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연말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나랏일과 관련된 여러 일들이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일들이 틀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유독 이번 연말이라고 콕 찝어 말하기보다 거의 매해 연말을 맞이하던 나의 기억들은 어느정도 쓸쓸함의 정서를 담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연말이 되면 한해가 끝나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나이를 한 살 더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또한, 연말이라는 이유로 혹은 특정 기념일을 혼자 보내지 않기 위해 여러 모임들이 많이 주선되며 시간을 억지로라도 내어 연말의 쓸쓸함을 달래기도 한다.
이렇게 매년 12월이 되면 감정의 기복과 스트레스가 잦아지는 마음의 상태를 ‘연말증후군’ 이라고 부른다. 연말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올해 초에 계획했던 것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새해에 무언가를 잘해야겠다는 중압감, 괜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등의 감정기복이 생기는 것, 업무와 모임을 다 감당하기에는 체력이 모자라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 등이 있다고 한다.
이런 감정의 기복과 새해가 오는 것에 대한 중압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더욱 더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 또한, 연말의 쓸쓸함을 달래고자 쉬는 날도 없이 송년회 모임을 갔던 것이 컨디션을 떨어뜨리고 기분 좋자고 먹었던 음주도 다음날이 되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은 그대로 남아 공허함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한다.
그렇다면, 연말에 유독 이런 감정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한해에 대해 정해놓았던 각자의 기준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연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과 목표들을 세우면서 한해가 끝날 때쯤 소망을 이룰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연초에 세웠던 목표들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세운 것들이 아니라 이루어져야만 이번해가 성공적인 해라고 미리 정해놓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목표라는 것은 꼭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좌절하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막상 연말이 되어 그 소망들을 떠올렸을 때 마치 내가 제대로 해놓은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스스로를 우울하고 쓸쓸하게 만들고 심적인 허전함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올해도 나는 새 다이어리를 장만하고 1월1일이 되자 비로소 새로운 목표와 희망들을 적어나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새해가 오기 전까지 온통 침울하고 근심스럽던 온갖 걱정들이, 싹 씻은 듯 사라지고 뭔가 새로운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느꼈다. 새해가 온 것 때문인지 아니면 새해가 왔다고 인식하는 순간 새로움이 올라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달력 한 장 차이일 뿐 어쩌면 우리가 인식하기에 따라서는 연말도 연초도 더욱 따뜻하고 충만감을 느끼는 한해가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 한해도 복이 가득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