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고속도로를 시민들에게 되돌리는 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상태바
최초 고속도로를 시민들에게 되돌리는 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 장정구
  • 승인 2017.03.09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인천시가 7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구간과 주변지역 개발에 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원도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미 폐기된 사업들의 재구성 수준이라는 혹평까지 다양한 반응이다. 일반화구간의 공원녹지화를 주장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면적을 녹지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중심의 도로계획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막대한 사업비를 인천시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인천다움의 상상력이 부족한 또 하나의 토목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 등에서 아쉬움을 넘어 우려가 크다.
 
인천에는 중앙공원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견되는 곳이다. 중앙공원에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있고 인천지하철1호선이 중앙공원을 따라 지난다. 인근에는 시청이 있고 교육청이 있다. 버스터미널도 있고 로데오거리도 있다. 1980년대부터 나름 공을 들였고 지금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근린공원이다. 그런데 들인 비용과 빚은 갈등을 감안하면 중앙공원은 센트럴파크와 너무나도 비교된다. 규모에 비해, 지리적 위치에 비해 또 기대에 비해 센트럴파크처럼 시민들이 찾는 명소가 아직은 아니다. 지금 중앙공원은 100m 폭이 동서의 4~5차선 도로로 차단되어 있다. 4km 길이는 횡단 도로들에 싹둑싹둑 잘려 7개의 녹색 섬들이 되었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구간도 남북으로 길쭉하다. 인천지하철2호선도 지난다. 10.45km는 1km마다 횡단 도로를 만나고 9개 테마로 개발된다. 동서 양쪽으로는 2차선 도로가 지난다. 버스 등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로를 운영하고 통과차량이 아닌 주민 차량만 지나도록 할 계획이라지만 수치만 다를 뿐 지금의 중앙공원과 많이 닮아 있다.
 
서울 용산에 미군기지가 있다. 인천 부평에도 미군기지가 있다. 용산기지 일부가 반환예정이고 부평기지도 반환된다. 용산과 부평은 일제강점기부터 외국군대가 주둔했던 오욕의 현장이다. 반환되는 용산과 부평기지는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용산기지공원화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아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부평기지공원화도 역사성과 상징성, 지역성을 담아 한남정맥과 굴포천을 연결하고 부평 원도심의 도시재생과 자연생태복원 프로젝트이다. 용산기지는 ‘특별법’까지 제정해 서울시가 아닌 국가에서 공원을 조성하는데 부평기지는 국비가 투입되지만 국가가 아닌 인천시가 ‘그냥’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인천시민들이 이용하고 혜택을 볼 공원이니 인천시가 인천시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없는 살림살이에 공원이 제대로 만들어질지 걱정이다. 지자체장들 치적 쌓기에 졸속으로, 2020년 공원일몰제로 그저 그런 공원이 만들어지지나 않을지 또 걱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라는 경인고속도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동력이었다는 경인고속도로, 인천을 남북으로 동서로 분단하고 환경피해를 고스란히 인천시민들에게 떠안긴 경인고속도로, 인천시 소유 부지였음에도 그동안 국가의 필요에 국가에서 통행료를 받았다는 경인고속도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에게 50년간 대한민국의 위해 인천시민들이 희생을 감내했으니 앞으로 50년 후 인천시민들을 위해 경인고속도로와 주변지역 재생사업을 국가가 나서달라고 요구하면 어떨까. 부평과 주안에는 또 하나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축이었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와 잘살아보세 시대를 지나면서 인천시민들은 굴뚝의 매연으로 들이마셔야 했다. 그러나 이 공장들은 인천의 역사이며 근대산업문화유산이다. 이곳의 노동자가 곧 인천시민이다. 대한민국 진정한 일꾼이었고 피해자였던 그들, 그들의 공간인 근대산업문화유산들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 또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이제는 국가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고 그런 잡탕 계획이 아닌 인천다움을 담은 공간으로 경인고속도로를 상상했으면 좋겠다. 이제 인천다움으로 대한민국에 전세계에 인천을 어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당당하게 요구하자, 국가가 나서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