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이주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시의 행정 편의적 결혼이민자 정책으로 정작 열악한 상황에 처한 이주민들이 소외받고 있다"며 "이주민들과 실질적으로 호흡하는 시민사회와의 소통 대신 이벤트성, 1회성 행사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가 주최하고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가 주관하는 '2010 인천지역 이주민 인권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15일 민주노총 대강당에서 열렸다.
박경서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대표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에는 한재영 인천지역이주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인천지부 집행위원과 김기돈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상담팀장, 조남수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조직국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미셀(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씨와 정현숙 천주교인천교구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사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에 나선 김기돈 팀장은 정부와 인천시 이주민정책의 현황과 평가에 대해 지적했다. 김 팀장은 "결혼이민자 중심의 이주민 정책 추진으로 그 외 외국인에 대한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이주민 정책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주민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이주민 정책을 보면 다문화 정책에 대한 각 부처 간 주도권 다툼과 행정편의에 맞춰 쏟아진 것으로 아직까지도 부처별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책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용이 빈약해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생산해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경제논리가 아닌 인간존중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와 사업주 간 계약을 자율로 맡겨 이주노동자가 노동권을 실제적으로 보장받도록 하고, 노동이민 및 가족동반 허용 등의 보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부-지자체, 일선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않아
인천지역 이주민 현황과 특징을 발표한 한재영 집행위원은 "작년 11월 기준으로 국내 외국인 수는 115만2천여명으로 2000년 49만여명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인천(4만8천여명)의 경우 서울(37만8천여명)과 경기도(27만8천여명)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많은 이주민 인구가 분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의 이주민 중 미등록 이주민을 포함해 62%에 달하는 3만2천여명이 이주노동자이며, 국제결혼 이주자가 8천여명(17%)에 이른다"며 "인천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특징은 노동자와 결혼이주자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의 발제문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인천의 업종별 이주노동자 고용 비중은 제조업이 88.2%로 가장 높았고, 건설업이 7.8%로 뒤를 이었다. 이는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5년 이후 관내 제조업 이주노동자 고용이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인 셈이다.
한 위원은 "인천의 지역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13.5%로 전국 주요 도시 중 1위(2위 대구 13.%, 3위 부산 10.5%)이며, 제조업 사업장 중 97%가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이를 미루어 볼 때 지속적인 저임금 인력 수요 발생으로 관내 제조업 이주노동자의 고용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현숙 사무국장은 관내 중앙정부의 소속기관 사업의 문제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정 사무국장은 "인천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경우 결혼이민자들을 대상화, 실적화하고 그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시스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지속가능한 교육 프로그램 보다는 1회성 행사에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천시 아시아이주민축제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하던 축제의 제목과 내용을 모방해 2008년부터 해마다 행사를 열고 있다"며 "이는 언론에 행사를 위탁하고, 일부 개신교 선교 단체들과 함께 이벤트 업체에 행사를 맡기는 식으로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행사 후 내용과 참여 인원을 크게 과장해 자료집을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전체적으로 정부 기관과 지자체가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놓지 않아 최일선에서 이주민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많은 활동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탁상행정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입안자들의 열린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