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 겪은 삶, 따뜻한 세상을 향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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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에서 겪은 삶, 따뜻한 세상을 향한 시선'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16.11.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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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회 배다리 시낭송회 - 조혜영 시인 초청



제 102 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11월 26일 오후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책방의 이층 다락방에서 조혜영 시인을 초청해 열렸다.
 
조혜영 시인은 제 9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해서 시집 <검지에 핀 꽃>, <봄에 덧나다>를 세상에 내 놓았다.
 
현재 인천작가회의 회원, 리얼리스트 100회원으로 활동하며 노동자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조혜영 시인의 시는 노동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겪은 삶들이 그 원천이다.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함께 연대하면서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향한 시선은 진솔한 시로 살아나서 독자의 가슴에 감동을 안겨 주었다.
특별히 문학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 소설을 즐겨 읽으면서 시를 쓰는 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하는 조혜영 시인은 단발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맑은 향기를 삶과 시에서 발산하는 멋있는 시인이었다.
 
102회 시낭송회는 조혜영 시인이 몸담고 있는 인천작가회의 문인들이 참석해서 조혜영 시인을 ‘삶과 문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시인’으로 소개해주어 시낭송회를 더 빛내주었다.
 
103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누구나 시인이 되는 날’로 참석자들의 애송시와 창작시로 진행되며 12월 31일(토) 오후 2시에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이층 다락방에서 열린다.
 

언덕 위의 그 방
                    조 혜 영

언덕 위의 그 방 사글세방
정거장 가는 길 여전히 가파르다
송림 4동 철탑 밑의 작은 내 방
동화책만한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침침한 형광등 빛
마른 장작 같은 나무 대문
15년 만에 찾아와
나를 만난다
 
야근하고 돌아와 라면 끓이던 곳
번개탄으로 불붙이면 새벽녘에야
언 몸 달래주던 그 방
숨죽여 노동법과 역사를 토론하던 방
선배의 눈빛에 마음 주다
반성문 쓰며 울었던 방
스무 살 더듬이가 유난히 빛을 내며
숨고르기 벅찼던 그 곳.
구멍가게 앞 막걸리 좌판도
철물집 할아버지도 모두 여전한데
사글셋방만 남겨놓고
나만 멀리 떠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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