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늘 봄이기를
상태바
내 마음은 늘 봄이기를
  • 장재영
  • 승인 2016.11.22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장재영 / 공감미술치료센터 기획팀장

유독 춥게 느껴지는 올해의 가을입니다. 이번 가을은 뭔가 가을이라고 보기엔 너무 춥기도 하고 그렇다고 겨울이라고 보기엔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낙엽들이 가을의 정서를 떠올리게 합니다.

“가을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하고 물었을 때 흔히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을의 정서에 대해 물으면 ‘쓸쓸하다’, ‘외롭다’ 등이 가장 많았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계절 변화에 따른 촉각적인 느낌도 있겠거니와 풍성하던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해지는 과정을 보면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부분도 우리 정서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남성 알코올중독 환자들로 구성된 집단미술치료 세션에서 가을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어려웠던 지난 과거에 대해 자책하며 술을 끊지 못하기에 평생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환자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시는데, 가을하면 떠오르는 느낌들에 대해 "떨어지는 낙엽이 뭔가 서글프고.. 쓸쓸해요. 마치.. 나 같아요" 라고 한 분이 먼저 운을 띄우자 그 이후에는 줄줄이 ‘가지만 남는 앙상한 계절’, ‘외로운 계절’, ‘소주 한잔하기 좋았던 계절’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집단 분위기에 우울함이 감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 한 어르신이 시골에서 살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을하면 나무하던 것이 생각난다고 하였습니다. “그 땐 맨날 나무 베다가 겨울 쓸 땔감을 모으느라 엄청 바빴지유. 가을 되면 밤 따다가 모아놓고 몰래 슬쩍슬쩍 빼먹고 그랬는디..헤헤.”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분들도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합니다. “가을되면 추수한 거를 창고에 쌓아놓고 해서 먹을게 많았어요..근데 추수 제대로 안하면 큰일나요. 가을이 젤 중요한 시기였죠.”

가을은 그동안 애써왔던 것들을 수확하는 계절이며 가을에 제대로 추수를 하지 않으면 되려 고생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중요한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즉, 가을은 결실을 맺는 기회의 계절이라는 말이었죠.


                                           <알코올중독 환자분들의 가을 심상그리기 작업>

개인적으로는 8명의 집단 원들이 겪어온 가을에 대한 경험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특정 상황에 대한 어떤 경험이 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말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들었습니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듯 계절이 바뀌는 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을이 오니까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나의 마음은 내가 그렇게 인지하고 있을 뿐이지 꼭 그래야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물어가는 올해의 가을.. 어느덧 2016년도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갑니다.
곧 추운 겨울이 오겠지만 그동안 애써 달려온 만큼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마음 따뜻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보며 가을이던 겨울이던 비가오던 눈이 오던
내 마음은 늘 봄이기를 한번 다짐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