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 무산은 오히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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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무산은 오히려 기회
  • 박병상
  • 승인 2019.02.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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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송도신도시와 남양주 마석에서 서울역을 깊은 지하로 잇는 수도권광역전철(GTX)의 B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이후 예타) 면제” 신청이 무산되었다. 그러자 지역의 몇 언론은 시민의 불만을 여과 없이 기사화했다. 300만 인천시민이 우롱되었다지만 그랬나? 지역의 여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 중에서 안타까워하는 이는 많지 않던데.

연수구 간선도로에 “GTX B, 연수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명에 적극 동참합시다. GTX 예타 면제 추진위원회”라는 현수막은 여전히 걸려 있다. GTX B노선의 인천 구간인 연수구와 남동구 주민의 40%인 35만1558명이 예타 면제 촉구 서명을 했다는데, 주변에 능동적으로 서명한 주민은 찾기 어렵다. 통계는 3대 거짓말이라더니, 이상타. 한 사람이 중복 서명한 게 아니라면 분위기에 이끌려 내용도 모르고 서명한 주민이 그렇게 많았나? GTX B노선이 생기면 어떻게 연수구가 발전하는지 충분히 설명했을까?

서울까지 빠르게 연결되면 발전한다는 논리는 타당성이 없다. 자신의 땅과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걸 바라는 겐가? 발전은 무엇인가? 서울처럼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다채로운 문화공간과 시설이 조정되면 발전인가? 흉내한다면 이류에 불과하다. 규모나 연륜으로 보아 지방은 서울을 능가할 수 없다. 서울과 다른 지역은 지역에 어울리는 사업을 주민의 동의를 구하며 실행해야 한다. 지역 특색을 갖춘 문화를 역량에 맞게 보전해야 옳겠지.

서울과 빠르게 연결하면 지역의 자산이 유출되거나 특색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KTX 이후 지방 주요 도시의 유서 깊은 대학과 병원은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 번듯했던 직업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수도권을 빠르게 잇겠다는 GTX는 다를까? 출퇴근이라면 모를까, 평소 한 시간 거리를 30분 만에 접근한다는 이유만으로 연수구와 남동구 주민이 기쁠 거 같지 않다. 서울이라면 모르지만, 30분 당긴다고 인천이 무슨 이익을 얻는다는 겐가?

서울에 직장이 많은 건 주택업자에게 설계를 맡긴 도시정책의 실수와 무관하지 않다. 수도권에 분산된 주택을 구한 서울 직장인들은 당연히 빠른 교통편을 원한다. 그들은 자신이 거주 공간에 관심이 부족하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지리적 특색에 관심 없는 주민이 많을수록 지역의 정주성은 퇴락한다. 노선이 확정되기 전부터 땅과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는 GTX는 투기를 조장할지언정 지역의 정주성과 주민의 정주의식에 역행할 것이다.

예타는 경제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다양한 평가를 종합하겠지만, 출범부터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도모하겠다는 정부라면 그에 부합하는 예타에 집중해야 옳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지역의 정주성과 주민의 정주의식을 훼손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마땅히 반려해야 한다. 권력을 쥔 세력가가 감언이설로 윽박지르더라도 공평무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한 민주적인 장치가 투명하게 마련되어야 확신이 가능한데, 예타에 다음세대의 정주성도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예타 면제되지 않은 사업이라도 올해 내에 평가를 마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GTX B노선이 살아날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접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GTX에 들어가는 거대한 국가예산을 정주성을 고취하는 사업으로 전용하기를 바란다. 연수구든 남동구든, 지역의 규모와 문화에 어울리는 직업을 창출하면서 지방분권과 자치에 기여하는 사업이기를 희망한다. 촛불정권이 애초 공언한 지방분권과 자치는 GTX와 무관하지 않던가. 예타 면제 불발되었으므로 다행이다. 이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족이지만, 현재 정부에서 예타를 면제한 사업, 면제되지 않았지만 지방(어쩌면 지방의 토건 자본)이 원하는 사업이 모두 시행된다면 후손의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최악으로 치닫는 대기의 초미세먼지는 더욱 심각해지고 아기의 탄생을 위협하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더욱 극성일 수밖에 없다. 석유위기는 가속되면서 기후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충분히 경험하며 예상했다면 이제는 반성적인 삶을 모색할 때다. 후손이 생존이 위중해진 만큼, 시급한 정책은 생태적 안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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