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5일, 중구에 거주하는 김홍빈 씨가 중구와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뜻있게 사용해 달라며 중앙동1가 18번지(386.8㎡) 소재 시가 6억 이상의 토지를 중구에 기부채납 했다.
김 씨가 기부한 땅은 국내 최초 서양식호텔인 대불호텔이 있던 자리. 기부자 김씨는 김홍섭 중구청장의 친동생이다. 지난 해 중반 김홍섭 중구청장이 인천시에 중구청 일대 고도제한 등 규제완화를 건의한 것을 두고 인천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구청장의 친인척 배불리기’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불호텔 터를 포함한 중구청 일대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지가 상승 등 김홍빈 씨가 수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홍섭 중구청장은 동생을 설득해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김씨는 해당 부지를 중구청에 기부채납 했다.
대불호텔은 1888년 일본인 해운업자가 지은 3층짜리 벽돌 건물로 지난 1978년 철거됐다. 오랫동안 터만 남아 있다가 2011년 상가 건축과정에서 옛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유구(遺構)가 출토됐다. 문화재 관련 법에 따라 문화재 발굴 작업이 진행됐고, 문화재청은 지자체에 터를 원형 보존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중구는 지난해 11월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지난 1월 24일에는 ‘대불호텔 터 활용 기본계획 및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의 합리적 조정안 수립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지식산업연구원은 확보된 고증자료(문헌자료, 평면실측조사, 사진 등)를 바탕으로 ‘장소성을 부각한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안과 ‘옛 대불호텔을 복원’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중구청 문화재팀 견수찬 학예사는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옛 건물의 외형 그대로인 3층 건물로 복원에 가까운 재현을 추진 중이다. 문화시설(전시관)로 활용하는 방안을 문화재청에 건의했고 현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모른다”고 했다.
대불호텔 유구가 발견된 3층 벽돌조의 대불호텔 터와 바로 붙어있는 2층 목조의 최초 대불호텔 자리의 활용방안에 대해 묻자 견 학예사는 “그곳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메인에 대한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며 “연계해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하고 싶은 건 확정했고 결과가 나오면 설계 후 시공 준비를 하면 된다. 우리도 기다리는 중이고, 문화재청에서 통보를 받으면 인천시와 협의해서 작업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항간에 현재 2층으로 허가난 것을 4층으로 증축 심의 중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소유자가 중국음식점을 짓는다는 것이다. 건물은 현재 중구가 소유하고 있으며, 중구청 건축과 김상규 실무관은 “증축 심의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대불호텔 자리는 임시보존 조치로 모래를 깔아놓았다. 비가 오거나 하면 땅이 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복터 아래에는 건물의 평면 구조를 짐작케 하는 붉은 벽돌이 최대 1.7~1.8m 깊이로 파묻혀 있다. 건물은 정사각형으로 추정되며 지상 1층에 6개 정도의 격실과 함께 지하실과 계단 등 지하 구조물도 확인됐다.
'대불호텔'은 일본인 호리 리키타로가 인천에 개관한 것으로 1887년 착공해 1888년(고종 25년)에 완공했다. 서양문물을 국내에 들여오는 외국인 손님을 위해 개항장 인천에 한국 최초로 세워진 근대식 호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