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인천 신포시장의 청년몰 먹거리 트레일러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곳이 지난달 말 개장식을 했으니 여기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 푸드 트레일러 사장들은 그야말로 ‘초짜’인 셈이다. ‘본방사수’를 했던 기자는 방송 시작 전부터 사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백종원은 시작부터 이들 푸드 트레일러를 ‘제대로’ 털었다. 방송에서 처음 소개한 텐돈집만이 좋은 평가를 들었을 뿐 다코야키 가게와 김밥집 등은 차례대로 좋지 못한 평가를 들어야 했다. 특히 텐돈집 뒤로 소개된 다코야키 가게는 기본적인 맛서부터 위생 상태까지 ‘빵점’같았음에도, “인생에서 가장 맛없는 다코야키”라는 백종원의 냉정한 평가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고집불통’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다른 직장생활을 한 적도 없이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이 다코야키집 청년 사장을 ‘동정심’으로 굳이 감싸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자신이 파는 먹거리보다 자신의 비주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모습이라거나, 성에가 낀 냉장고와 소스통, 다코야키 틀 등을 제대로 청소하지도 않은 등의 영업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구청에서 조사 나왔으면 영업정지에 준하는 처분이 내려졌을 지도 모르는 일일텐데, 어떤 부분에선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모습마저 보였다. 만약, 그 청년이 욕을 먹더라도 제대로 정신 차리고 장사할 수 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서너 배 더 욕을 먹는 것이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모습은 사실 청년 창업자들의 ‘현주소’다. 학교를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지원해준다고 하니 창업에 나서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실력은 부족한데 생활전선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그 압박감에 때론 거짓으로 겹겹이 자신을 방어하기도 한다. 때론 무리수를 두기도 하며 결국 자신을 더 궁지로 몰아가는 것이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다. 여기에 패기 넘치는 2030 청년세대들은 자존심이 강한 나머지 때론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이전까지 ‘창업’이라는 것은 회사에서 장기간 근속을 하던 사람이 4050세대 정도가 돼 나름대로 회사 조직 및 업무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맺는 인간관계와 노하우, 사회 동향 등을 어느 정도는 터득한 후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청년세대의 창업은 그런 부분들을 전혀 혹은 거의 익히지 못한 상황에서 뛰어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더 실패 가능성이 높고, 그 실패 속에서도 누군가 조언할 사람들이 없으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대부분 알지 못한다.
최근 중소기업벤처부가 김정훈 국회의원(자유한국당)에 제출한 ‘청년몰 창업현황’에 따르면, 2016년 해당 사업에 선정돼 개점한 14개 시장 274개 점포 중 65개(23.7%)가 휴·폐업 상태였다. 지원기간을 2년으로 정한 점포 대부분은 이후 대부분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인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가좌시장에 청년 점포를 만들어 구비 8천만 원을 지원하고 점포월세 및 창업지원금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12월 사업이 종료된 이후 모두 사라졌고 미추홀구 용현시장이나 부평지하로터리상가 등의 청년창업 지원을 받은 점포들도 현재 40% 가량이 문을 닫았다. 신포시장에 청년몰이 등장할 때 인근 상인들은 “어차피 금방 망할 거, 뭐하러 혈세 들여 지원해 주느냐”는 핀잔까지 하며 갈등하기도 했다.
그 자신이 청년사업가였던 유세움 인천시의원(비례)은 “청년들이 학교를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보니 창업으로 유도지원을 하는 것인데, 사실 기성세대들에게도 쉽지 않은 창업을 초년생들이 하려면 지자체의 멘토링 등 인큐베이팅이나 지원행정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야 함에도 그러질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는 인천시와 중구청의 담당 공무원들과 인천의 기성세대들이 27일 방송분을 보며 느끼는 게 있었으면 한다. 단지 1~2년짜리 청년몰 등 지원정책은 이들을 '희망고문' 속에 자신을 채찍질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때론 거짓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등 무리수를 두다 종국엔 쓰러져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를 비롯한 공직사회와 정치권, 기성 시민사회 등이 책임의식을 갖고 연대해 이들 청년들에게 ‘희망고문’이 아닌 ‘진정한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점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역설적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기자는 이 다코야키집 사장이 27일 방송에서 보여준 ‘고집불통’에서 벗어나 백종원의 조언을 제대로 들었길 바란다.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아무런 노하우 없이 사회에 뛰어들었다는 본인이 어쨌든 ‘먹는장사’로 살아남길 바란다면, 그 방면에서 ‘자타공인’으로 확실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백종원’이라는 인물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멘토’일 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