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작은 아이에겐 특별했던 그곳,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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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작은 아이에겐 특별했던 그곳, 런던
  • 서진완
  • 승인 2016.08.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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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이들 몫으로 남겨둘 이야기들

서진완 인천대 교수(행정학)는 지난 2013년 1월 3일부터 2014년 1월 2일까지, 365일 간의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중·고등학생이던 두 아이와 아내까지. 온 가족이 함께 1년이란 시간을 붙어 있었다. '24시간 365일'을 꼬박 함께 여행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들의 기록을 <인천in>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젠 유럽으로! 


이젠 런던이다! © 서진완
 

비행기가 이스탄불 하늘을 출발한 지 3시간 20여분의 비행 끝에 작은아이가 가장 오고 싶다던 런던에 도착했다. 드디어 유럽여행이 시작되었다. 큰아이는 숙소까지 우리를 안내했다. 아이들은 런던이 처음이었지만 지도를 보며, 숙소를 쉽게 찾았다. 앞으로는 혼자서도 배낭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 숙소는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도미토리이기 때문에 다른 배낭여행자들과 함께 머물러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런던 물가 때문에 숙박료는 가족실에서 함께 지냈던 이전 숙소들보다 훨씬 비쌌다. 큰아이는 이미 지난 산티아고 길에서 이런 숙소에서 지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반가워했지만 아내와 작은아이는 낯설어했다. "우리 아이들이 배낭여행을 오면 이런 곳에서 자겠구나!" 아내는 도미토리에서 새로운 런던에서의 하루를 시작하며 한마디 했다. 일주일동안 이곳에서 머무르게 될 텐데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서 지내는 것을 흔쾌히 받아줬다. 

3층은 큰아이, 2층 작은아이, 아내는 맨 아래층을 그리고 난 그 옆에 붙은 침대 아래층에 자리를 잡았다. 층고가 낮아 앉으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도미토리 침대는 책을 보려면 누워야만 했다. 그래서 침실에서는 대부분 잠만 자고 대부분은 로비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 일행 중 잠꼬대라도 심하게 하면 그날은 정말 힘들다. “가능하면 일찍 자는 것이 좋아요!” 큰아이가 제 엄마에게 알려준 노하우다. 
 



대영 박물관 내부의 모습 © 서진완
 
간밤에 비가 온 탓인지 아침 바람이 더 차게 느껴졌다. 구름이 많아 흐리고 쌀쌀해서 바바리코트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전형적인 영국 날씨다. 비오는 오늘 같은 날은 박물관 중심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아이들은 근처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두 아이들에게 나머지 이동경로까지 맡기고 아내와 나는 아이들 뒤를 따랐다. 지하철 환승을 할 때는 서로 의논하면서, 목적지인 대영박물관도 쉽게 찾았다. 대영박물관에서도 아이들의 의견에 따랐다. 다만 빠뜨리면 안 될 유물들이 있을 때만 알려주었다.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거나 훼손되지 않은 고대 유물들은 오히려 이곳에 더 많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거 영국은 얼마나 많은 유물들을 약탈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박물관의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관람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런던에는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로 개방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행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장소에서 오랫동안 관람하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이 든다. 아이들이 한 바퀴 돌고 오는 동안 앉아 쉬었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작은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빨간 이층버스를 탔다. © 서진완
 
버스를 탔다. 작은 아이가 그토록 타고 싶어 하던 빨간색 2층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은 직접 보는 런던의 고풍스런 건물들을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았다. 피카딜리 광장(Picadilly Circus)에서는 사람들 속에서 햇살을 즐겼고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까지 걷기도 했다.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에도 들렀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과 함께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이곳이지만, 지금까지 런던에 올 때마다 시간이 없어서 찾지 못한 곳이다. 
 


