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역에서 시작해 차이나타운, 신포시장, 자유공원 등을 잇는 개항장 도보관광코스가 지난 5월에 조성됐다.
2012년 문화관광부 공모에 선정돼 추진된 '근대역사문화회랑 조성사업'은 인천 중구의 풍부한 근대역사자원과 개항도시의 정체성을 활용, 도시관광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추진됐다.
총 9억원(국비 4억 5천만원, 시비 2억 2천 5백만원, 구비 2억 2천 5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개항길 조성사업, 역사문화플랫폼 조성사업, 문화관광콘텐츠 개발사업, 관광안내폴(키오스크) 설치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역사플랫폼, 관광안내폴 설치는 지난해 완료된 바 있다.
▲ 개항장 주변의 역사 자원을 따라 걷는 도보 코스 ⓒ 중구청 제공
개항 길 조성사업은 개항장 문화지구와 월미관광특구 일원에 근대문화유산을 볼 수 있는 3km 내외의 도보코스를 발굴, 조성하는 것으로 기획됐다. 탐방구간에 역사이정표, 안내판 등을 설치해 개항장의 모습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도보코스는 총 2.2km로,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노선 및 콘텐츠 연구에는 역사학자, 향토학자, 박사, 교수 등 지역의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 4-5명이 참여했으며 3, 4개월간의 자료수집 및 조사를 거쳐 지난해 밑그림이 완성됐다.
‘역사문화회랑’이라는 말 그대로 회랑, 즉 둘러 따라가는 것이다. 건물의 주요 지붕 아래를 돌며 역사를 느끼는 방식이다.
중구청 관광기획팀 이철식 실무관은 “중구에 역사 자원이 80개 정도 있다. 모든 역사를 다 아우를 수는 없고, 관광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이 중 27개 자원을 선정했다. ‘근대 틀’ 내에서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2, 3개의 노선을 검토, 샘플링해서 관광객이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도보관광을 할 수 있는 코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단계 사업으로 지난 5월 중구에 ‘개항 길’이 조성됐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년에 중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2단계 사업이 추진된다. 2단계 사업계획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
▲ 보스턴 ‘프리덤 트레일’의 이정표. 빨간 벽돌을 따라 이동한다(좌), 역사적 장소에는 이런 표시가 박혀있다(우)
미리 예약하면 그 당시 복장을 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표지가 잘 돼 있고 곳곳에 안내소가 있어 가이드 없이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 다음 카페 ‘산모퉁이’
▲ 중구 ‘근대역사문화회랑’ 판석과 이정표.
중구는 투어 코디네이터들이 이 길을 따라 관광객들을 안내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다.
ⓒ 이재은
중구의 근대역사문화회랑은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을 벤치마킹했다. ‘프리덤 트레일’은 미국 혁명과 관련된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관광코스로 거리가 총 3마일에 이른다. 보스턴 코먼에서 시작해 찰스톤 소재 벙커힐 기념탑을 끝으로 총 16개 지역을 돌아볼 수 있다. 얼마나 자세히 보느냐에 따라 소요시간이 최소 90분에서 반나절까지도 걸린다.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의 ‘프리덤 트레일’을 따라 보스턴을 걷는다.
중구의 이정표는 동판으로, 직사각형의 판석은 화강석으로 만들어졌다. 총 2.2km 구간에 이정표는 11개, 판석은 총 50개가 설치됐다. 관광개발팀 박동근 실무관은 “이름이 적힌 이정표는 장소성이 부각돼야 하는 곳에, 직사각형의 ‘근대역사문화회랑’ 판석은 일정한 간격 없이 시각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곳에 임의로 고정했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이고 코스 발굴에 에너지를 쏟은 만큼 많은 중구는 지역주민 및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고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행정 차원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자원을 지키고 살리는 데 시와 중구청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