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
- 조이스 킬머
- 역: 최일화
나는 결코 볼 수 없으리
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굶주린 입으로
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
잎새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여름이면 머리에
방울새 둥지를 얹고
가슴엔 흰눈이 내려 앉고
비와 함께 다정하게 살아가는 나무
시는 나같은 바보에 의해 쓰여지지만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들 수 있네
<감상>
이 시의 작가 조이스 킬머는 1886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1918년 1차 세계대전 참전 중 32세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전사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시가 바로 이 '나무들'이다. 내가 이 시를 처음 읽게 된 것은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에 이 시가 실려있기 때문이었다. 결코 난해하지 않은 시어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금세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낯선 이름의 시인과 오직 이 한 편의 시를 기억한 채 지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나무들'이라는 낯익은 표제의 시집 광고를 일간지에서 발견했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김귀화님의 번역으로 이해인 수녀님의 해설을 곁들여 조이스 킬머의 시집 'Trees and Other Poems'가 처음으로 번역 출판된 것이다. 곧 서점으로 가 그의 시집을 샀다. 가톨릭 신앙의 기반 위에 쓰여진 그의 시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인간의 내면을 뒤흔드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조이스 킬머의 손자는 조이스 평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According to my Dad, Joyce Kilmer's eldest son, Joyce was writing about trees in general, not about any particular tree. Joyce was living in Mahwah, New Jersey, at the time he wrote the poem (February 2, 1913)." (조이스 킬머의 맏아들인 나의 아버지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어떤 특별한 나무를 쓴 것이 아니라 세상에 흔히 있는 나무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할아버지는 뉴저지주의 Mahwah에 살고 계셨는데 그 때 1913년 2월 2일 이 시를 지으셨지요."
자, 그럼 원문으로 읽으며 아름다운 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TREES
Joyce Kilmer
I think that I shall never see
A poem lovely as a tree.
A tree whose hungry mouth is pressed
Against the earth’s sweet-flowing breast;
A tree that looks at God all day,
And lifts her leafy arms to pray;
A tree that may in summer wear
A nest of robins in her hair;
Upon whose bosom snow has lain;
Who intimately lives with rain.
Poems are made by fools like me,
But only God can make a tree.
*조이스 킬머(1886~1918) 미국 시인. 시집에 'Trees and Other Poems'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