영국의 빅벤(Big Ben) © 서진완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상파 작품들이 주로 있는 동관에 머물렀다. 고흐의 해바라기, 빈센트의 의자, 모네의 수련 연못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을 몇 번씩 눈에 담았다. 그림을 보는 내내 행복했다. 국립미술관 광장에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펼치는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그러나 평소엔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던 큰아이도 국회의사당에 있는 빅벤(Big Ben)을 보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며,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런던타워(London Tower)와 런던 브릿지(Tower Bridge)보다 빅벤에 대한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아이들에겐 ‘해리포터’ 우리에겐 ‘노팅힐’



(위) 영화 해리포터에서 해리가 카트를 밀고 벽속으로 사라졌던 그 장면을 연상할 수 있다/(아래) 셜록홈즈가 살았던 곳 © 서진완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내는 내가 코를 골고 자더라고 했다. 많이 걸었던 탓이다. 런던에서 처음 맞는 맑은 날이다. 오늘도 아이들이 정한 일정과 동선을 따랐다.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에서는 영화 ‘해리포터(Harry Potter)’에 나오는 기차역 플랫폼에서 영화처럼 동작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해리가 영화에서 카트를 밀고 벽속으로 사라지는 바로 그 장면이다. 해리포터를 좋아했던 아이들 세대에서는 이곳이 갖는 의미가 크다. 신이 난 아이들은 이어서 셜록 홈즈의 집이 있는 베이커 거리(Baker Street 221b)를 찾았다. 코난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셜록 홈즈가 살았던 이곳을 꼭 오고 싶어 했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고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추워졌다. 지나가는 런던사람들은 이미 한겨울 복장이다. 

 


쌀쌀한 날씨에 과학박물관은 반가기만하다! © 서진완
 
셜록 홈즈의 집에서 나온 우리는 노팅힐(Notting Hill)을 찾았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예쁜 집들과 빈티지 가게들을 보며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에 만족했다. 영화 노팅힐을 모르는 아이들은 역시 관심이 없다. 같은 영화 속 장면이지만 세대별로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추운 날씨 때문에 작은아이가 원했던 과학박물관이 반가웠다. 우리 부부는 틈틈이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아이들이 전시된 자료를 관람하는 동안 우리는 지난번 이곳을 찾았을 때 그렇게 많이 다녔던 것을 기억하며 달라진 우리의 체력에 대해 얘기를 했다. 역시 여행은 건강할 때 많이 해야 한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에서 아이들은...

문을 열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은 맑게 개어있지만, 날씨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어서 따뜻하게 입게 했다. 옥스포드 행 이층버스에 올라 맨 앞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버스는 런던 시내를 빠져나와서 한적한 교외 길로 접어들었다. 올림픽 이후 런던이 대대적으로 정비를 한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다. 옥스포드로 가는 길에 큰아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어제 밤에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었다고 했는데, 아침에 여전히 춥고 한기가 느껴졌고, 옥스포드에 도착하자 오한까지 겹쳤다. 따뜻한 밥과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약을 먹게 했다. 
 



고풍스런 건물이 인상적인 옥스포드를 찾았다. © 서진완
 

고풍스런 건물들이 사람을 압도한다. 도서관을 보고 나서 이곳을 오가는 학생들이 성적표를 받고 탄식을 했다는 ‘탄식의 다리’를 보면서 이런 다리가 캠브리지대학교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중세 때부터 내려온 이 대학에서 교회가 갖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의 역사도 함께 얘기해 주었다. 고풍스러운 골목길에서 이어지는 대학 건물들을 둘러보고 넓게 펼쳐진 잔디광장에서 잠시 산책도 했다. 영화 해리포터에도 나왔던 유명한 크라이스트처치 컬리지(Christ Church College)를 보고 나오는 길에 과학역사박물관에 들렀다. 작은아이는 이곳에서 옛날 과학자들이 직접 사용했던 망원경, 현미경, 그리고 각종 실험장비 등을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우리는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작은아이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다음날 캠브리지에서의 모든 일정도 작은아이의 결정에 따랐다. 좋아하는 것이 구체적인 작은아이 덕에 캠브리지에서의 일정은 아주 단순해졌다. 처음 찾은 과학역사박물관은 아담한 규모로 옥스포드에서 본 것과 유사하게 다양한 과학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종 물품들을 유형별로 서랍을 열어서 볼 수 있게 해 두었고, 인체구조의 모형을 직접 맞추어 볼 수 있게 했으며, 기타 멀티미디어 자료를 통해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게 했다. 오래된 과학실험 장비 등을 보면서 작은아이도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작은아이는 지구과학 박물관에서의 시간을 즐거워했다. © 서진완
 
