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장강(長江) 김의중 목사(70·작전동교회)의 일대기를 그린 저서 ‘그만 그려도 좋다’가 중국 선교사 출신의 역사신학자 김병태 목사에 의해 출간됐다.
강화도 내가면 북녂 땅이 바라보이는 마을에서 태어나,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공산주의자 아버지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연좌제에 매여 살아온 좌절과 고난의 세월. 소외되고 가난한 부평공단 노동자들을 위해 시작한 40년 공단 목회. 중국복지후원회를 설립해 중국과 북한을 무수히 오가며 섬기기 25년 째인 김의중 목사의 파란 많은 삶을 지난 2년에 걸쳐 정리한 것이다.
김의중 목사는 “예수님 얼굴을 그릴 때, 미완의 얼굴이었는데 그 분이 ‘그만 그려도 좋다’는 느낌을 주셨다”고 고백했다. 이는 사랑 때문에 은퇴의 지경에서도 손을 놓지 못하고 애태우는 그를 하나님이 위로하시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이제 ‘땅에 떨어져 죽는 한 알의 선교 밀알이 되자’고 말한다.
김 목사에게는 아는 사람만 아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해방과 분단의 굴곡진 근대사의 한복판에서 공산주의자(북한군 장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4살때, 맥아더가 북진할 때 어머니 손에 끌려 북으로 피난길에 나섰다. 보도연맹의 학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평양 부근에서 형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강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형이 강화로 돌아올 수 있으니. 후일 이산가족 상봉 때 북에서 돌아가신 형은 보지 못하고 형수, 조카들과 상봉했다. 아버지는 6.25 전쟁 때 전사하신 것도 그때 알았다. 어머니는 지난 2009년 104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어머니와 강화에 살며 어려서는 물론이고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에 나가서도 연좌제의 사슬에서 말 못할 고난을 겪었다. 공직은 물론이고 평범한 일상도 사치스러워 보였던 학창시절, 목회 초기에 그는 아버지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신앙적으로 해결하였다. 그 시대의 많은 이들이 겪었던 절망과 부정, 사회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뒤로 하고, 신앙적으로 아버지를 수용하고 극복하였다.
김 목사는 “일생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불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커가면서 그가 공산주의자였고 내가 공산주의자의 아들인 '빨갱이'라는 것을 알면서 아버지를 증오하기도 했지만, 증오가 클수록 왠지 그가 그립고 기다려지는 세월이 점점 짙어졌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김 목사는 천안 공도교회와 김포 귤현교회를 거쳐 인천 작전동교회에서 그의 사역을 마무리 한다. 그의 기독교 정신은 ‘나눔과 섬김’이었고 ‘사랑과 용서’의 길을 따르려는 신앙적 열정이 있었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던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다. 과부 아닌 과부로 평생을 살았던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김 목사에게 “너는 커서 나 같은 과부, 너 같은 고아와 같은 외로운 아이들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되도록 해라.”고 가르쳤다.
김 목사는 늦게 얻은 첫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경험하였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후 그는 “더더욱 외골수로 하나님을 섬기고 세상의 외롭고 고통 받는 이웃을 섬기는 사역으로 매진했다”.
그의 복지선교는 80년대 후반 인천에서 만난 조선족 노동자들에 대한 섬김으로 확장되었다. 북한과 중국 선교의 비전을 갖고 기도하면서 마침내 그의 사업은 중국 본토와 북한으로 확대되었다.
민족 고난의 구체적 현장이었던 그 자신의 가정에서 출발하여 중국과 북한을 위한 후원복지회를 조직하고, 경로원과 종합사회복지관, 소학교와 선교사 훈련원을 짓고, 배농장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해왔으며, 지금도 인천에서 평화음악회를 열고 있다.
저자인 김병태 목사는 서울대, 감신대, 중국사회과학원(ph.D)을 마쳤고 연변사회복지센터 관장과 배재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성화감리교회 담임목사다.
저서 I부(밀알이 영글기까지)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기억, 신학의 길(공도교회, 귤현교회, 작전동교회)을 중심으로 엮었다. II부(땅에 떨어진 밀알이 열매를 맺기까지)는 중국복지후원회 25년의 역사로 중국복지후원회의 시작, 연변 땅에 세워진 복지관, 동북삼성 전역, 또 변방에서 대륙의 중심으로 확대한 중국복지 사업, 하북성 교회와의 교류 등을 다루고 있다. III부(또 하나의 밀알이 되어)는 북한 농업지원 사업,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 등을 주제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