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할머니의 병원 길
우리 아들이야 1
남들은 덥다 덥다 하는 이른 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군분투중이다. 약을 먹어도 주사를 맞아도 당최 낫지를 않는다. 몸이 아프니 입맛도 없다. 그래서 매일 병원에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한다.
오늘도 병원에 갔다.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난 번에 병원서 만난 할머니를 오늘 또 만났다. 아들 손을 지팡이 삼아 병원에 오신 할머니. 아프신데도 세상 다 가진 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병원에 오셨던 할머니. 오늘도 할머니는 나는 아프지만 '세상 부러울게 읍다' 하는 표정으로 한 쪽 손을 뒤로 뻗어 할머니에게 내어 주고 반 보 앞에서 걸어가는 아들 손을 꼭 붙잡고 반 보 뒤에서 아장아장 아가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허리는 반이나 굽은 채로 얼굴 한가득 뿌듯하신 얼굴로 "봐라, 내 아들이다. 나는 아들이랑 같이 병원에 왔다." 하시는 표정으로.
허리가 반이나 굽었어도 다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하시는데도 아들 손을 잡고 진료실 앞을 걸어가시는 할머니 얼굴은 세상 행복해 보이셨다.
휘청휘청 불안한 걸음으로 혼자 오셔서 외롭게 약을 타가시는 할머니들만 보다가 이렇게 자식이랑 손잡고 병원오시는 행복한 할머니 얼굴을 보니 내가 다 좋다.
자식보기 미안해서~2
"할머니 ~~~"
이층에 사시는 붕붕카할머니시다.
오늘은 일찍 병원에 가시나보다.
"할머니,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응, 우리 아들이 오늘은 일찍 출근을 해야 된대서."
2층에 사시는 붕붕카할머니는 매일 병원에 가신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시는데 출근하는 아들이 매일 아침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출근을 한다. 보조바퀴가 달린 의료기구가 없으면 혼자서 걷지 못하시는 붕붕카할머니를 붕붕카할머니 아들은 매일 병원에 모셔다드린다.
붕붕카할머니가 병원가는 매일 아침 붕붕카할머니의 며느리도 매일 차있는 곳까지 나와서 붕붕카할머니를 배웅한다. 그리고 붕붕카할머니의 늙은 개 쫑도 붕붕카할머니 병원가시는길을 배웅한다. 하루도 빠지지않고 매일 붕붕카 할머니 며느리와 개는 할머니병원가시는 길을 배웅한다.
효자 아들과 효자 며느리 거기다 개까지 배웅을 받는 붕붕카할머니의 병원가는길. 붕붕카할머니는 자식보기 미안하다고 늘 미안한 얼굴을 하신다. 내가 빨리 죽어야되는데 하시면서...
혼자 병원가는 할머니 3
"할머니~~"
윙크할머니시다.
계란사러 동네 슈퍼에 갔는데 오렌지를 고르고 계신 윙크할머니를 만났다.
못뵌 사이에 얼굴이 많이 안되셨다. 대상포진 때문에 오래 고생을 하셨단다.
"하두 어지러워서 요 위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가는겨..."
어디 다녀오시냐는 걱정스런 내 물음에 바싹 마른 얼굴로 윙크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치매할아버지 돌보시랴 늙은 아들 시중하랴 많이 힘드신 할머니. 당신 몸좀 살피시라 그리 말씀드려도 나야 뭐... 하셨던 할머니.
할머니가 당신 발로 병원에 가셔서 링거까지 맞을 정도면 얼마나 아프셨을지 상상이 간다.
"할무니, 오렌지 사시게요?"
"시겠지? 사과가 좋다는데
사과는 비싸서... "
"할머니... 잡숫고 싶은거 다 드셔야해요.
주사도 좋지만 드시는 걸 잘 드셔야해요."
"어트게 나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살아."
어디서 물건이 싸게 판다고 하면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도 끌차 끌고 가셔서 물건을 사오시던 할머니. 흰 약봉지 들고 사과를 들었다 놨다하시는 할머니. 먹고 싶은 사과대신 오렌지를 비닐봉지에 담으시는 윙크할머니.
"작가 선생님이 우리 집에 사과 배달시켰어?
애들 앞으로 들어가는 돈도 많을턴듸
내가 뭐라고...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내가 미안해서..."
"할무니가 뭐긴요, 제가 많이 많이 사랑하는 할무니시죠오. 아프시지마세요... 아끼지 마시고 할무니 다 드세요. 또 사드리께요."
혼자 병원 가셔야하는 우리 윙크할머니 얼굴에도 행복한 웃음이 피어나셨으면 좋겠다.
아들 손 잡고 병원 가지 못해도 효자 아들 효자며느리 병원 배웅받지 못해도 아파서 혼자 병원 가야 하는 울 윙크할머니 얼굴에도 기세등등하게 나야 나 ~~~~
내가 바로 윙크할머니야.
하는 그런 씩씩한 웃음이 봄 꽃처럼 환하게 얼굴 가득 활짝 피어나셨으면 참 좋겠다.
울 할머니들 아프셔도 견디실 수 있을 만큼만 아프셨으면 좋겠다. 씩씩하게 혼자서 병원가실 수 있을 만큼만 , 딱 고만큼만 아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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