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진출로 골목상권 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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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M 진출로 골목상권 다 망한다"
  • 이병기
  • 승인 2010.01.2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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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권에 종속된 중소상인들은 어디로?

갈산동 홈플러스 프랜차이즈 가맹점 기습 입점을 저지하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들이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곳곳에서 사업조정제로 일시정지 권고를 받았던 삼성테스코의 SSM(기업형 슈퍼) 사업이 홈플러스 프랜차이즈 가맹점 추진으로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골목상권이 다 망한다"며 애를 태우는 중소영세상인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편법을 이용한 대기업의 횡포'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테스코의 인천지역 SSM 추진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테스코는 갈산동을 비롯해 송현동, 남촌동, 부개동, 주안동, 동춘동, 옥련동 등 7곳에 SSM 추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영세상인들이 사업조정제를 신청, 일시정지 권고를 받아 중단된 상태다. 단, 석바위 킴스마트는 일시정지 권고 전 문을 열고 영업을 개시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테스코는 직영 SSM에서 중소사업자를 내세운 홈플러스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하고 다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테스코측은 "가맹정은 독립적인 중소사업자이므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따른 사업조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이 고유업종 외 사업에 진출하면서 중소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정지와 같은 사업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생법 32조 1항에서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이 다른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현저하게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홈플러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에 '실질적 지배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

이정희 의원실이 공개한 삼성테스코와 가맹점주 간 계약조건을 보면 ▲가맹점사업자는 1억9800만원 부담, 삼성테스코는 점포임차비용, 점포내 외장 공사, 영업용 판매장비 설비 비품비용 일체 부담 ▲가맹점 매출액수에 따라 가맹본부에 해당하는 삼성테스코와 가맹점주가 이익을 분배 ▲가맹점주는 삼성테스코가 공급하거나 지정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할 경우, 판매에 관한 표준가격을 변동하고자 할 경우 삼성테스코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정희 의원은 "가맹사업법에 따라 추진되는 통상적인 가맹사업은 가맹점주가 점포의 임대보증금, 점포 인테리어 공사비(내외장 공사)와 영업용 설비 비품 설치비용을 부담하고 가맹본부가 가맹금을 지급받게 된다"며 "그러나 홈플러스 가맹점의 경우 홈플러스 가맹본부가 개설 시 가장 큰 비용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 점포 임차비용, 공사비용, 영업용 설비 비용 등을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자산을 대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점주는 삼성테스코가 공급하거나 지정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할 경우, 가격 변동시 반드시 가맹본부의 사전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으며 영업 광고와 홍보 행위에서도 가맹본부의 감독이나 통제를 받도록 돼 있다"며 "따라서 가맹점주는 삼성테스코가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맹본부에 종속되는 중소사업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며 "현행법상 당연히 위배되면 하지 말아야 하지만, 중소기업청의 영업방침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갈산동 프랜차이즈, SSM 전국적으로도 큰 의미

정재식(좌) 대형마트 규제 대책위 사무국장과 홍기욱씨가 천막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중에서도 갈산동은 SSM 입점과 관련해 전국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삼성테스코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갈산동에 SSM을 추진하려 했을 당시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일주일 만에 중소기업청에서 일시정지 권고가 떨어졌다. 이후 갈산점을 계기로 인천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SSM 추진에 일시정지 권고가 내려지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게 됐다.

이에 삼성테스코는 SSM 입점의 상징적 의미로 또 다시 갈산점을 홈플러스 프랜차이즈 가맹점 1호로 변경해 개점을 강행했다. 중소기업청이 홈플러스 프랜차이즈 갈산점을 사업조정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삼성테스코는 전국적으로 일시정지 중인 SSM 사업을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해 골목상권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산동 중소상인들은 삼성테스코가 프랜차이즈 SSM 사업조정 심사 중인 틈을 타 기습 개점을 하게 되면 영업 방해로 법적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개점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그들은 교대로 돌아가며 24시간 동안 천막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정재식 대형마트 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대기업이 가맹점 출자지분의 50% 이상을 지원하고, 운영의 핵심적 사안을 관리하는 것은 말만 가맹점이지 '바지사장'을 세우는 것"이라며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과 비교해도 이런 형태의 가맹점은 없다"고 꼬집었다.

