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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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 이혜정
  • 승인 2017.11.0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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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정 / 청소년창의문화공동체 '미루' 대표
 

어떤 토론회든 재미있는 토론회는 보기 드물다. 하지만 얼마전에 흥미진진하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토론회를 경험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수구협의회에서 개최한 통일 토크 콘서트 ‘남북 대학생 한반도의 평화를 말하다’라는 이름의 토론회 자리였다. 북한이탈 주민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이토록 생생히 들어보는 시간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참석한 청년들은 모두가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쏟아냈다. 진정성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그날 자리는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로, 좋게 이야기하면 다양하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번잡스러운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탈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모두가 경청하는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왜 대한민국에 왔냐?

 

대부분 자신들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실을 어떤 이유로든 잘 밝히지 않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그 질문에는 마치 이탈주민을 남한에서 무엇인가를 구걸하는 걸인으로 취급하는 감정이 묻어있기도 하고 가족과 친지를 버리고 온 냉혈한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심지어는 잠재적 범죄자 쯤으로 보는 정서도 묻어있다고 한다. 그 질문만으로도 탈북과정에서 생겨난 트라우마에 또 다른 생채기가 생겨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유와 맞바꾼 그리움과 상처

 

그들은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고도 했다. 꿈 속에서 그들은 다시 북한에 가 있었다고 한다. 마치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다시 군대에 입대하는 꿈을 계속 꾸는 것처럼. 그 꿈만으로도 탈북 과정에서 겪었을 고난과 역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이들은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장벽에 갇힌다고 했다.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 산천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지지만 그 그리움을 함께 나누고 어루만져줄 누구도 없는 외로운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국내 북한이탈주민 수는 2017년 8월 기준 3만992명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합의가 되지 않았으며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호칭에서도 드러난다. '탈북자', '탈북민'으로 불리워지다 어느새 '새터민'으로 통일되는가 싶더니 다시 '북한 이탈 주민' 등으로 통일되었다. 호칭에도 마치 장애인이 장애우로 불리워졌던 것처럼 불편하지만 불편한 심경을 에돌아가려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들은 어쩐지 불편하고 어쩐지 어쩔 수 없는 가시 같은 존재가 아니라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대한민국에 들어온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국민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저희는 통일의 마중물. 통일의 징검다리입니다.

 

남한에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 한 학생은 자신의 최고의 스펙이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현실이 될 통일의 시대에 자신들은 통일의 징검다리이며 통일시대를 이끌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 사회가 짊어지고 갈 짐도 애물단지도 아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동해 우리사회는 북한의 정확한 실상과 현실을 인식하고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남한에서 정착하는 과정은 바로 다가올 '통일의 시대'를 대비한 '사전 연습 기회'인 것이다. 고통을 이겨낸 이들 청년들이 통일시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신의 사명으로 이야기 할 때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가슴이 뜨거워졌다.

 

 

통일이 되면 북한 산천에 나무를 심고 싶습니다.

 

한 학생은 통일이 되면 북한의 산천에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너무 어려워 나무를 베어다가 땔감으로 사용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북한의 민둥산을 푸르른 산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런 마음이 모인다면 통일 이후 우리 사회는 풍요와 평화의 시대를 맞이할 것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3만명. 현재 인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은 2천725명으로, 국내 전체 탈북민의 9.5%를 차지한다. 경기와, 서울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시교육청 탈북학생 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 조례는 시교육청이 매년 탈북 학생 지원계획을 세우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육을 지원하고 탈북학생 교육지원에 필요한 외부 기관·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이 좀 더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탈출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남한문화에 대한 충격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아야 할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며 함께 살아야 할 동포이다. 이들이 통일의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지지망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나아가 우리가 손을 맞잡고 통일의 시대를 열어 이들의 꿈을 이루게 하자. 통일의 시대를 열어 전쟁의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한반도 성장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보자.  

<인천시 남동구가 논현동 통일동산에서 시행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망향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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