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집착... 외줄타기 광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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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집착... 외줄타기 광대 인생”
  • 한인경
  • 승인 2016.12.1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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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공간](5) 테일 오브 테일즈, Tale of tales/ 마테오 가로네 감독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Tale of tales』

개 봉 : 2016.11.24. 개봉(133분/이탈리아, 프랑스)
등 급 : 청소년관람불가
감 독 : 마테오 가로네
출 연 : 셀마 헤이엑, 뱅상 카셀, 토비 존스, 스테이시 마틴, 셜리 헨더슨, 크리스찬 리스, 조나 리스
상영관 : 「영화공간주안」





상영 전부터 기대가 컸던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Tale of tales』

영화 ‘고모라’(2008), ‘리얼리티:꿈의 미로’(2012)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2회 수상한 이탈리아의 거장 마테오 가로네 감독,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제작진과의 협업. 그랜드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제작진들인 알렉상드르 데스클라 음악감독, 촬영감독, 의상팀이 다시 뭉쳐서 기발한 아이디어의 감독 마테오 가로네와 탄생시킨 영화. 영화 내내 흐르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을 온전히 감상할 기회를 주는 영화.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잠바티스타 바실레(1575?~1632)가 17C 베니스에서 구전되던 민담을 책으로 엮은 ‘팬타메로네’에 나오는 49가지 이야기 중에서 3가지를 골라서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하였다. ‘팬타메로네’는 나폴리의 방언으로 이루어져 오랜 세월 묻혀 있었다. 『테일 오브 테일즈, Tale of tales』는 비현실적인 주제이긴 하지만 몇몇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과 여성의 노출 수위 높은 장면들로 잔혹성인동화로 불리기도 한다.

배우들,
1995년 ‘데스페라도’를 출발로 2002년 ‘프리다’, 2014년 ‘하우 투 메이크 러브 라이크 인 잉글리쉬’ 등에서 열연을 보인 멕시코 출신 ‘셀마 헤이엑’(롱트렐리스 여왕역), 프랑스의 국민배우 ‘뱅상 카젤’(스트롱 클리프왕역), ‘토비 존스’(하이 힐스 왕역) 등 마치 동화 속의 실제 인물인듯 중견배우들의 명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
특히나 한국의 아이들 가수 샤넌의 친오빠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롱트렐리스 여왕의 아들로 나오는 엘리야스역의 ‘크리스찬 리스’와 쌍둥이 형제인 ‘조나 리스’가 그들이다.





『테일 오브 테일즈』는 음울함, 잔인함, 에로틱, 몽환적인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16C 르네상스를 지나 17C 중세 바로크 시대의 독특한 의상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턱 밑 목까지 받치고 올라온 러플 칼라는 그 당시 권위의 상징이기도 했다.
또 하나, 이탈리아의 명품 경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카스텔 델 몬테 성, 이탈리아 최고 휴양지 알칸타라 협곡, 돈나쿠가타 성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관을 선택한 점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기에 충분하다. 세 왕국의 우뚝 솟은 거대 城들이 나온다. 위엄있고 장중하기까지한 성들은 세 왕국의 동화적인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였지만 반면에 영화 전반을 흐르는 감정의 선, 욕망의 탑처럼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2015년에 열린 제68회 칸 영화제와 제20회 부산영화제의 화제작이었으며 2016년 이탈리아의 오스카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무려 7관왕을 수상한 영화이기도 한다.





잠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3 Tales
-왕자를 얻기 위해 주술사가 권한 방법으로 바닷속 괴물의 심장을 먹은 여왕.




아이를 낳지 못해 자식이 없는 왕비는 늘 예민하다.
하나를 얻으려면 죽음을 각오하는 희생이 따른다는 주술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롱트렐리스 여왕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고 말한다. 왕은 바닷속 괴물과의 결투로 괴물의 심장을 얻게 되고 이때 입은 상처로 결국은 죽게 된다. 롱트렐리스 여왕은 곧 임신이 되어 아들을 낳게 된다. 그러나 이날 심장을 요리해 준 처녀도 출산하게 되며 여왕의 아들과 쌍둥이로 태어난다. 여왕은 아들에게 쌍둥이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하지만 아들은 여왕의 말을 듣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여왕은 하녀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왕의 사랑 고백에 젊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노파






역시 우리네 평범한 일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주제다.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반한 호색한 스트롱 클리프왕은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노파. 그 노파는 어둠 속에서 사랑을 나누기로 약속을 받고 왕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이른 아침에 사랑을 나눈 여인이 추한 모습의 노파임을 발견하곤 창밖으로 내던진다. 숲속에 던져진 노파는 묘령 여인의 유즙을 먹고 매력적인 젊은 여인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며 마침 사냥 중이던 스트롱 클리프왕에게 발견되어 결혼하게 된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면, 이 노파의 동생이 언니의 변화에 본인도 젊음을 갖고자 쭈글쭈글한 피부를 벗기는 기상천외한 일을 저지른다. 긴 드레스 밖 노출된 곳은 모두 피투성이인 채로 성으로 향하는 동생의 모습은 처참하기기 그지없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엔 언니도 다시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맞게 된다.

