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잘 나가는 가요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아닐까? 10월 말 가수 이용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하는 <잊혀진 계절>로 한해 수입을 벌어들인다던데, 버스커버스커는 어떨까? 길어야 보름 동안 흐드러졌던 벚나무들은 어느새 작은 꽃잎들을 떨어뜨린다. 꽃봉오리를 떨어뜨리는 동백처럼 처절하진 않아도 눈꽃처럼 쏟아지는 벚나무의 꽃잎들을 보는 이는 아쉽기만 하다. 1년을 기다려야 벚꽃의 숲 그늘을 만끽할 테니까.
4월 둘째 주말이면 인천대공원은 인파로 발 딛을 틈이 없어진다. 때마침 만개한 벚꽃은 환상적 아름다움을 상춘객에게 아낌없이 선사한다. 인천대공원의 벚나무는 건강하다. 자동차나 공장과 같은 대기오염원이 주변에 없을 뿐 아니라 햇살이 풍성하고 땅이 기름지다. 하지만 간선도로와 이어지는 이면도로의 벚나무는 지저분하다. 껍질이 시커멓게 갈라진다.
벚꽃이 만개할 때면 인파로 혼잡한 이면도로를 걷는다. 이 나이에 꽃구경 나갈 청승맞은 이유는 없다.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에 이어 흐드러진 벚꽃에 얼마나 많은 꿀벌이 찾아오는지 궁금할 따름인데, 올해도 한 마리 볼 수 없었다. 한여름이면 분꽃 씨 크기의 열매가 보행자도로에 떨어져 구두나 운동화 바닥의 홈에 끼곤 하던데, 바람이 꽃가루를 수정해준 것일까? 꿀벌이 없는 만큼 벚나무의 건강이 전 같지 않겠지.
도시에 꿀벌이 찾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주변에 벌통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만 외곽의 꿀벌을 유인할 생태계가 도시에 열악하기 때문일 것이다. 외곽 생태계가 녹지축을 타고 도심으로 연결되고, 녹지와 더불어 맑은 물이 흐르거나 머무는 습지가 도시 곳곳에 이어진다면 꿀벌은 물론 크고 작은 새와 청설모가 근린공원이나 봄꽃들이 만개한 가로수까지 다가온다. 하지만 도시의 숲과 가로수는 외롭다. 시민의 눈을 잠시 시원하게 하는데 그친다. 지속적 관리가 없으면 근린공원의 조경수도 오래 건강할 수 없다.
벚꽃이 아름답던 시간,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았다. 상춘객의 눈과 코, 그리고 기관지를 버석거리게 한 미세먼지는 대부분 오염물질 저감장치가 없거나 열악한 자동차에서 분출되었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극성이 아니었다. 간선도로의 느티나무 가로수들이 시름시름 앓는 이유 중의 하나일 텐데, 저감장치 없는 자동차의 도심 통행을 억제하고 제한속도를 줄이며 녹지와 습지가 도로 주위에 이어진다면 미세먼지는 줄어든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우리 정부는 그저 마스크 착용만 권한다.
드넓었던 갯벌이 인천과 서해안에 남았다면 중국의 미세먼지는 상당히 줄었겠지만 만시지탄이다. 항만을 오가는 대형트럭은 물론, 도심을 통행하는 디젤 차량에 확실한 저감장치의 부착해도 인천시민의 폐는 지금보다 건강했을 게 틀림없다. 간선도로 중앙에 가로수를 충분히 심어 상하행을 분리하면 완화되겠지. 유럽은 간선도로 뿐 아니라 이면도로의 중앙도 가로수로 분리한다.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면 가능하다. 그뿐인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편한 도시에 미세먼지는 드물다.
도로 주위에 악취 없는 물이 흐른다면 도시는 더욱 깨끗할 수 있다. 프랑스가 그렇다. 도시에서 배출하는 막대한 하수를 중간에서 처리해 도로 옆으로 흐르게 유도한다면 가로수도 건강해지고 근린공원의 조경수도 건강해진다. 미세먼지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외곽 생태계가 물길과 더불어 생태축이 되어 이어진다면 많은 동식물을 도심으로 끌어들인다. 속도를 줄인 자동차마저 드물어진 도로에 자전거가 물결칠수록 시민은 더욱 건강해지겠지. 속도보다 중요한 여유가 생활에 깃들겠지.
초고층 빌딩 사이를 고속으로 이어주는 간선도로가 자랑으로 언급되는 도시에서 시민은 건강할 수 없다. 봄꽃이 아무리 화사해도 미세먼지로 시름시름 앓는다면 건강한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당장 줄이기 어렵다면 내 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부터 서둘러 억제해야 한다. 그를 위한 도시계획이 새롭게, 어쩌면 혁명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도시의 자연생태계획을 먼저 분명하게 만들고, 그 기반에서 도시의 생태계와 시민의 건강을 살피는 도시계획은 이제 시대적 사명이다. 다음세대 시민을 위한 정언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