이곳 트리니티 컬리지(Trinity College)에 뉴턴(Newton)이 있었다는 것과 그 당시 사용했던 과학 장비라는 것만으로도 작은아이를 들뜨게 했다. 큰아이는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의 웅장하고 고풍스런 모습을 보고 좋아했지만 작은아이는 건물 보다는 트리니티 컬리지에서 뉴턴의 흔적을 느낀 것만으로도 좋아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뉴턴연구소와 세드윅(Sedwick) 지구과학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구과학박물관은 과학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엄청난 자료와 희귀한 유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찰스 다윈의 친필 기록들과 그의 유품들로 초기 다윈의 저서도 있었고, 후배 교수들이 갈라파고스 섬을 다시 찾아서 다윈의 흔적을 되돌아본 기록과 그곳에서 채취한 자료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과거의 유산이 현재에도 이렇게 이어져오고 있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이다. 

예전에 우리 부부가 이 두 곳에 왔을 때는 캠퍼스의 건물을 주로 보면서 아이들이 크면 다시 오리라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에 다시 찾은 셈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대학이라는 곳을 보고 느끼게 했다. 언젠가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그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둘러본 두 곳의 캠퍼스에서 아이들의 선호가 갈렸다. 큰아이는 옥스퍼드를, 작은아이는 캠브리지가 더 맘에 든단다. 나름대로 선호하는 이유도 달랐다. 

"아빠도 이런 곳에서 교수를 하고 싶으세요?" 큰아이가 돌발적으로 질문했다. "만약에 너처럼 일찍 이런 곳을 보고 자극을 받고 꿈을 키웠더라면 아마도... 지금과는 또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몰라." 나중에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게 되든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경험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런던 아이를 끝으로... 파리로...

런던을 떠나기 전에 런던 아이(London eye)를 태워주겠다는 작은아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국회의사당에 불이 들어오고, 강변에 비친 아름다운 건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은아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템즈 강변에서 보낸 시간을 좋아했다. 동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아이는 웃었다. 이번 영국 여행은 작은아이에게 특별했던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영국을 가장 가고 싶어 했고, 보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었는데, 그 목적을 모두 이루었다. 큰아이도 동생이 원하는 과학박물관과 그리니치(Greenwich) 천문대를 찾는 일을 많이 도와주었고 기꺼이 함께 했다. 영국에 도착하고 보통의 우리 여행패턴과는 달리 분주하게 다녔다. 이곳에서 아이들 스스로 보고 싶은 장소와 동선을 정하게 했더니 생각보다 가볼만한 곳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문을 닫았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본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획했던 대로 다 보았다. 

스스로 길을 찾는 것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기도 했고 모르면 물어볼 수 있어서 힘들지 않게 잘 찾아다녔다. 이제는 아이들이 우리를 안내할 수 있을 만큼 컸다. 우리 부부도 아이들의 뒤를 따라다니느라 힘들었고 많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즐겁게 지냈다. 이전에 우리 부부가 몇 차례 와서 본 런던과 달리 이번에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영국을 다시 본 셈이다.

아침에 일어난 큰아이의 상태가 다시 나빠졌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약을 먹고 좀 더 자도록 하고 아내와 나는 배낭을 정리했다. 좁은 도미토리에서 배낭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옆에는 아직 자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조용히 정리를 해야 했다. 정리한 배낭을 로비에 내려놓고 체크아웃을 했다. 영국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이제 떠난다. 아이들은 다시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모습으로 오게 될지는 아이들 몫으로 남겨두고 이젠 파리로 향한다.