-괴력의 거인과 결혼하게 된 공주



벼룩을 키우는 희귀한 취미를 가진 하이 힐스 왕과 그 딸, 그리고 공주의 거인 남편과의 이야기이다.
왕이 키우던 벼룩이 돼지 크기처럼 점점 커졌고 결국엔 병으로 죽는다. 왕은 벼룩의 가죽을 걸어 놓고 그 가죽의 동물 이름을 맞추는 자를 공주의 남편으로 정하리라 공표한다.
어떤 사람이 맞췄을까. 거인 같은 외모와 괴력을 지닌 남자가 맞추게 되며 왕은 어쩔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 공주는 높고 험한 절벽 깊숙한 곳에 자리한 동굴로 끌려가다시피 하며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외줄 타는 곡예사 가족들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곡예사 가족이 거인에게 몰살당하게 된다. 공주는 거인 남편을 칼로 죽이게 되며 그 머리를 잘라 아버지한테 갖고 간다. 아버지는 잘못을 뉘우치고 공주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 주게 된다.




이 왕위 즉위식에는 그동안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모두 한 자리에 있다. 롱트렐리스 여왕, 아들 엘리야스, 노파에서 젊음을 찾은 왕비와 스트롱 클리프왕, 그리고 거인 남편으로부터 탈출한 공주. 이때 궁궐의 높게 뚫린 천장에선 거인에게 죽임을 당한 외줄 타는 곡예사가 아슬아슬 외줄을 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낸다.

상상을 해보자.
바로크 시대의 그 화려한 왕비 의상을 입고 자신의 머리보다 큰 괴물의 시뻘건 심장을 먹는 장면, 입 근처 뿐 아니라 얼굴은 이미 피로 얼룩져 있다. 가히 엽기적인 장면이다. 더욱 눈을 감게 되는 장면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자신의 피부를 젊어진 언니 같은 피부로 갖고 싶어 피부 껍질을 벗기려는 동생 노파. 결국엔 전신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곧 죽음을 암시한다. 사랑하는 딸을 괴물에 가까운 남자에게 시집보내는 아버지, 벼룩을 마치 돼지 크기로 키우는 비정상적인 취미생활 등등.
어느 것 하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기가 어렵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짧지 않은 시간 약 5분가량 곡예사, 광대들의 놀이가 선보인다. 일체의 대사 없이 사람들의 웃음소리, 광대들의 놀이가 전개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성 꼭대기에서 외줄을 타는 곡예사의 등장으로 영화를 끝낸다.

영화 속 세 가지 이야기가 각각 별도의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결국은 광대들의 가면 속에 가려진 인간 본연의 숨길 수 없는 감정, 그중에서도 욕망과 집착이라는 감정과 싸우는 영화로 평가하고 싶다. 영화는 금지된 것들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감정, 즉 욕망과 집착을 지속적으로 건드린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 주어진 감정에 따라 어떤 것을 행할 수 있도록 결정되는 한에서 인간의 본질 자체라고 한다. 광대들의 진한 화장, 과장된 액션, 영혼 없는 웃음은 슬프게 때로는 잔혹한 상황으로 치환된다. 자식을 갈망하는 여왕의 초점 잃은 표정, 노파의 애끓는 젊음에 대한 환상, 벼룩을 몰래 키우는 왕의 취미, 딸을 괴물에게 시집보내는 왕의 허황된 약속. 어쩐지 초라해 보이고 어둠 속에서 길 잃은 어린 양들처럼 안타까운 장면들이다. 마치 현대를 살아 내는 우리들의 피곤한 그늘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 길고 가는 외줄 타는 곡예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손에 든 자신의 키보다 훨씬 긴 막대와 가느다란 외줄은 마치 아슬아슬한 감정의 굴곡을 넘나드는 인간의 모습과도 같았다.

한인경 / 시인·인천in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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