홍기욱 삼익유통 대표는 갈산점 입점 예정지에서 불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슈퍼를 운영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작년 5월18일에 개점했는데 6월에 한 아주머니가 홈플러스가 들어온다고 말해 처음 알게 됐다"며 "장사를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황당하고 걱정스런 마음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삼익유통에서 물건을 사고 나온 김은실(39, 갈산동)씨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마트까지 장을 보러 가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대형마트가 생기면 좋을것 같다"며 "하지만 동네에서 슈퍼를 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꼭 들어와야만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석바위시장, 킴스마트 개점으로 반대 운동 난항

석바위시장 바로 입구에 위치한 킴스마트.일시정지 권고로 개점을 하지 못한 시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미 킴스마트가 문을 연 석바위 시장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더욱이 시장 입구에 마트가 들어서 있어 시장 상인들의 불만은 크다.

김종철 석바위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킴스마트가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지운동이 힘들다"며 "시장 바로 입구에 킴스마트가 들어선 것은 시장 상인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석바위시장 상인들은 작년 11월 킴스마트 개점 이후 꾸준히 거리집회를 열었지만, 지금은 시장쪽 마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피켓시위만 진행한다. 그러나 요즘은 영하 10도가 넘는 한파로 이마저도 며칠씩 중단하고 있다. 또한 시장 상인들 대부분이 혼자, 또는 2명이 가게를 운영하는 바람에 자리를 비우고 집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내가 판단하기로는 킴스마트 개점 이후 시장 매출이 1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1차 식품인 야채나 생선류의 경우 손님들이 시장보다는 마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매출이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상인들은 킴스마트 입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아이쿠' 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누구는 추운 날씨에 가게를 제쳐두고 집회를 하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은 시큰둥하기도 하다"고 하소연했다.

석바위시장 상인회는 인천시가 재래시장을 살리는 차원에서 마트측에 영업 제한 권고를 내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 입구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공문숙(68)씨는 "이 자리에서 10년 동안 일하고 있지만 마트가 들어선 이후에 더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상품의 질은 우리가 더 좋지만, 거기(마트)는 가격이 싸고 개수가 많아 손님들이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34년째 석바위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조기선(62)씨는 "아직까지는 킴스마트가 활성화하지 않아 큰 피해는 없는 편"이라며 "초반에는 집회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참석율도 떨어지고 효과도 별로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인천석바위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킴스마트는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우려한 탓인지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다. 매장 안에는 물건이 채워지지 않은 곳도 보인다.

오병선 킴스마트 석바위점 점장은 "현 자리는 기존 한라마트로부터 채무손실로 킴스마트가 인수받아 영업하게 된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 마트로 인해 석바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인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사가 시장에서 팔기도 한다"며 "인근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근처에 쇼핑할 공간이 없었는데 킴스마트가 들어와서 잘 됐다'면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탄원서까지 내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오 점장은 "우리도 나쁜 이미지를 주면서 장사하고 싶지는 않다"며 "시장과 상생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면서 지내고 싶지만, 상인들이 협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나가기만을 원하기 때문에 난감한 실정"이라고 대답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가맹점 전환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유권해석이 늦어지자 인천 상인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가맹점 전환에 반대하는 상인들은 "중기청이 미적거리는 사이 유통 대기업들이 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점포를 빠르게 가맹점으로 바꾸고 있다"며 반발한다.

대형마트 규제와 중소상인 살리기 인천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말 이미 중기청에 가맹점으로 전환한 SSM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가맹점 전환 뒤 일시정지 권고 해지를 요청할 유통대기업을 막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기청은 아직까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정재식 사무국장은 "중기청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가맹점 전환으로 사업조정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난 후 개점을 강행하려는 유통대기업의 공격은 거세질 것"이라며 "중기청이 미적거릴수록 상인들의 피해는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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