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명절 추석
- 가족의 소중함을 더 한다 -
인천in시민기자 권혁진
칠십 평생 넘어 살아오면서 이렇게 세월이 빠름은 몰랐다. 세월이 빠른 것인지 내가 성급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어느덧 어김없이 찾아온 지금 농촌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수확의 기쁨을 만끽한다. 이러다 보니 마음 한구석에 벌써 가을이 오고 머지않아 동장군이 찾아 우리 앞에 다가설 날도 멀지 않음을 직감하면서 조금씩 앞 당겨지는 지는 해가 오늘 따라 엄청 붉게 타 온 누리를 불살라 버릴 기세이다.
아! 달이 뜬다. 8월 열사흘 밤하늘에 달이 뜬다. 이 풍진 세상이 또 한 해 가나 보다 고삐도 없고 말뚝도 없고 마냥 자유로운 몸이지만 갈 데가 없다. 밖에 나가 껑충껑충 뛰어 봐도 재미가 없고, 마음껏 소리쳐도 듣는 자가 없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는 리모콘 쥔 채 코를 골며 잠이 든 것 같다. 이런 땐 어릴 때 모습 떠올리며 고향 하늘 아래서 형제자매들과 어울려 철부지로 자란 그 동심의 세계가 그리워진다.
고향집은 문이 폐쇄된 지 어언 일 년! 점점 폐허가 되어 가고 거미줄만이 늘어져 집을 지키는 것 같다. 고향에 가도 있던 친구들은 고향을 떠나거나 이미 세상을 떠나 마치 차 한 잔 얻어 마실 곳조차 없이 허전할 뿐이다. 고향에 가면 선산에 둘러 올뿐이다. 내 어릴 적 심어졌던 버드나무도 이젠 고목이 되어 언제 고사될지 모르는 우리내 인생과 같음을 느낀다. 이제 41년간 정들었던 도화동 옛집에서 인천SK SKY뷰 아파트로 이사 온지 어언 1년! 이곳 아파트인 내 보금자리에서 처음 추석을 맞아 우리 형제들과 다정함을 더하며 보낼 것이다. 즐거운 추석 명절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려본다.
사랑밭편지에 어느 할머니의 추석을 맞는 사연이다 .8살 차이로 남편과 같이 산지 30년!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허리가 아프고 밥맛이 없다며 시골로 요양하러 간 지 2개월 만에 받은 청천벽력 같은 취장암 병원진단 말기이다. 결국, 며칠 전 장례를 치렀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남편이 들어올 것만 같아 현관을 바라봅니다. 집안에서 남편의 물건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 모두 정리했는데, 어느 날 세탁소에서 남편의 옷을 전해주러 왔었습니다.
“아저씨가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라고 했다가 아저씨가 돌아서자마자 슬리퍼도 안 신고, 뛰어나가 남편의 옷을 받아들고 펑펑 울었다는 얼마 전 읽은 새벽편지 사연에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이 너무 보고 싶은데, 다시 데려올 수는 없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나 역시 5년 전 폐암 병원 진단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물론 가족들과 형제자매들이 슬퍼했다. 특히, 아내의 흘리지 않는 글썽이던 눈물이 보일 때 가슴이 쓰렸던 경험을 한 나였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가하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 지인들이 문병에 더욱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 지금에 가족의 소중함과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노후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 생명이 끝나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살리라 마음 다진다. 그러나 내 마음과 같이 모든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이러한 사연처럼 평소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 같다. 가족과 이 땅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다. 추석을 계기로 헤어졌던 가족들과 만나 저마다 갖가지 사연을 나누며 정다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기에 명절에도 함께 모여 지낼 수 있다. 우리 모두 화목한 추석이 되시기를 빌며, 이곳을 찾는 여러분께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고 가는 길 운전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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