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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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명소!
  • 김도연
  • 승인 2010.01.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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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인심만큼 풍성한 삼치구이
동인천역 길건너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후문 앞 골목에 조성된 삼치구이거리

동인천동의 대표적인 먹거리 하면 떠오르는 게 아마도 전기구이 통닭과 함께 삼치일 터이다.

삼치가 동인천동의 대표 음식이 된 데는 수도권 전역에서 물어물어 찾아올 만큼 유명한 삼치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인천에서 청춘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골목에서 삼치구이 한 접시와 막걸리 한 사발에 얽힌 추억을 갖고 있다.

삼치거리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후문 앞 골목 100여m의 구간에 조성돼 있다. 비록 그 유명세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한 작은 골목이지만, 15곳의 삼치집은 같은 술안주래도 조금씩 다른 맛으로 길게는 수십 년에서 짧게는 수 년 간 단골손님들의 발목을 잡는다.
사장님들의 인심만큼 푸짐한 삼치구이

이곳에 삼치집이 밀집하게 된 것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65년과 1966년 사이라고 한다. 원조집으로 불리는 '인하의 집'이 당시 돈 없는 대학생들을 위해 삼치구이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내주면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인하의 집 단골손님에서 지금은 '양산박'이라는 삼치집 주인이 된 김남수(52) 사장은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인하의 집 사장님의 푸짐한 인심 덕에 싸고 양 많은 삼치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실 수 있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수원, 영등포, 부천, 안양 등에서 손님들이 찾아올 만큼 원조집의 명성은 대단했다" 말했다.

인하의 집이 유명해지면서 20여 년 전부터 이 거리에는 삼치구이와 데친 오징어를 파는 삼치집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은 모두 15집에 이른다.

역사가 오래된 음식점들이 그러하듯, 인하의 집을 중심으로 한 이곳 삼치거리의 삼치집들은 대부분 단골손님으로 장사를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인민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다가 중도에 포기하면서까지 가업을 물려받은 인하의 집 홍종태(42) 사장은 "나이 든 손님들의 거의 어머니 아버지 때의 단골"이라며 "지금은 병원장이나 국회의원 등이 된 손님들이 아들 손자들과 함께 찾을 정도로 단골 고객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 사장은 가끔씩 각자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지인들과 함께 삼치와 데친 오징어 안주로 술을 마시다가 계산을 할 즈음 서로를 알아보는 부자지간을 종종 보곤 한다고 한다
.
인하의 집 인기에 다른 가게들이 시샘을 할 만도 한데, 이곳 삼치거리 상인들은 다른 지역 상인회나 번영회가 부러워 할 정도로 단합을 잘 하고 서로 서로를 위한다.

삼치거리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동인천삼치' 최만규(60) 사장은 "메뉴는 같지만 집집마다 조금씩 맛의 차이로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사장들끼리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단합이 잘돼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자랑했다.

그래서일까. 같은 업종이 밀집해 있는 곳은 보통 매월 날짜를 정해 똑같이 쉬기 마련인데, 여기 사장님들은 매월 1회 쉬고 싶은 때에 쉰다. 다른 집들과 경쟁을 하지 않는 상생 관계임을 보여주는 훈훈한 모습이다.
 
작은 테이블에 내오는 삼치구이는 안주가 아닌 끼니 삼아 먹어도 좋을 만큼 푸짐하다. 가시 사이에 붙은 도톰한 살을 떼어내 양파와 고추가 버무려진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웬만한 생선구이는 저리 가라다. 여기에 찌그러진 노란 양은 주전자에 담겨 오는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면 그날의 피로가 개운하게 가신다.

집집마다 주특기는 삼치 구이와 데친 오징어지만 계란말이, 도토리묵, 홍합탕, 파전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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