우리만 좋아하나봐



프랑스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이처럼 그림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 서진완

히드로 공항을 떠나 1시간 만에 파리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리스한 르노(Renault) 차량을 인수받았다. 비가 내려서 천천히 공항을 빠져나와 주유소를 찾았다. 주유구도 다르고 주유방식도 다르고, 게다가 내비게이션을 작동하는 방식 또한 달라서 한참 동안 주유소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예정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기는 하지만, 점차 빗줄기가 세지면서 급기야 폭우가 쏟아졌다. 그래도 자동차가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베르사이유(Versailles) 근처 숙소에서 우리 모두 늦게까지 정신없이 자고 눈을 떴을 때 벌써 9시가 넘었다. 흐린 날씨지만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창문을 열어놓고 신선한 과일과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다시 정리했다. 

“멋있는데요?” 우리 부부가 처음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았을 때 엄청난 감동을 느꼈는데, 아이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좋아요!” 알았다. 더 이상 물어보지 않으마.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도 아이들은 큰 감흥이 없다. 그래도 우리 부부에겐 감동적이다! © 서진완
 
베르사이유를 떠나 몽생미셀(Mont saint Michel)에서 생 에밀리옹(Saint Emilion)을 거쳐 생 시크라포피(Saint-Cirq-Lapopoie)로 가는 길은 멀리 들판에 유채꽃이 노란색 바다를 이루고, 푸르른 초원이 눈을 시원하게 했다. 프랑스에서 자동차로 여행을 생각한다면 고속도로보다는 단연 국도를 추천한다. 포도밭은 물론이고 넓은 구릉지와 들판, 초원, 그리고 무성한 나무들은 프랑스가 얼마나 기름진 옥토를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주위는 온통 푸른 초지며, 그 위에는 젖소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프랑스의 전원이 갖는 풍요로움을 국도를 타고 오는 내내 느낄 수 있다. 몇 번 씩이나 차를 세워서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집들과 교회, 그리고 포도밭 등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아이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을로 선정된 적이 있다는 생 시크라포피는 교회와 예쁜 집들이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마을이지만 이곳 역시 “좋네요!” 그 이상의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 아내와 나는 연신 감탄을 하는데 말이다. 
 


(위) 생 시크라포피 전경/ (아래)생 시크라포피를 배경으로 © 서진완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함께 떠들고 웃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 자체가 큰 재미다. 아이들과 다음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도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장소가 결정되면, 나는 운전기사로서 소임을 다한다. 고풍스런 모습을 가진 툴루즈(Toulouse)에서는 프랑스가 아름다운 전원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과 전통 건축물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역시나 작은아이는 이곳에 우주박물관(Cite de I’espace)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곳은 우주 탐험 및 관련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주제로 한 여러 가지 자료와 영상,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테마파크가 있는 곳이다. 시내에 있는 아우구스틴(Augustine)박물관보다는 역시 과학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툴루즈를 나와 다시 국도를 달리는데 큰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 “여기는 신호등이 없어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으니 좋은 것 같은데요?” 국도에 설치된 로터리 방식의 교차로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차량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차량이 소통될 수 있는 규칙이다. 이런 규칙을 지킬 수 있는 환경과 사람들 또한 이러한 약속을 인식할 수 있다면 좋은 제도다. 정부와 사회가 제도를 만들지만, 이를 지키려는 시민의식은 법과 제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내는 며칠 전 한밤중 아무도 없는 거리를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정지선에 서 있던 차량운전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곳 사람들의 질서의식도 거론했다. 큰아이는 제도와 의식에 대한 나와 아내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제법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자연스로운 토론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앞으로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아이들과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수 있겠다 싶다. 

<정리 = 이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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