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열대 숲 이탄(泥炭)지대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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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열대 숲 이탄(泥炭)지대를 보호하라!
  • 김연식
  • 승인 2017.11.0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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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내전과 독재, 콩고의 문을 두드리다

<인천in>은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 항해사 김연식과 함께하는 <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환경감시 선박 에스페란자호에서 부딪치며 겪는 현장의 이야기를 한국인 최초의 그린피스 항해사의 눈으로 보여드립니다.

-가진 게 없어 나무라도 베어 먹고 산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현지 정부가 ‘외부인은 싫다, 나가라’ 하면 뭐라 할 수 있는데?

아프리카 산림지대를 보호하자는 그린피스 캠페인에 앞서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산림을 보호하자는 주장이 현지 주민의 밥줄을 끊는 건 아닌지, 현실을 모르는 외부인들이 대안도 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지, 이 나라 정부를 움직일 실질적 대안이 있는지 의아했다.
 
의심 속에 에스페란자 호가 도착한 곳은 카메룬에서 가장 큰 항구인 두알라(Douala). 아니나 다를까, 부두는 온통 원목을 실어 수출하는 배로 가득했다. 에스페란자 호 앞뒤로 대형선 여덟 척이 낮밤 없이 목재를 싣고 있었다. 길이가 200미터에 달하고 에스페란자 보다 스무 배도 넘게 큰 배였다. 그 배들 사이에서 우리는 산림을 보호하자고 외쳤다.

-가능하기나 할까? 이렇게 거대한 현실을 어떻게 바꾸지?

웅장하다 싶을 만큼 큰 배와 요란스러운 크레인 소리, 합주하듯 딱딱 맞아 돌아가는 선적 작업을 바로 앞에서 보니 의심은 커지고 자신감은 바닥났다.

아프리카 카메룬의 두알라(Douala)항. 에스페란자 호 뒤에 있는 수출선박에서 목재를 싣고 있다.
 <아프리카 카메룬의 두알라(Douala)항. 에스페란자 호 뒤에 있는 수출선박에서 목재를 싣고 있다.>

 
# 왜 콩고인가.

아프리카 중부의 넓은 땅 콩고 민주공화국(이하 콩고)은 풍부한 자원이 재앙이 된 나라다. 여기에서 구리, 코발트, 금, 다이아몬드 등 1천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광물이 발견되었다. 콩고는 지난 반세기동안 광물을 둘러싸고 내전을 겪어왔다. 게다가 부패지수도 180개국 가운데 171위를 기록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부패가 만연한 곳에서 환경운동이 가능할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린피스는 지난 10월부터 아프리카 카메룬과 콩고에서 산림보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콩고 우림은 전 세계에서 아마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열대 숲이다. 콩고는 물론 인접한 앙골라, 차드, 카메룬 등에 걸쳐 있는 숲을 말한다.
이 숲이 다른 곳보다 중요한 이유는 지구상 가장 넓은 이탄(泥炭, peat)지대이기 때문이다. 석탄의 친구쯤 되는 이탄은 습지에 쌓인 낙엽이나 죽은 나무가 수백 년 간 분해되지 않아 형성된 탄소덩어리다. 이탄지대는 전 세계 면적의 3-5%에 불과하지만, 지구 대기에 퍼져있는 양의 4배나 많은 탄소를 머금고 있다. 이탄을 태우면 머금고 있던 탄소를 배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곳은 이미 파괴되고 있다. 콩고 일대 이탄지대는 노르웨이 땅의 다섯 배에 달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벌목, 종이생산, 콩 재배, 석탄과 석유 채굴 등을 위해 나무를 베고 이탄지대를 걷어내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습지이자 수백만 현지 주민들이 지켜온 삶이 위협받고 있다.
무엇보다 나무 아래 습지에서 물기를 머금고 있던 이탄이 공기에 노출되면 건조해져 자연발화한다. 숲은 파괴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그린피스가 콩고 이탄지대 보호를 전 세계 환경보호의 주요 의제로 설정한 까닭이다.

 
<팜 오일을 채취하기 위해 이탄지대의 나무를 베고 있다. 그린피스 자료사진, 2012년 수마트라><팜 오일을 채취하기 위해 이탄지대의 나무를 베고 있다. 그린피스 자료사진, 2012년 수마트라>

 
# 변화를 앞둔 콩고

콩고민주공화국은 대선 비용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2016년 11월 대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조셉 카빌라가 대통령은 집권을 연장했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과 군·경이 충돌해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도 대통령 선거는 미지수다. 2018년에 한다 할 뿐 정확한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린피스에서 자원봉사하는 콩고인 아밀리는 “대중은 새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선거가 치러진다면 정권은 반드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아밀리의 말대로 야당의 유력 후보자 ‘모이스 카툼비’가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정권이 바뀐다. 콩고 사람들은 새 시대를 열망하고 직감하고 있다.

 
# 그린피스의 접근

콩고 우림보호는 10년도 넘게 제기되어 온 문제다. 다국적 기업의 로비에 길들은 부패한 정권에 막혀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선거와 정권교체를 앞둔 지금을 최대 적기로 판단하고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가장 먼저 원주민과의 연대다. 산림 벌채에 거주지를 빼앗기는 원주민들을 조직해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정확한 실태조사다. 영국 리즈(leeds)대학의 연구원을 파견해 콩고 일대의 이탄지대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린피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이 지역을 람사르 국제 습지보호구역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세 번째는 국제기금 조성이다. 개발대신 어업과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국제기금을 조성하고 지원한다. 이미 독일과 노르웨이 등에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영국 리즈(leeds)대학 연구팀이 콩고 이탄지대에 길이 3미터 관을 넣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영국 리즈(leeds)대학 연구팀이 콩고 이탄지대에 길이 3미터 관을 넣어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 풀뿌리에서부터 부는 바람.

그 결과가 지난 10월 26~31일 에스페란자에서 공개됐다. 콩고 최대 항구 마타디(Matadi)항에 도착한 에스페란자 호에 콩고 전역에서 온 주민 대표 120여명이 찾아왔다. 콩고 산림부 장관과 국내외 언론인 30여명도 모였다. 그린피스는 이 자리에서 리즈대학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탄지대 보호 정책을 제안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산림부 장관과 토론했다. 이날 토론은 콩고 전역에 뉴스로 퍼졌다.

토론회에 참가한 주민대표단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33도가 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쉬지 않고 토론했다. 연구팀의 발표, 장관과의 토론에는 질문과 반론이 쏟아져 시간을 연장하기까지 했다.
현장을 기획한 그린피스 캠페이너 발레린은 “콩고 주민과 국내 단체에서 산림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산림부 장관의 답도 콩고우림을 보호하는데 대단히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콩고 마타디에 기항한 에스페란자 호에서 주민 120여명과 산림부 장관이 토론하고 있다.

# 그린피스의 고민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이다. 기후변화처럼 한 국가에서만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나라의 주권을 함부로 침해할 수도 없다. 환경문제는 정치, 경제적으로 긴밀할 수 밖에 없다. 그린피스가 늘 품는 고민이다.

콩고는 긴 내전과 독재에서 탈출해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제 부패한 정부에 의존한 다국적 기업의 착취에 가까운 행태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프리카를 이웃으로 인정하고 손잡지 않는다면 환경은 보호할 수 없다. 앞으로는 환경문제가 지난 수 세기 역사에서 기인한 전 세계의 불평등을 바로잡고 서로 협력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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