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위암 사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의식이 없어서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든지, 기력이 없어서 기본적인 거동 조차 할 수 없다든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심장이 뛰고, 숨을 쉰다면 살아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냥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사람들 마다 각자 다른 필요조건을 떠올리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잘 먹고, 먹은 것을 시원하게 내보내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속이 불편해서, 혹은 아파서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삶을 행복하게 느끼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죠. 그러한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시작을 내시경을 통해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식후 속이 거북하거나 가스가 차오르는 것 같은 증상, 약간의 복통, 경미한 속쓰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을 흔히 뵐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경미한 위염을 의심해 볼 수 있으나, 지금 말씀 드린 증상들은 위암의 증상이기도 합니다. 더욱 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초기 위암의 경우 80%의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 자체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한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갑상선암 제외) 중 1위는 위암으로 전체 암 발병의 18.1%를 차지하고 있었고 2위는 대장암으로 15.5%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즉, 내 몸에 암이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 위와 대장인 것입니다. 주요 암종별 연령군별로 발생률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 40대에는 위암과 간암이, 50-60대에는 위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였으며 여자의 경우 65세 이후에는 대장암과 위암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 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4%였으며 남자는 5명중 2명(37.6%), 여자는 3명중 1명(33.3%)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암의 생존률은 과거와 비교해서 큰 향상을 이뤘습니다. 암의 생존률은 진단 후 5년 생존률로 가늠하는데 위암의 경우 93년 조사의 경우 5년 생존률이 42.8%였으나 2010년은 67.0%로 이전 대비 56%의 발전을 보였고 대장암 역시 93년 54.8%였으나 2010년 72.6%로 32%의 향상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생존률 향상은 항암제의 개발, 수술 방법의 혁신, 전반적인 의료 질 향상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 중 가장 주요했던 부분 중 하나는 내시경을 통한 위암, 대장암 조기 진단의 향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근거로 초기 진단만 된다면 조기위암의 경우 5년 생존률이 95% 이상 되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즉, 초기에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을 일찍 발견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수술을 비롯한 완치적 치료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암으로부터 생존할 확률이 증가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서도 무증상이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2년마다 위내시경(혹은 위장조영술), 50세 이상에서는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위암이나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위암이나 대장암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이보다 이른 연령에서 위, 대장내시경을 권유하며 주기적인 추적관찰을 요합니다. 조기 암 진단 및 치료 뿐 아니라 암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내시경을 통해 진단되었다면 수술이 아닌 내시경을 통한 전암 병변에 대한 완치 역시 기대 해 볼 수 있습니다.
비단, 암 뿐만 아니라 역류성 식도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점막 하 종양, 정맥류, 위/대장 용종, 베체트 장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등 수많은 위장관계 질병이 내시경을 통해 진단되고 치료될 수 있습니다. 내시경을 받으려고 계획하는 환자분이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은 ‘내시경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아프고 힘들지 않을까?’ 일 것입니다. 그러나, 숙련된 전문가에 의해 내시경을 받으시고, 내시경 받는 도중 지시에 잘 따라 주신다면 생각하신 것처럼 고통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수면(진정)을 통해 고통을 거의 혹은 완전히 느끼지 않고 내시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내시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김광현 IS한림병원 소화기센터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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