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폭격하는 사우디에 무기 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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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폭격하는 사우디에 무기 팔지 마세요
  • 김연식
  • 승인 2017.09.2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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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누군가 죽이는 서방국의 무기수출

<인천in>은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 항해사 김연식과 함께하는 <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환경감시 선박 에스페란자호에서 부딪치며 겪는 현장의 이야기를 한국인 최초의 그린피스 항해사의 눈으로 보여드립니다.

무기 판매 소식을 반기는 세상이다. K-9 자주포가 인도, 폴란드, 터키에 수출된 소식은 국내 뉴스 경제면을 장식한다. 미디어는 살상무기 판매를 우리 국방기술의 성공이자 경제적 이득으로 포장한다. 총알이 돈인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든 총과 폭탄은 돈으로 단순 치환된다. 분단 현실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걸 비판할 수 만은 없다. 그러나 그걸 돈으로 맞바꾸는 행위는 다르다. 우리가 얻은 이득 이면에 누군가는 죽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그 예다. 사우디는 지난 2015년부터 예멘 내전에 개입해 민간인을 폭격하고 있다. 국내에 전해지지 않을 뿐, 연일 국제 뉴스에 폭격 소식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폭탄 파편에 다쳐 눈이 붉게 멍든 다섯 살 예멘 어린이 부타니아(Buthania)의 사진이 SNS에 퍼져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


<폭탄 파편에 다쳐 눈이 붉게 멍든 다섯 살 예멘 어린이 부타니아(Buthania) 동영상 캡쳐>

사우디가 예멘 민간에 쏜 폭탄은 대부분 서방국에서 왔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우디가 사들인 재래식 무기의 8할은 미국과 영국산이다. 미국은 올해 사우디에 무기 124조4천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여기에는 예멘 내전에서 사용된 유토탄도 포함돼 있다. 2015년 예멘 내전이 터진 후 영국은 사우디에 무기 라이선스를 약 5조6천800억원(37억 파운드)에 수출했다.

이밖에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한 나라는 프랑스 2억1천800만 달러, 스페인 1억9천600만 달러, 스위스 1억8천600만 달러, 이탈리아 1억 5천400만 달러, 캐나다 1억1천500만 달러, 터키 9천100만 등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서방국들은 말로는 평화를 외치면서 뒤로는 무기를 수출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린피스 에스페란자호는 현재 스페인 북동부 도시 빌바오(Bilbao)에서 시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빌바오는 스페인의 무기 수출항구이자 이 지역 최대 도시다.

그린피스가 세관 등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 동안 폭탄 등 무기를 실은 컨테이너 312개가 빌바오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됐다. 지난 7월14일 하루에만 무기를 실은 컨테이너 110개가 이 항구를 떠나 사우디로 갔다. 예멘 내전과 함께 무기 수출량이 늘었다는 게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2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이란, 콜롬비아 등 주요 분쟁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협약(2008/944/CFSP)을 맺었다. 이에 독일과 스웨덴, 벨기에 등은 무기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스페인과 영국 등에서는 아직도 무기가 팔려나가고 있다.

 
<에스페란자 호는 스페인 무기 수출항 빌바오(Bilbao)에서 시민들과 함께 무기 수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지난 15~17일 사흘간 빌바오 시민 6천764명이 에스페란자 호를 방문해 이 같은 운동에 동참했다. 그린피스 캠페이너 사라(Sara, 스페인)는 이 자리에서 “유럽과 미국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폭탄을 팔아 배를 불리고 있다, 분쟁국가에 무기를 파는 건 비도덕적일 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협약을 어기는 것이다. 스페인과 영국 등 무기수출국은 당장 무기판매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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