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승 했지만 아마추어 상대로 ‘고전’... 구단 안팎 문제 많아 경기에도 영향
11일 청주시티 FC와의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 구단 인천유나이티드(인천 UTD)가 10경기 만에 올해 첫 승을 신고했다. 다만 이 승리는 K-리그 경기에 해당되지 않는 FA컵 경기 승리라 오는 15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리그 첫 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인천UTD는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청주시티 FC와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32강 홈경기에서 1-0으로 신승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4분 김동석이 골을 넣었고 이게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박대한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청주 수비수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걷어내자, 김동석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넣은 골이었다.
이후 골을 지켜내는 건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후반 26분 박대한이 파울을 범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다행히 이를 잘 지켜내 값진 승리를 얻었다.
인천UTD로서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행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인천은 개막 후 8경기까지 승리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다가, FA컵 경기에서 2부 리그 소속의 ‘부천FC 1995’와 경기에서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던 바 있다. 당시 감독도 김도훈 현 감독이었다.
이날 FA컵에서도 김 감독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승전보를 전해왔다. 케빈과 요니치, 김도혁 등 핵심급 선수들이 대거 선발 출장한 가운데, 이날 수문장 역할을 잘 했던 김교빈을 비롯해 송시우 이현성 정도가 비주전이었던 것.
인천UTD가 아마추어 리그(K3) 팀인 청주시티 FC와의 경기에서 힘겹게 이긴 상황은 현 구단의 아픔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다. 현재 인천 구단은 경영난으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직원들의 급여가 체불돼 있는 상황으로 선수들 급여만 해도 전/현직 선수들을 모두 합해 10억 여 원이 밀려 있는 상황. 구단 분위기도 좋을 리가 없다.
문제는 그렇게 일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등의 급여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애초 활동비 등만 받고 연봉은 무보수를 약속한 박영복 현 인천구단 사장이 자신의 무보수에 불만을 품고 이의를 제기,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유급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됐다.
지역 체육계는 “박 사장이 무보수인 줄 알고 취임했으면서 막상 취임 후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어려운 구단 사정은 보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00여명으로 구성된 시민주주연합 역시 “사장 자리가 당초 의결대로 무보수 명예직이어야 하는 만큼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박 사장 쪽만이 아니다. 현 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의석 단장 역시 지급 근거가 미흡한 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또 지난 1월에는 중국 쿤밍전지훈련에서 인천구단의 일부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영수증을 허위 작성하는 일명 ‘카드깡’ 음주로 물의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구단 고위층에게서 비상식적인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기란 요원한 상황.
실제 이날 경기에서도 인천UTD는 아마추어 팀인 청주시티 FC의 날카로운 프리킥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으며 흔들렸다. 특히 케빈 등 특급 용병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팀의 간판 선발들을 대거 내세웠음에도 1-0으로 힘겹게 승리한 것은 ‘이기고도 자랑 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실제 이날 경기 전까지 “FA컵은 인천도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던 김도훈 감독 역시 “결과는 만족하나 내용은 영 좋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는 FA컵 경기로 아직 리그 첫 승은 여전히 없는 상황. 인천UTD는 오는 15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상주상무와의 원정 경기를 통해 첫 승에 도전해야 한다. 시즌 4무 5패의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는 구단으로서는 이번이 10번째 도전.
축구팬들 가운데서는 기대를 하는 팬도 있기는 하다. 인천 축구팬 강모씨(37)는 “지난 시즌에도 인천이 계속 무승으로 헐떡이다 FA컵에서 우승한 뒤 이후 리그전 3경기서 승리했던 바가 있는 만큼,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분위기를 탄다고 하면 반등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른 축구팬 이모씨(29)는 “15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인천이 분위기를 탈 수 있을지가 증명될 것”이라며 “아마추어 팀에게 힘겹게 이겨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구단의 암울한 현 주소를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할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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