을까요?”
 
“저의 진로를 제가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의 대리만족을 위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고 싶어요. 고등학교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나와서, 별 재미없는 일을 하며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재능과 끼를 발휘하며 살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어른들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면서요. 그럼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그럼 우리도 행복해 지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글 중에,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지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행복을 밖에서 찾으려고만 한다. 그것도 멀리 있고 거창한 곳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 더 안타까운 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하면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난 왜 저애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할까? 난 왜 저애처럼 키가 크지 않을까? 우리 집은 왜 저 집처럼 부자이지 못할까? 우리 아빠는 왜 저 친구의 아빠처럼 멋있지 못할까? 엄마는 왜 고등학교 밖에 안 나왔어? 왜 우리 집은, 왜 나는, 왜…….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건 무엇이든지 꾸물거린다는 거다. 누가 불러도 어떤 상황이 닥쳐도 꾸물거리기만 하지 달려 나가는 법이 없다. 아주 좋은 기회인데도 꾸물거리다가 놓쳐 버리고, 반드시 피해야 할 위험인데도 아쉬움에 남아 머뭇거리다 그 위험을 온전히 맞이한다.
 
반면에 성공한 사람들은 언제나 준비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을 가장 빨리 움직이기 위해 준비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도 위험을 피하고,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사실 위기라는 건 위험과 기회의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다음’이란 말은 의미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나에겐 언제나 기회이면서도 위험이 될 수 있다. 지금 접하는 작은 기회를 소중하게 여겨서 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다음에는 조금 더 큰 기회가 올 거고 잡을 수 있다. 한 번에 급작스럽게 오는 건 없다. 인생에서 위기와 기회는 인간에게 준비할 시간을 언제나 준다.
 
이런 걸 통계로 낸 보험회사 직원도 있다. 192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의 직원이던 허버트 H.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다. 그는 5천여 건에 달하는 노동재해를 통계분석 하면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와 관련 있는 소형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소형사고 이전에는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1 대 29 대 300 통계를 근거로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 <하인리히 법칙>, 김민주 저, 도서출판 토네이도, 2008).
 
이제 발상의 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 작은 일들은 쌓이고 쌓이면서 하나의 성공과 성장의 핵이 된다. 그 핵이 구르고 굴러 크나큰 일을 이루어 낸다. 이것이 산업재해 예방에서 성공과 성장을 위한 방법의 ‘역(逆)하인리히 법칙’이 아닐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한 번에 커다란 일을 해낼 수는 없다. 큰 업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은 실적이 있기 마련이다.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이미 29개의 작은 실적과 300개의 더 작은 실적을 경험했다.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칭기즈 칸이 그랬고, 이순신 장군이 그랬고, 나폴레옹이 그랬고, 또……,
 
‘어느 날 갑가기 성공이 나에게 찾아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성공이란 말이 부담스럽고 너무 경쟁적이라면 ‘성장’이라는 말을 쓰자. 어른이 단순히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걸 지혜롭게 견뎌온 사람들이 어른이다.
 
너희 아빠와 엄마의 손과 발을 한번 잡아 살펴보자. 마디와 마디는 엄청 굵고 거칠다. 그 손과 발에 쓰여 있는 세월 속의 수많은 상처와 슬픔과 실패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손과 발의 마디마디에 있는 또 다른 기쁨과 성공은 또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오늘까지도 버티고 견디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고, 그 힘은 무얼 일까?
 
그 힘의 원천은 ‘그래도 ……’라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고, 바로 너희에 대한 기대감과 책임감이다.
 
그래도 내일 다시 태양을 뜰 것이다. 똑 같은 태양이지만, 그 태양은 어제와 똑 같지는 않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태양이 뜨는 것처럼, 오는 세월은 언제나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힘내자! 세월호는 갔어도 우리 기억에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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